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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일상을 시와 함께 살아가다, 시인 조영란 동문

  • 조회수 2018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1-11-18

돌아온 차가운 겨울, 모두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가장 훌륭한 장작은 바로 문학일 것이다. 시 ‘눈사람 만들기’의 첫 구절 ‘얼마나 마음을 단단히 뭉쳤는가가 이 작업의 묘미입니다’에서 볼 수 있듯, 조영란 동문의 시는 눈사람을 만드는 겨울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열고, 비로소 독자들의 일상에 온기를 전달한다. ‘나를 아끼는 가장 현명한 자세’,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의 저자인 조영란 동문(식품영양 84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 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조영란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1984년에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고 현재는 강원도 원주에서 살며 시를 쓰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영란 동문 사진

 

2. 지난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비교적 최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시인의 꿈은 언제부터 가지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2016년에 등단했으니 햇수로 6년이 되었지만 졸업 연도에 비해 등단이 많이 늦은 거지요. 학부 때 전공과는 다른 문학의 길을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마음속에 제가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그늘이 있었다고 할까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여백 같은 것이요. 뱉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 부스러기들이 살면서 쌓여 왔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인으로 나를 이끈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3. 일상 속 감각들에서 시어를 꺼내오는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시를 지을 때 특히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제게 영감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내가 만나는 사람과 사물 모두에게 빚을 지고 사는 거지요. 멀리서 찾지 않습니다. 특히 내 곁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응시합니다. 그렇게 내가 불러낸 사물들의 배후와 말들의 관계 속에서 삶과 연결 지어 질문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내면에서 들끓고 있는 나를 만나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이 나의 시작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시를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시를 쓰기 전에 시를 사는 것이겠지요. 시를 잘 쓰지만 시를 살지 못하는 시인도 많으니까요. 타인의 삶을 흉내 내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창조적 예술가의 길을 걷는데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5. 창작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슬럼프를 겪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슬럼프를 극복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슬럼프는 계속 오지요. 특히 시집을 내고 나면 한동안은 글을 못 써요. 슬럼프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겪고 지나가도록 그대로 둡니다. 슬럼프도 삶의 과정이니까요. 그렇게 헤매고 나서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거나 필사를 합니다. 그렇게 내 안에서 쇠잔해진 시의 세포들을 깨웁니다.

 

6. 작가님께 있어 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시는 삶의 형식입니다. 너절하고 누추한 삶의 질료들을 모아서 시를 쓴다는 것은 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시는 내 안의 상처와 결핍을 언어로 다스리는 문학적 실천이라 하겠습니다.

 

7. 지금까지 창작하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첫 시집에 실린 ‘잉어의 시간’입니다. 마지막 남은 살점까지 다 털어 주고 죽은 잉어의 모습 속에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모두의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고통의 밑바닥도 주저하지 않고 감내하는 그 순간을 경외라 했던 것입니다. “홀로 입관하고 홀로 깊어지는 것”, 저는 이 시를 무척 아낀답니다.

 

8. 2021년에 두 번째 시집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를 출간하셨는데요, 다음 시집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살짝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8년에 첫 시집 ‘나를 아끼는 가장 현명한 자세’를 출간하고 올해 7월에 두 번째 시집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를 출간했습니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창작지원을 받게 되었는데요, 시집 출간을 지원받는 세 번째 시집은 늦어도 2023년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9.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을 숙명인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자신과의 직면을 겁내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자기 삶의 미열을 언어로 다스리고 결핍을 축적하는 힘을 기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핍이야말로 시를 쓰는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성실하게 세끼 밥 먹듯이 매일 한 줄이라도 자판을 두드려 시의 근육을 키울 것을 추천합니다. “시를 쓰고 있는 한 당신은 시인이다.” 어느 시인이 한 말을 저도 후배들에게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부디 지치지 말기를.

 

 

취재 : 숙명통신원 19기 부지예(한국어문학부 20), 20기 김세희(역사문화학과 21), 안소현(영어영문학부 20)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