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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수업 과제로 쓴 동화로 신인문학상 수상…최해솔 동문 “모두를 존중하는 이야기 쓸래요”

  • 조회수 1274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5-17
  • 제1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한 최해솔 동문(법학부 18) 인터뷰



최해솔 동문(법학부 18)은 스토리텔링 연계전공 강의 과제로 창작한 동화 ‘나는 슈퍼히어로로 살기 싫다고!’로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동화 부문)’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장르물의 클리셰에 짓눌리지 않고 유쾌하게 전복해 내는 호기로움으로 어린이 생활에 밀착하면서도 친근한 유머를 겸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다가오는 5월 15일, 웹진 <비유>에 또 다른 작품 <내가네점을먹어도될까?>의 게재를 기다리며 활발한 동화 창작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동화와 함께 매 순간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법학부 18학번 최해솔입니다. 미디어학부로 입학해서 법학부로 전과 후, 경영학 복수전공과 스토리텔링 연계전공을 했습니다. 지금은 수료 후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법학부 수료생에서 신인 작가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는데,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되셨나요?


스토리텔링 연계전공 수업 중 이상희 교수님의 <소설·동화창작실습>을 수강했는데요. 그때 기말과제로 <나는 슈퍼히어로로 살기 싫다고!>라는 작품을 제출했고, 교수님이 신인문학상 출품을 권유해 주셨어요. 그해에 해당 작품과 다른 작품을 대산대학문학상 동화 부문에 제출했는데 최종심에서 떨어졌고, 다음 해에 제15회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에 다시 제출해서 당선됐습니다.


3. 수상작 ‘나는 슈퍼히어로로 살기 싫다고!’를 소개해주세요.


어느 날, 열 살 민지가 우연히 예지력을 가지게 됩니다. 머리가 ‘찌릿’해지는 느낌과 함께 맨홀 아래로 사람이 떨어진다든지, 누군가의 옷이 버스 뒷문에 끼인다든지 하는 일이 보이기 시작해요.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책임감이 따르고, 민지는 점점 버거움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초능력위원회 본부장이 민지를 찾아와서 예지력을 회수해 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고, 민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4. <나는 슈퍼히어로로 살기 싫다고!>를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민지의 주체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어요. 하루아침에 예지력을 갖게 되면서 민지가 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자신을 위한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동화에서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엄마와 이영은 캐릭터를 만들 때 많이 신경 썼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조건 중 하나는 아이를 조금 어려워해야 한다는 거예요.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어른이 흔치 않지만, 제 동화에서만큼은 믿을 수 있는 어른을 그리고 싶었어요.


5. 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민지가 이영은 본부장을 만나고 초능력을 포기할지 고민한 후 당장은 초능력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어요. 쓰기 전에는 이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민지의 심정에 몰입하게 됐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번쩍!’하고 한 명만 더 구하고 초능력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이 서는 것으로 표현했죠.


작품을 쓰기 전에는 고민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반대로 플롯을 짤 때까지만 해도 그냥 넘어갔는데 막상 쓰면 걸리는 부분이 있어요. <나는 슈퍼히어로로 살기 싫다고!>는 다행히도 수월하게 쓴 작품입니다. 첫 동화라서 그냥 뭣 모르고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6. 동문님이 많은 연계전공 중 스토리텔링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스토리텔링 연계전공 수업을 통해 제가 원하는 창작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동화, 대본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물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특히 실습수업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당연히 과제가 힘들고 벅찰 때도 있었지만, 결과물을 만들고 서로의 글을 합평해 주는 과정에서 많이 발전할 수 있었어요. 저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들으며 저도 모르는 제 습관과 구성적 허점을 발견해서 좋았습니다.



7. 본 전공인 법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내용도 작가가 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법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건 인생 전반에 늘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법학은 명료함이 중요한 학문이다 보니 사실관계를 중시하고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제 동화가 모호하지 않고 분명하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전공 공부를 할 때 읽었던 판결문의 영향이나 전공 논술 시험을 준비했던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8. 동문님은 본 전공과는 다른 길을 택했는데 동화 창작을 위해 어떤 특별한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영상동아리 활동을 하고, 학생 영화에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했습니다. 영화와 동화는 스토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애니메이션이나 아동이 주인공인 영화를 찾아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둘은 분명히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독서도 많이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어요. 여러 단편 동화와 등단작을 살펴보며 최근 동화의 경향과 구조를 파악했습니다. 특히 최근 등단작을 공부하고 장단점을 분석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9. 동문님은 어린이 생활에 밀착하면서도 친근한 유머를 겸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창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가요?


동화는 교육적인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를 존중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어린이의 주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과정에서 자기검열을 많이 하게 됩니다.


또 동화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이다 보니 아이들이 굳이 동화를 읽지 않아도 즐길 것은 너무나 많잖아요. 동화는 유튜브, 애니메이션, 웹툰 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모든 것과 경쟁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사와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전개와 소재를 흥미롭게 하려고 애쓰죠.


10. 동문님이 느끼는 아동문학 창작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조금 이기적인 마음인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동화를 쓸 때 스스로가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동화를 쓸 때면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지금 너무 못되지 않았나, 이런 정신머리로 동화를 써도 되나 하고요. 글을 쓰는 일이 대개 그렇지만 아동문학은 계속해서 성찰할 기회를 줘요.


한 번은 창비 어린이계간지 합평회에서 선생님 한 분이 <나는 슈퍼히어로로 살기 싫다고!>를 반 아이에게 보여줬는데, 그 아이가 자기는 한 번도 민지처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과도하게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요. 어린이 독자에게 들은 첫 번째 감상이었어요. 


그 말을 듣자 울컥하는 한편 동화를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대단한 교훈이나 인생의 지침은 되지 못해도 어린이가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거나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만 해도 정말 큰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아동문학 창작의 큰 매력입니다.


11. 앞으로 동화를 통해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특정한 메시지를 주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한 작품 한 작품 쓸 때마다 내가 어떤 세계에 천착해 있고, 어떤 이야기를 자꾸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두 개의 큰 축이 있는데 하나는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너무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름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2. 동화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는 교훈이 담겨있는데요. 동문님이 어른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동화책은 무엇인가요?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루리 작가님의 <긴긴밤>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동화를 쓰며 사는 게 맞을까 생각하던 중 이 책을 접했고, 계속 동화를 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성장과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저는 펑펑 울면서 읽어서 눈물 흘릴 각오 하고 읽으시길 바라요!


13. 동문님 작품 중에서 지금 같은 꿈을 꾸는 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지렁이가 만든, 깊게 파인 동그라미 옆으로 땅을 파서 길을 터주었다. 지렁이는 나뭇가지로 만든 짧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담차게 앞으로 나아가더니 이내 풀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5월 15일 웹진 <비유>에 게재된 작품 <내가네점을먹어도될까?>에 있는 구절입니다. 주인공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지렁이를 보고 나뭇가지로 길을 터주면 지렁이가 그 길을 따라 원을 탈출하는 내용인데요. 


대부분의 창작이 그렇듯 동화를 쓰는 것도 정해진 공식을 따라가기보다는 매 순간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누군가 터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지렁이처럼 담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기획취재팀 22기 김선형(정치외교학과 22), 23기 서희(가족자원경영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