제 33회 대한민국 패션 대전 금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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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15-12-02
지난 11월 10일 SETEC에서 제33회 대한민국 패션 대전이 열렸다. 대한민국 패션 대전은 패션 디자인 분야의 유능한 인재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하는 국전으로, 패션 분야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콘테스트다. 이번 대전에서도 화려한 작품들이 발표된 가운데 ‘회귀’라는 콘셉트를 잡아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우리대학 의류학과를 졸업한 동문인 신아롱 디자이너(의류12졸)의 작품이다. 본 작품은 심사위원의 큰 호평을 받으며 금상(국무총리상)을 거머쥐었다. 숙명의 부드러운 힘을 세상에 알린 신 동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주변에서 바로바로 반응을 해주셔서 이 대회가 정말 큰 대회였음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또,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느끼게 되어 기뻐요. 저는 ‘될 때까지 하자’라는 주의거든요. 이런 저에게 이 대회가 제 커리어나 자신감의 측면에 좋은 영향을 주었어요. 수상을 하게 되어 다행이기도 하고 부모님께서도 좋아해 주셔서 기뻐요.
Q. 대한민국 패션대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졸업을 하고 1년 후에 탑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했어요.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가 디자인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죠. 마케팅, 유통 등 어떤 일을 하던 ‘디자인’을 모른다면 연계성을 찾는 것이 힘들어요. 패션 업계에서 살아가면서 나만의 아이덴티티도 낮아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공식적인 대회를 하면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3년 안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Q. 이번 패션대전 수상 테마 ‘회귀’라는 콘셉트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대한민국 패션 대전은 국전, 나라에서 치르는 공모전이에요. 우리나라 패션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어디서부터 국제적인 경쟁력을 찾을 것인가’에요. 서양복을 한국 디자이너들이 맡게 된다면 서양 디자이너들을 이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국 디자이너들은 우리의 것을 모던화하는 미션을 항상 가지고 있죠. 제 콘셉트인 ‘회귀’라는 것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에요. 오래된 과거에 살았던 여성과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모던한 여성의 시크한 느낌을 함께 살렸어요. 한국적인 요소를 모던하게, 모던한 요소를 한국적인 요소와 섞는 것이죠. 우리의 것과 모던한 요소가 두 여자의 상에 돌고 돌게끔 제작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 시대의 여성이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멋스러운 옷을, 반대로 과거의 여성이 현대로 온다 해도 멋스러운 옷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게 된 것이죠. 한복이 가지고 있는 선과 공간 여백 등을 재해석하고 모던하게 푸는 작업을 통해 이번 콘셉트 ‘회귀’를 꾸미게 되었어요.
Q. 이번 대전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번 패션 대전에서는 조금 무겁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했어요. 게다가 옷이 대부분 롱한 기장이었기 때문에 더 무겁고 주체가 안됐어요. 가죽, 울 등의 소재였기 때문에 한 벌을 만드는데 8야드, 8미터 정도씩 사용되어서 너무 무거웠어요. 그리고 체력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데 2주 정도씩 밤을 새우고 그전에 프레젠테이션 미션 때도 1주일은 밤을 새우고, 그전에 실기 시험 준비 때문에도 하루 이틀을 밤을 새웠어요. 하지만 이것은 단련이 돼야 하는 문제이죠. 앞으로도 이런 작업들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체력 단련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신아롱 디자이너의 과거와 현재- 패션의 길을 걷다
그녀는 항상 당찬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디자이너의 길도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만 같다. 하지만 패션 업무를 본격적으로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패션과 전혀 무관한 식품공학과에 입학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 방향과 다른 학업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생활이 아니었다. 그녀는 26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옷 만들기’를 떠올린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편입 시험을 보았고, 그 결과 숙명여대 의류학과 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패션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Q. 패션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따로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중 고등학교 전교 미화는 제가 다 담당했어요. 운동회 때도 반 친구들 옷 입혀서 셋업시키는 것도 제 담당이었고요. 지금까지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손으로 하는 일은 자신 있어요. 추측컨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한복을 만드셨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를 도와드리면서 다양한 기술들도 손에 많이 익었고, 옷을 보는 것이나 옷에 대한 이해나 이런 것들이 이미 들어간 상태였던 거죠.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척 많아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작은 사무실에 네 명이 모여 한 달에 230벌의 샘플을 만들었어요. 그러던 중 탑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죠.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밤새 옷 이야기를 하며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메트로시티 대표님과 패션쇼 전체 디렉팅 관련 일도 했어요. 이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고요. 이후에는 두타에서 팝업 스토어 일도 했죠. 이처럼 많은 일들(동대문 시스템 베이스로 하는 패션 관련 일, 개인 브랜드가 하고 있는 서바이벌 작업, 기업의 후원을 받아 옷을 만드는 일, 내가 직접 돈을 벌어서 나의 브랜드를 운영해보는 일)을 통해 끈끈한 인맥들도 생기고 여러모로 좋았어요.
Q. 패션계에 입문하고 난 후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일단 잃은 것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패션 업계는 굉장히 감성적인 집단들의 뭉침이에요. 때문에 감성과 이성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힘들었어요. 또, 매매라는 것은 재화와 돈이 오고 가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팔려고 하다 보면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이 낮게 평가되기도 해요. 그런 점도 있고, 체력적으로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하지만 이 일은 장기적으로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관리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얻은 것은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패션이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자신감을 얻은 것. 이것은 제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굉장히 좋은 가치인 거죠. 다른 일을 했다면 이만큼의 자신감과 성취감,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의지 이런 것들을 갖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금전적 성공, 명예를 위해서도 물론 노력해야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이들이 전부가 아니에요.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 됐고 성취감과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패션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신아롱 디자이너가 패션의 길을 걸으며 주요 키워드로 꼽은 단어는 밸런스다. 패션은 감성과 감정을 위주로 돌아가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그녀는 이성적인 면이 강했다. 따라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밸런스는 그녀의 패션 철학에도 적용된다. 일반 소비자가 보는 패션과 디자이너가 보는 패션은 다르다. 일반 소비자의 눈과 디자이너의 눈의 밸런스를 잡는 것을 패션 철학으로 꼽은 것이다.
Q. 디자인 업무 중 패션 철학 & 영감을 얻는 곳은?
제겐 일반 소비자의 눈도 있고 디자이너의 눈도 있어요. 일반 소비자의 수준은 1, 디자이너들은 2정도의 수준이라 한다면 이 수준을 1.3 혹은 1.5 정도로 균형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것이 제가 가진 패션 철학이에요.
도형적인 부분과 치수,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요. 패턴과 소재, 그리고 그 소재의 성질에 따라 영감을 많이 받고 있죠. 소재가 어느 정도의 딱딱함을 내고 어느 정도 fluid한 성질을 내는지에 따라 작업도 달라지거든요. 이성적으로 강약을 빼주는 작업(소재가 강하면 디자인을 약하게, 디테일이 강하면 다른 부분에서 빼주고)과 소재의 특징, 형태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은 제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쪽에서 주로 영감을 얻고 있죠. 반면 컬러 컨트롤하는 것은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에요. 옷을 많이 입혀보면서 노하우를 찾아내고 이런 부분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미션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
내년 3월경, 경리단 뒷길에 숍을 계약했어요. 맞춤복과 셀프 웨딩을 주로 작업할 것 같아요. 가격대는 조금 있겠지만, 맞춤 여성복이 젊은 디자이너 느낌으로 만들어지는 곳이 요즘 별로 없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현재 패션 스쿨에서 패턴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직 패션과 관련된 동영상 강의가 없고, 패션 스쿨은 서울과 부산밖에 없는 상태예요. 그렇기 때문에 패션을 전공하는 친구들 중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방학 때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어디서든 누구나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구축하기 위해 작업에 착수했어요. 내년 3, 4분기 내로 낼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돈도 체력도 받쳐줘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항상 시간이든 돈이든 뭔가를 투자를 해야 경험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무언가를 얻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디자이너 장광효 선생님께서 작품과 인터뷰를 주의 깊게 봐주신 덕분에 서울 컬렉션 옷을 콜라보레이션처럼 올리는 작업을 잠깐, 쇼 중 몇 벌을 디렉팅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고민할 시간에 움직여라. 대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것”.
Q.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조언
먼저 패션 관련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크게 두 가지예요.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옷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옷은 팩트, 물건이죠. 이것을 어레인지하려면 내가 직접 입어봐야 해요. 이 소재가 주는 느낌은 무엇이고, 이 핏이 주는 느낌이 뭔지 알아야 하는 거예요. 또 하나, 나 의류학과야 라는 허세는 금물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의류학과는 정말 많아요. 현실에 나오면 사방에서 펀치가 날아오거든요. 현실적인 것을 보고 준비해서 나오길 바라요. 아,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밤샘 작업이나 프로젝트도 열심히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니까 늘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그리고 이건 모든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인데요. 무언가를 결정하는 순간까지 많은 학생들이 머릿속으로 계속 ‘이렇게 되겠지, 저렇게 되겠지.’ 생각만 해요. 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아요. 잘 될 것 같지만 잘 되지도 않고 못될 것 같지만 못되지도 않아요.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알고 이를 자기 스스로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있다면 그 사람은 뭘 해도 돼요. 하지만 저도 그랬듯이 어렸을 때는 고민도 많고 생활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 시간에 차라리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저지르고 난 후 아니다 싶어서 돌아와도 똑같아요. 대신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 하는 것을 찾아야 해요. ‘나는 결국 그걸(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을) 꼭 만나고 말 거야!’ 라고 생각을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가속도가 방황의 시기를 전부 만회해 줄 거예요.
취재 : 숙명통신원 13기 조민희(영어영문학부13), 김소영(경영학부14), 14기 이윤주(독어언어문화학과15)
정리 :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