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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찬란한 빛의 순간들을 담다, 사진작가 황은정 동문

  • 조회수 2728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1-11-24

사진은 눈으로는 미처 담지 못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포착하기도 하고, 잊고 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일상 속 행복이 깃든 순간을 포착하여 전시를 통해 사진의 즐거움을 알리는 동문이 있다. 황은정 동문(작곡과 91졸)은 20년간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가르치며 살아오다, 눈부시게 쏟아지던 빛을 마음에 담은 그날 이후 사진작가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기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사진을 찍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황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빛에 강하게 유혹당해 빛의 예술인 사진에 미쳐 사진으로 꿈을 꾸며 신명 나게 사는 황은정이라고 합니다. 숙명여대 작곡과를 1991년 졸업했습니다.

 

2. 얼마 전 동문님의 두 번째 개인전 ‘빛 어울림’이 진행되었는데, 전시를 마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전시를 할수록 저를 돌아보게 되고 제가 누구인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전시를 통해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나를 만나고, 진정 내가 원하는 삶과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3. 이번 전시에서 ‘빛’이라는 소재를 통해 동문님께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으신가요?다음에 사진전을 개최한다면, 어떤 것을 주제로 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요즘 저는 부드러운 빛이 감싸는 정물 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빛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값없이 주는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 빛이 특별한 것이 아닌 존재를, 고귀하고 존귀하고 사랑스럽고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4. 우리대학 작곡과를 졸업하신 후 음악 분야를 거쳐 현재는 사진작가로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떠한 계기로 사진에 관심을 두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 빛내림 받았어요. 신내림처럼 말이에요(웃음). 20년간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던 저는, 그날도 오카리나를 꺼내 수업 준비와 연주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창으로 눈 부신 빛이 쏟아지던 봄날, 이상한 전율에 휩싸여 서랍 안에 잘 사용하지 않고 두었던 카메라를 꺼내 그 빛과 그 빛이 닿은 모든 것들을 찍었습니다. 온몸이 감전된 것 같은 뜨겁고 짜릿한 느낌을 받으면서요.

 

5. 사진을 찍으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영감을 떠올리시는지, 촬영 준비부터 시작해 하나의 사진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어떠한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나를 유혹했던 그 날의 짜릿한 빛’을 늘 품고 살면서, 집 안 구석구석 스며드는 빛과 어딜 가든지 내게 다가오는 빛을 음미해요. 그리고 제가 만들었던 사진을 다시 보고, 다른 작가들의 사진도 깊이 보며 끌림과 거북함을 감정적으로 느끼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곤 해요. 그러면서 대상을 찾고, 빛을 선택해서 촬영하죠. 사진 촬영을 위해서 언제든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집에 세트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외출할 때도 가방 속에 저의 분신처럼 사진기를 가지고 갑니다. 전 아마추어라 제가 찍은 사진은 모두 멋지고 버리기 아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전시할 때는 모든 사진을 다 걸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것들을 고르긴 하죠. 기준이라고 하면, 조금 더 ‘포근하고, 행복한 느낌이 잘 표현된 매력 넘치는’ 사진을 고릅니다. 전시장에 걸리지 않는 다른 애들에겐 많이 미안한 마음도 들죠.

 

6. 작가님의 작품 중에는 흑백 사진이 많은데, 혹시 사진을 주로 흑백으로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흑백 사진. 신비롭기도 하고 뭔가 특별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죠. 컬러는 화려하고 현란해서 시선을 뺏겨버려 순수한 빛을 제대로 보기 어렵더라고요. 흑백 사진은 요란한 컬러를 무채색으로 바꾸고, 빛과 어둠만 드러내잖아요. 흑백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향긋한 커피 향이 몸을 휘감는 듯해요.

 


 

7. 사진 활동에 있어서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가치가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진을 할 때 저의 존재감과 살아있음을 느끼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사진을 합니다.

 

8. 사진작가라는 직업은 어떤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업으로 돈을 버는 상업/전업 사진작가가 아니고, 저처럼 사진으로 나를 표현하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자신이 끌리는 빛을 분별하는 능력과 그 빛을 사진으로 컨버팅하는 기본적인 테크닉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요. 예술적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보고 느끼고 마음이 움직여지는’ 그 무언가를 마음에 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품고 있는 빛처럼요.

 

9. 사진작가로 활동하시며 뿌듯했던 경험 혹은 힘든 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제게 딱 맞는 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어요. 선생님은 제가 빛에 끌린 이유를 알게 해주셨고, 그 빛이 어떤 빛이며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어요. 무엇보다도 빛을 찾아 밖으로만 다니던 내게 그 빛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셨죠. 배우고 알게 된 것을 사진 작업과 전시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나눌 수 있었고, 그런 과정에 새로운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이 들었던 때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이해가 가질 않아 답답했을 때였어요. 그리고 가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거나 원하는 사진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는 화가 나기도 하고 맥이 빠지기도 하죠. 그럴 때는 ‘나는 능력도 없는데 욕심을 부리고 있나?’라는 자괴감도 들어요.

 

10. ‘사진’이라는 것은 동문님에게 어떠한 의미인가요?

사진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존재입니다. 흠뻑 빠져서 작업하는 과정들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11. 동문님께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화수분처럼 사진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작업하고 싶습니다. 내 숨이 멈춰지는 그 순간까지 사진을 하고 싶어요.

 

12. 사진을 사랑하는, 혹은 사진작가의 꿈을 가진 숙명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진 작업은 삶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순간순간 음미하며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돈이나 명예보다 더 귀한,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기쁨을 사진 작업을 통해 얻기를 바랍니다.

 

취재 : 숙명통신원 19기 김재희(미디어학부19), 김현경(영어영문학부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