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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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지구의 반대편에서 학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가르치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 교수 이아람 동문

  • 조회수 412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1-10-15

“홍길람을 아십니까?”

홍길람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캠퍼스를 누비며 치열하게 대학생활을 보낸 이아람 동문의 별명이다. 메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이아람 동문의 대학 생활은 아주 보편적인, 한국인다운 대학 생활이었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길을 걷기보다 진심으로 원하는 꿈을 찾아 나아갔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이아람 동문이 숙명인에게 대학 생활 중 진정으로 얻어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 숙명통신원과 만났다.

 


 

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자대학교 홍보광고학과 05학번 이아람입니다. 미국 메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에서 PR과목을 가르치며, Strategic Communication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new media 혹은 technology가 심리적 거리감을 갖는 사회 문제들에 관해 커뮤니케이션할 때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 국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NGO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재학할 당시에는 SIWA와 ENVOY같은 리더십그룹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과 봉사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졸업 즈음에는 Save the Children Korea에서 대학생 옹호팀 리더로 일했는데,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5살이 되기도 전에 죽어가는 해외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현지에 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대학에 국제 관계학 수업을 가르치러 오셨던 미국 교환 교수님께 상담하게 되었고, 교수님께서 인도가 위험하지만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라 추천해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인도에서 만났던 사회운동가의 연락처를 주시면서 그분이 하시는 캠페인 단체에 연락해보라고 하셔서 저는 무작정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저는 한국의 숙명여자대학교에 다니는 이아람이고, 캠페인에 가서 봉사하면서 배우고 싶은데, 그럴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냐?’라고요. 요즘이라면 신종 피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그분은 뜬금없이 한국에서 날아든 연락에 와도 좋다는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로 비행깃값을 모아 인도로 가서 3개월 동안 캠페인을 도왔습니다. 인도에서의 경험은 생각지 못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했는데, 소중한 깨달음 중 하나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지식으로 누군가의 삶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제가 대단한 능력이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 당연하지만 저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전문성을 쌓는 많은 방법 중에서, 제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 계속 배우고 공부하며 연구할 수 있는 석사와 박사 프로그램에 진학하기로 했고, PR 프로그램이 다양한 미국 유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석·박사를 끝내고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교수로 취직하게 되면서 여전히 공부 중입니다.

 


 

3. 아무래도 타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문화나 생활환경 차이와 관련해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가졌던 미국에 대한 생각은 다양성이 있는 사회였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개성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학을 시작하고 곧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미디어나 관광을 통해 알게 된 많은 도시는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그곳을 제외한 많은 도시와 사회들은 기대한 만큼의 다양성이 없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다름”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두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노력이 익숙하지 않은 사회 혹은 사람들을 만나서 외국어로 처음 공부를 시작했던 석사 초반은 더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어느덧 미국에서 지낸 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많은 것들이 자연스럽고, 익숙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으로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사회에 스며드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4.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느낀 한국 대학과 외국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느끼는 차이점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임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본 적은 없지만, 제가 공부했던 시간을 떠올려보면, 우선 학생들의 상황과 대학 생활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단편적으로 저는 미국 대학생 중에서 도서관이든 강의실이든 그 어디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공강, 수업 직전 명신관 강의실에서 혹은 숙대 도서관 지하 열람실에 살림살이를 챙겨와 둥지를 틀고 공부하며 잠자고 그랬던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미국 학생들은 ‘졸리면 집에서 자지 왜 밖에서 자는 거지?’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우리의 대학 생활은 틈틈이 잠을 녹여내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할 만큼 해내야 할 것들이 많은 필수적인 서바이벌 같다면, 미국 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좀 더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의 생활은 비교적 자유롭고, 개인의 선택으로 결정됩니다. 누가 무슨 공부를 하던, 누가 어떤 스펙을 쌓던, 내가 관심이 없거나 특별히 필요한 일이 아니면 따라 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학생들도 졸업 이후 취직을 해야 하지만, 취직을 위해 하는 것들은 다양한 활동과 인턴십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 생활이 취업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바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캠퍼스 이곳저곳에서 번쩍번쩍 나타난다고, 친구가 “홍길람”이라고 불러주기도 했지요. 한국의 대학생들은 정말 세계 어느 대학생들보다 열심히 밀도 있는 대학 생활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정말 원하고 필요한 것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탐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5.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전문성과 전공 관련 지식을 더 쌓기 위해 석사를 시작했지만, 석사를 끝냈을 때는 아직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의 학교생활은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서, 사회에 나오기에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오히려 사회에 나올 기회는 줄어듭니다. 대부분은 연구자 그리고 교육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자연스레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교수라는 직업은 계속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고, 그 결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관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서 사회와 교류할 수도 있고, 또 배운 것들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6. 교수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셨을 텐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사학위를 마칠 즈음이면 박사 예비 졸업자들도 드디어 취업 준비를 시작합니다. 대부분 교수가 되기 위해서 지원자료들을 준비하는데, 도대체 내가 취업할 확률이란 것은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감도 안 오고 그저 기약이 없이 계속 도전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취업 준비 기간은 누구에게나 다 비슷하고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준비를 했던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며 서로 위로하면서 버텼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항상 어려운 시기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죠.

그 시기에 제가 한 노력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아침마다 ‘그래, 어차피 될 놈은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호수를 한 바퀴씩 걸었던 것입니다.

나는 똑같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서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좋게 보지만 다른 곳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나’인데, 어차피 나는 나를 좋아해 주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저 학교가 나를 떨어뜨려도 낙담할 것 없다, 나를 안 좋아하는 곳은 나도 싫다,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나는 결국 ‘될 놈’이다!‘ 저는 계속 지원서를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곳에 보냈습니다. 이게 제가 개인적으로 연락해 오는 후배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네가 그 될 놈이라고! 불확실하고 힘든 시기에 속으로 몰래 이런 생각을 가져보면 도움이 됩니다.

 

7. 교수로서의 가치관과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학생들이 대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기 전에 꼭 생각했으면 하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시작될 취업 전쟁을 위해서 실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경험 쌓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하기에 인턴십 경험을 다양하게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대학교의 수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관점을 넓히는 것입니다. 다양한 학문의 수업을 접하면서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식의 사고를 배우고 머리를 넓히는 것. 그것이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얻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는 것도 사실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생각의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서죠.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것이더라도 이해해보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코로나로 인해 많은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학교가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장단점이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스케줄을 짜고 시간 관리하는 데 유리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개인의 수준에 따른 자료를 제공하면서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엑세스와 환경적인 문제들로 오히려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의지가 없다면, 마음도 쉽게 로그아웃되죠. 향후 통합과 온라인 교육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라면 그 환경에서 학생들이 더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학교와 교수진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적극적 노력도 필요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고, 최소한 그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가지 않게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매 학기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온라인 세팅에서 참여하고 더 배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특수한 상황으로 뉴 노멀(new normal)을 만드는 일에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 동문님의 미래 계획 혹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지금도 배워야 할 게 많지만, 더 노력해서 전문성을 쌓아 Nonprofit(비영리 단체)과 함께 일해보고 싶습니다.

 

10. 마지막으로 미래의 교수를 꿈꾸고 있는 숙명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떤 미드에서, 변호사인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찾아온 교수에게 “‘가난한 아카데믹’에게 내 딸을 줄 수 없네!”라고 아버지가 말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역과 학문에 따라 사회적 인식이나 연봉이 다르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묘사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교수라는 직업은 엄청난 사회적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무자들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모든 전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공부하고, 그것이 내 실적이 되어 평가받고, 항상 반짝이는 미래의 희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의미도 있고 멋진 직업인 것은 확실합니다.

혹시 호기심이 생겼을 때 깊이 파보는 것을 즐기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때 즐겁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인생의 길 중에 한 번은 생각해볼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관심이 있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연락해주세요! 여러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9기 부지예(한국어문학부 20), 20기 박시현(홍보광고학과 20)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