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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전 세계를 무대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통번역사 최현지 동문

  • 조회수 4749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1-11-01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언어의 일치가 필수적이다. 언어가 다른 둘 이상이 대화하기 위해서는 뜻의 이해를 도와주고 화자의 의도를 전달해주는 가교, 통번역사가 필요하다. 서울시청의 인하우스 통번역사로서,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다리 역할을 자처한 통번역사 최현지 동문(영어영문학부 10학번)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영문학부를 10학번으로 졸업하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시청에서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최현지입니다.



 

2. 통번역사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통번역사가 되어야겠다’라고 확실하게 꿈을 꾸기보다는, 항상 통번역사에 대한 생각이 저를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걸 너무 좋아해서, 늘 영어와 함께했던 삶을 살았거든요. 숙대를 졸업하고, 막연한 꿈만 가지고 있던 상태에서 끊임없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보통 사람들처럼 대기업 공채와 같은 취업 준비도 했었고, 인턴도 하면서 여러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문학부로 졸업을 하다 보니까, 영어 교육 등과 같이 갈 수 있는 길이 대략 비슷해서 테솔 전문 자격증 강의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제 마음속에 계속해서 자리 잡고 있던 통번역사, 그리고 통번역 공부에 대한 갈증으로 인해 통번역사가 되기로 다짐한 것 같습니다. 학부생 시절, 3~4학년 때 들었던 번역·통역 수업들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때 정말 재미있게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교수님들과 진로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제 마음을 먹고 공부를 해서,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3. 통번역사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통역의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뜻이 통하도록 말을 옮겨준다’라고 나오거든요. 저는 핵심이 ‘뜻이 통하도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통번역이라고 했을 때, 그냥 언어를 단순히 치환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그래서 제가 일을 나가면 ‘통역해주세요’, ‘번역해주세요’처럼 가볍게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간단한 단어나 의미여도, 우리나라 말이 정확하게 대응어가 되는 영어가 없을 때가 아주 많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권에 있는 사람은 문화나 정서도 다르고, 심지어 사고방식 자체가 많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통역이나 번역이 단순히 언어를 a에서 b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뜻의 이해를 도와주고 화자의 의도를 말과 함께 전달해주는 전달자이자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번역사는 전반적인 서로의 소통을 좀 더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이라고 정리해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통역과 번역 모두 서로 다른 언어 사이에서 소통의 주역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 말과 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동문님께서는 통번역사로 활동하시면서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시나요?


통역과 번역 모두 뛰어난 언어적 소양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 등 기본이 되는 능력이나 요구되는 자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 작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요구되는 기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통역의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다면 이에 대응되는 표현이나 단어를 어떻게 선택하고 사용할 것인지 순간적인 판단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시에, 통번역사도 사람이다 보니 감정을 느끼고, 통역하는 자리의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마인드컨트롤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여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통역보다 섬세하고 꼼꼼한 작업 능력을 요구합니다. 번역도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서울시청의 예를 들면 연설문, 말씀자료부터 공식 서한, MOU 등까지 다양한 번역수요가 있어요. 그러면 이 문서들은 서울시정 관련 내용이라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으나 자료에 따라 문체나 어투가 달라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연설 자료를 서한처럼 쓰면 읽는 사람은 어색해지고, 듣기도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통역과 번역은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에 대하여 항상 생각하고, 이에 맞추어 일을 수행해야 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저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도, 작업을 할 때도 최대한 그 유연함을 머릿속에 가지고 일을 함으로써 통역과 번역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5. 통번역사로 일하며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제가 통역을 했던 회의나 면담에서 참석한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때 뿌듯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많은 면담이나 회의에서 통역을 끝내고 상대방이 알아줬을 때인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과 주한미국대사간의 오찬 통역이 생각납니다. 식사 자리에서의 통역이 쉬울 것 같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가 오고 가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그날도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정치, 종교 이야기까지 폭넓은 주제가 오가서 시간을 다투며 열심히 통역을 마쳤어요. 대사님께서 마지막에 제 눈을 보며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뿌듯했습니다.

 

6. 그럼 반대로 통번역사로 일하며 겪는 고충이나 힘든 점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통번역 자체가 상당히 힘든 작업입니다. 통번역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언어만 잘한다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행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자료 제공이 미흡할 때가 많습니다. 사전에 참고할 자료가 제공되지 않거나, 요청해도 부족한 자료가 와서 저는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따로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 준비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또 하나는 사전에 소통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행사는 변수가 많아서 직전에도 상황이 바뀔 수 있는데 제게 전달이 안 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준비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일까지 겹치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7. 통번역사가 되기 위해 언어 능력 이외에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저는 통번역사의 자질을 피라미드에 빗대어 말씀드리곤 하는데요. 언어는 기본이자 가장 넓은 영역입니다. 단순히 외국어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잘해야 하거든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한국어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통번역할 때, 한자어나 함축적 표현이 많아서 제대로 된 의미를 알려면 국어사전을 많이 찾아봐야 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적인 호기심입니다. 내적인 동기부여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뉴스에서 무슨 이슈가 터졌다고 왜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생각해보는 게 통역사의 자질이거든요. 배경에는, 그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마인드맵 그리듯이 공부를 해나가면 지식은 저절로 쌓이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통역이 들어와도 조금 덜 낯설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돼요. 이런 수준의 지식을 쌓아놓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준비성인데요, 아주 꼼꼼하고 섬세한 리서치 능력이 필요합니다. 면담 참여자들의 배경을 알아야 더 자세한 통역이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어 IT전문가가 와서 갑자기 문화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죠? 그분들의 프로필이나 분야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아두면 통번역을 할 때 디테일한 부분을 잘 커버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세 칸이 잘 완성이 되고 나서 필요한 요소는 마인드컨트롤과 순발력입니다. 항상 부담되는 자리이지만 앞에서는 지속해서 여유 있는 표정과 마음가짐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것은 연습하다 보면 또 어느 정도 몸에 잘 배는 것도 있답니다. 동시에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상황상 이해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 설명을 조금 더 풀어서 해드리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서울시 정책의 이름 같은 경우 매우 축약적인 것이 많습니다. 찾아가는 주민센터, ‘찾동’ 처럼요. 이럴 때는 외국인분들이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리는 것도 조금의 순발력과 여유라고 생각해요. 통역사는 그런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 같습니다.

 


 

8. 숙명여대에서의 경험이 동문님께서 통번역사가 되시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들었던 여러 수업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번역 수업을 수강했을 당시, 교수님께서 수업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 오셨어요. 이론 수업은 일방적인 진도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수업만큼은 교수님의 활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극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수업들을 통해 번역에 흥미를 갖게 되어 통번역사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교양수업에서 5년 후 자기 모습에 대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 과제를 준비할 당시 통번역 공부를 결정했을 때가 아니었지만 미래의 모습으로 통번역사에 대해서 발표했고, 과제를 준비하면서 통번역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통번역사에 대한 길을 그려볼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9. 통번역사를 꿈꾸는 학우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이나 경험이 있나요?


통번역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 언어를 다룬다는 점 외에도 많은 분야를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IT까지 통번역의 대상에 따라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사람을 만난다’입니다. 통번역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이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저는 어떠한 경험이나 활동도 교훈이 없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최악의 경험에서도 배울 점이 있었으니, 나중에는 그 경험이 하나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학생일 때 외국인이 많이 오는 햄버거 가게나 화장품 가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는 용돈벌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만 하다 보면 사람을 상대하는 법 등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학생일 때 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보았으면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보도 얻고 말하는 방법도 익혀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10. 통번역사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통번역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겸손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접하는 사람들이 항상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기에 지식, 언어적 실력 등의 측면에서 자신을 늘 객관화해서 보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지냈으면 합니다. 물론 기저의 자신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렇게 하면 좋은 통역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 자신의 실력에 겸손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통번역사를 꿈꾸는 우리 학우분들,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취재 : 숙명통신원 19기 김현경(영어영문학부19), 19기 진소영(미디어학부20), 20기 박시현(홍보광고학과20)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