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사이트맵 열기

사이트맵

 
모바일메뉴열기 모바일메뉴 닫기

SM인터뷰

INTERVIEW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한복을 만들다, 모던 한복 디자이너 황이슬 동문

  • 조회수 318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6-24
  • 모던한복 브랜드 '리슬' 대표 황이슬 동문(의류학과 대학원 석사)


한국과 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한복 디자이너 황이슬 동문(의류학과 석사 14). 꿈과 열정만으로 한복 업계에 뛰어든 그는 이제 당당히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이자 한복 브랜드 대표로 모던 한복의 매력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2022년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밀라노 패션위크에 한복 브랜드 최초로 참석했고, 올해는 두바이에서 열린 ‘K컬처 페스티벌 두바이 2024’에도 초청받았다.


이제는 한복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패션 장르로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한복과 함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황이슬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주에서 18년 차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황이슬이라고 합니다. 대학 시절인 2006년 한복 브랜드 ‘손짱’을 런칭했고, 현재는 모던한복 브랜드 ‘리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첫 브랜드 손짱에 이어 새로운 브랜드 '리슬'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첫 브랜드였던 ‘손짱’은 예복 중심의 한복을 다뤘어요. 그 덕분에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예식을 위한 예복을 중심으로 한복을 알릴 수 있었고 많은 분이 한복을 입어 주시기도 했어요.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왜 항상 한국은 특별한 날이나 예식의 용도로만 한복을 입는 걸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한복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옷이자 지켜야 할 문화라고 하지만, 정작 거리에서는 한복을 보기 어려운 현실이 의아했어요. 그래서 한복을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입히고 싶다는 생각에 리슬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3. 17년째 퓨전 한복을 디자인하면서 세운 동문님만의 철학이 있나요?


‘지금 당장 입을 수 있는 한복’이 브랜드의 탄생 배경인 만큼, 실용성과 현대의 동시대성을 중시합니다. 제가 만든 모던 한복이 전통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지 누군가 물으면, 현대인의 생활 양식에 맞게끔 진화한 것이지 과거의 것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한복을 당장 입을 수 있으려면 실용적이어야 하는데 조선시대 한복 그대로의 모습, 형태, 소재로는 어려워요. 그래서 활동하기 쉽고, 언제든 세탁해도 문제없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한복은 우리가 속한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유행과 현대적인 미감을 반영하고 있어야 해요. 즉, 연령층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 퓨전 한복과 전통 한복은 디자인 외에도 색이나 소재 등 세부적인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고, 동문님은 어떤 점을 주로 고려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한복은 매우 달라요. 저는 보통 옷을 만들 때 색, 선, 무늬, 패턴, 소재 등을 고려하는데요. 전통 한복의 선은 유지하면서 색과 소재만 바꿀 수도 있고, 실이나 패턴 자체는 전통적인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무늬만 현대적인 것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일부 요소를 현대적인 것으로 바꿔 가는 작업을 하는데, 사실 한복 제작에는 정해진 법칙이 없어요.


깃이나 고름이 없는 한복이나, 소매가 좁거나 넓은 한복도 있고, 형태는 제 감각대로 섞는 것이라서 특별한 방향이 있는 건 아닙니다. 대신 저는 주제를 많이 고려하고 메시지에 따라 한복의 요소를 변화시키곤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돌의 무대 의상을 제작한다면 몸의 동작이 방해받지 않도록 실용적인 패턴을 고려하고, 시각적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므로 색감이나 소재에 많은 변화를 주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죠.


5. 동문님은 한복에 대한 세계인의 공감을 목표로 끊임없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요. 한국인과 외국인을 위한 한복을 만들 때 각각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지 궁금합니다. 큰 차이점이 있나요?


국가별 선호도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브랜드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 미국은 아무래도 사이즈를 가장 고려합니다. 아시안과 미국인의 발달 체형은 꽤 다르기 때문에 같은 L 사이즈라도 패턴이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현지 문화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희가 밀라노 패션위크에 나왔을 당시 메인 디자인 컬러를 보라색으로 잡았는데, 바이어 한 분이 이탈리아 어떤 지역에서는 보라색이 장례에 사용되는 죽음의 색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현지 문화를 완전히 공부해서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의 메시지가 일방적인 메시지가 되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그 뒤로는 한복의 현지화에도 중점을 두면서 문화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6. ‘K컬처 페스티벌 두바이’에서 한복의 매력을 중동까지 전파하면서 어려운 점이 참 많았을 것 같아요. 외국인이 생소한 한복을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한국인도 막상 저고리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청바지와 저고리를 함께 입고 다녀보라고 하면 용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잖아요. 한복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국인에게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외국인의 관점을 더 고려해 진입 허들이 낮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상에서 흔히 입는 티셔츠에 한국적인 무늬를 더해 입문하기 쉬운 아이템을 만들어 소개하는데, 저는 이런 것도 넓은 의미에서 한복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복은 말 그대로 ‘한국인의 옷’, 즉 한국의 얼이 담긴 옷입니다. 꼭 깃, 동정, 고름이 달린 것만이 아니라 한국적인 미감과 한국의 정신을 담은 것도 ‘21세기형 한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차원의 티셔츠, 바지, 코트, 외투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거죠. 



7. 모던 한복 패션쇼를 개최하고 BTS의 한복 의상을 제작하는 등 한복 디자이너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현재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동문님을 이끌어 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자기 성취력’이 제일 큰 원동력이에요. 스스로 개발하는 걸 즐기는 편이어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차근차근 이뤄가는 쾌감이 가장 큰 동기였어요. 목표한 것만 이루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목표를 이루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인정이나 명성, 경제력 같은 부수적인 것이 뒤따라왔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또다시 다음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이렇게도 한번 해볼까?’ ‘이런 것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빈틈없이, 그리고 멈춤 없이 계속 갈 수 있었습니다.


8. 한복에 관심을 가진 후 학부 전공(전북대 산림자원학과)과는 전혀 다른 숙명여대 의류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어요. 이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비전공자로서 의류학과에 넘어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했고, 제가 전주 출신이라 장거리를 매번 이동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어요. 또 그 당시에도 ‘손짱’을 운영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도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서울에 고시원을 잡았는데 그러다 보니 사업이 너무 방치된다고 느껴서 수업을 3일 정도로 몰아 듣고 나머지 나흘 동안은 다시 전주로 내려와서 일을 돌봤어요. 그렇게 2~3년 새벽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체력적인 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9. 그렇게 힘들게 생활하면서 동문님이 숙명여대 의류학과에서 새롭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을 배운 것이 커요. 그전에는 실무 중심으로, 저만의 창작 세계를 중심으로 옷을 만들었다면, 여태껏 생각지 못했던 더 큰 한복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죠. 보통 우리가 ‘한복’ 하면 조선시대 때 치마나 저고리 정도만 생각을 하잖아요. 저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고대 복식을 중심으로 석사 공부를 하면서 우리의 옷 역사가 훨씬 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정말 한복을 너무 좁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거죠.


제가 석사 논문을 ‘고구려 복식에 담긴 미학’을 중심으로 썼는데, 그 과정에서 미학의 재미도 알게 됐어요. 그저 눈으로 봤을 때 예쁘고 화려하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상과 시대상 같은 메시지를 의상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한복에 대한 제 세계가 풍부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10. 자신만의 브랜드 창업을 꿈꾸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한복 업계에는 한복의 대모라고 불리는 이영희 선생님이 계세요. 선생님은 한복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분은 여든이 넘어 한복 업계에 첫발을 들이셨어요. 20대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여러분은 남들보다 빠른 출발을 했고, 그 과정 자체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생각만큼 잘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은 아직 배움이 모자라고, 노하우가 없고, 사회적 경험이 적고, 경제력도 없는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저도 창업 초창기에는 생계가 안 될 정도로 벌이가 적어서 ‘정말 이걸 직업으로 삼아도 되나’ 고민할 때도 있었어요. 주변에서 저를 비웃거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들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결국 전문가 반열에 오게 됐거든요. 여러분도 절대 흔들리지 말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임세린(의류학과 21), 23기 서희(가족자원경영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