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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예술로 건네는 위로, 미술 작가 이예지 동문

  • 조회수 399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2-01-17

예술은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감상하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켜켜이 쌓여 온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현재 ‘지미례’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예지(회화과 16학번)동문은 결핍이라는 감정을 시각화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위로를 건넨다. 부드럽고 포근한 이미지의 몬스터를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술 작가 이예지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 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16학번 이예지입니다. ‘지미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결핍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 미술 작가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로 표현하지 못한 저의 내면을 그림으로 그려내곤 했고, 그림 뒤에 숨어 저 자신을 표현해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위로를 느꼈습니다. 이런 감정을 저 자신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제 그림을 봤을 때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3. 현재 ‘지미례’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데 예명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거창한 뜻이 담긴 이름은 아니고 제 본명인 ‘이예지’에서 자음을 바꾸고 순서를 다르게 조합해서 만든 예명입니다. 작업할 때의 나와 평소의 나를 분리해주기도 하고 제 작품의 이미지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4.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시는지, 대략적인 작업 과정이 어떠한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업의 주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다수의 이야기로 확장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받아 시작되기도 합니다. 되도록 제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영감을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나 보잘것없는 것들에 애정 어린 눈길이 가며 특히 자연물들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에 돌멩이나 화단이 종종 등장하기도 하고요.

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작업할 때 꺼내 보기도 합니다. 저는 완벽히 계획을 세우고 작품에 들어가기보단 대략적인 주제나 느낌이 잡히면 액자를 먼저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점토를 주물러가며 주제에 맞는 액자를 구상하여 만들어가고, 빈 캔버스와 재료들을 바라보면서 끊임없는 생각을 더 하여 손을 움직입니다. 작품의 주제의 토대가 된 영감을 끝까지 잊지 않고 가져가려고 하고 끊임없는 수정을 하며 제가 원하는 이미지에 도달하려 노력합니다.

 

5. 오일 파스텔과 펜슬로 표현한 부드러운 질감의 몬스터가 작품의 주요 소재인데요, 몬스터를 작품에 담아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남들에겐 하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이야기, 숨바꼭질하듯 마음속에 숨어있는 결핍들을 관찰해 작품 속에 담고 있습니다. 결핍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가 있고 존재만으로도 우리를 부족하게 만들곤 하지만, 끊임없는 생각과 시선을 채워 넣으면 그 자체로 결핍은 부정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결핍들을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할 수 있게 하려고 저만의 동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고, 무거운 결핍 이야기들의 무게를 덜기 위해 복슬복슬하고 따뜻한 질감의 펠트 소재들을 사용한 몬스터를 만들어냈습니다. 몬스터들은 알약 형태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몬스터들과 시선을 맞출 때 누군가의 결핍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행위의 끝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와 내면의 결핍을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20년에 그렸던 “숨바꼭질”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작품 형태의 가장 초기 작품으로 모든 작업의 기초가 되었던 작품이라 특히 기억에 남고 애정을 갖게 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리 집 거실에 걸어두어서 매일 보고 있습니다. ^^

 

7. 작업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제가 원하는 이미지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을 만들어버리면 스스로가 제일 힘들거든요.

 

8. 현재 예술 활동을 하면서 도움이 된 숙명에서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주 사소하게는 학교 작업실 창문 밖 남산을 넘어 들어오는 노을빛을 받으면서 그림을 그렸던 경험부터 동기들과 밤새 작업 얘기를 하며 서로의 앞길을 응원했던 경험, 앞길이 막막할 때 그냥 해보라며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던 교수님들의 말씀들이 참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 덕분에 프랑스에 있는 자매 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오르세 미술관 근처에 있는 전시장에서 전시도 할 수 있었는데, 그때 한 모든 경험과 수업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에 남아 제가 미술을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한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회화과 동기들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제게는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는 동료들이 있는데 모두 숙명여대 회화과 동기들로 이루어진 “무빙(없을 무 無, 의지할 빙憑/mubing)”이라는 아트크루입니다. 무빙은 예술가들 간의 연대가 중요한 것을 느낀 동기들이 모여 만들어졌으며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생산활동, 연대 활동을 고민하고 활동하고 있는 크루입니다. 제가 대장이에요. ^^ 미술은 절대 혼자선 할 수 없는 작업인 것 같아요. 아마 같은 길을 걸어가는 저희 동기들이 없었으면 금방 무너졌을 거예요. 숙명의 동기들이 제가 지금 걸어가는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9.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도전해 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술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에 도전해 보고 싶고 새로운 길들을 개척해나가고 싶기도 합니다. 최대한 모든 경험을 해보고 그걸 바탕으로 작업 활동을 해나가고 싶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예술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10. 그림을 사랑하는 학우들, 그리고 미술 작가를 꿈꾸고 있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꾸준하게 열심히 해보는 것만큼 후회를 남기지 않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미술을 하다 보면 남들 말에 휩쓸리고 주변 환경들에 영향을 받는 일들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상념에 빠지기보단 손을 움직였고 그게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회는 어디서 올지 모르는 것 같아요.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단단하게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들어 후배들한테서 조언을 구하는 연락들이 많이 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 많은 일에 도전해 보고, 먼저 길을 닦아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제가 설 수 있는 자리에서 먼저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 숙명통신원 20기 김다정(미디어학부 20), 김세희(역사문화학과 21)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