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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기회를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아동권리 NGO 굿네이버스 박신영 동문

  • 조회수 1159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3-08-30
  •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 박신영 동문(아동복지학부 12) 인터뷰


“저는 아이들을 마법사라고 생각해요. 저는 유한한 사람인데, 아이들은 저에게 자꾸 무한한 힘과 가치를 주거든요. 그런 존재를 만나는 것은 정말 마법 같은 일이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비정부기구) 굿네이버스에서 일하는 박신영 동문(아동복지학부 12)은 그 쉽지 않은 일을 기꺼이 실천하는 사람이다. 특히 아동을 위한 일이라면 망설임이 없어진다. 


아동을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 기회를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박신영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담아 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동복지학부 12학번 박신영입니다. 현재는 글로벌 아동 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 마케팅전략부 물품 후원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 대학에 진학할 때 아동복지학부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잘 살아낼 수 있다’ 18살부터 쓰기 시작한 제 자서전의 첫 머리말이에요. 제가 삶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또 좌절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저에게는 늘 과분한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사랑으로 지지해준 가족들과 응원해준 친구들, 그리고 이겨낼 수 있었던 수많은 여건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제가 당연하게 받았던 그 기회를 경험조차 해 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제가 부모가 될 수도, 또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도 못하겠지만 자신의 삶을 선택해 볼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기회를 나누는 삶’의 방법을 찾고자 아동복지학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3. 동문님은 전공과 연계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데, 대학 생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은 무척 길고 험난했어요. 직장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들 하는데, 저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웃음) 우선 저는 아동복지학부의 3가지 세부 전공인 심리, 보육, 상담을 모두 선택했고, 음악치료나 범죄심리같이 제가 관심 있는 다른 분야의 수업을 청강하기 위해 다른 학교에 가보기도 했어요. 


아동복지학부 내 학회인 뮤지컬 인형극동아리 숙돌 29기 회장도 했고, 총학생회 국장도 도맡았으며, 다양한 각종 대외활동도 했습니다. 또한 캐나다로 어학연수에 가서 국제비즈니스 과정과 외국어교사 자격(TESOL)을 취득하고 한국에 와서는 한국어 교원 2급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굿네이버스 공채를 보고 합격해서 취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현재 직업에 이르기 위해서였던가?’라고 생각해 보면 그건 절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 줄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류시화 시인의 문장처럼, 사실 아직도 제가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참 많거든요. 


4. 굿네이버스는 아동 권리 전문 NGO 단체로 활동 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동문님이 맡고 계신 업무가 궁금합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물품 후원팀(GIK, Gift-in-kind)은 '물품'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는 팀입니다. 기업이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물품을 기부받아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 가장 적합한 현물을 제공하는 업무입니다.


작년에는 해외 파트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권역을 관리했습니다.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국가 매칭부터 운송, 무역 거래, 면세 승인까지 이르는 전반적 과정을 담당했어요. 올해는 국내 파트를 맡아 굿네이버스 전국 사단, 사복 사업장 관리와 지역아동센터, 그룹 홈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시설과 협업해 물품을 배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5. NGO 단체에서 일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차별한 경험이 있나요?


의도치 않게 제가 아이를 차별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장학금을 받아 한 아동을 오랜 기간 지원했는데, 저와 유대관계도 좋았고 모든 상황이 지원하기 이전보다 많이 호전돼서 꽤 성공적인 사례였다고 자부했죠. 사례 종료를 위해 아동의 집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일이 벌어졌어요.


제가 지원하던 내내 한결같이 아이는 장래희망이 ‘의사’라고 대답하며 언제나 수학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어요. 학교 선생님께서 아이가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고 알려주셔서 다시 물어도 계속 수학학원을 보내달라고 했었어요. 마지막 날 아이와 상담을 마치고 학원비를 결제하러 가려는데 아이가 제 팔을 당기더라고요. ‘선생님 저 미술 배우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이 얘기를 듣고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어요. 아이는 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돈이 많이 드는 꿈은 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마음을 몰랐던 저는 아이의 아픈 선택을 칭찬하고 응원했던 거예요. 이때 ‘아, 나도 모르게 내가 아이의 가능성을 재단했구나’ 느끼며 은연중에 아동을 차별했음에 부끄러웠어요.


6. 그때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는 잘 울지 않는 편인데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펑펑 울면서 첫째 날 상담일지부터 찾아서 영수증 하나하나 다시 살펴봤죠. 그리고 방법을 찾아서 아이의 손을 잡고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미술 도구도 한 아름 사서 집에 넣어주었어요. 그러고는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너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가 감히 판단해서 미안하다, 열심히 배워서 선생님도 꼭 너처럼 용기 있게 꿈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면서요. 사실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어요. 다만 아이가 잡아주었던 손의 온도를 늘 기억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7. 동문님은 앞으로 아동복지와 아동 권리보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복지는 곧 문화이고, 아동복지는 한 지역사회 문화의 근간을 이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아동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거든요. 그렇기에 아동복지가 반드시 아동만을 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동을 지원한다는 것은 아동이 포함된 가정, 학교, 또래 관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포함된 지역사회를 지원한다는 의미와 같아요. 문화는 어떤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잖아요? 반드시 서로가 세심하게 고려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8. 아동을 위해 살아가고 싶은 학생들이 대학 재학 중 할 만한 활동이나 키워야 하는 역량에는 어떤 게 있나요?


‘숙명’ 하면 ‘토론’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1학년 1학기에는 발표와 토론(현재 비판적 사고와 토론)이라는 교양필수 강의에 푹 빠졌어요. 4학년 언니들과 매일 저녁 시간에 모여 모의 토론하고, 나중엔 토론 대회까지 나갔을 정도거든요. 정말 돈 주고도 못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많은 기업이 왜 수많은 역량 면접 중 토론 면접을 보는지 아시나요? 바로 지원자들이 회의하는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회사에서 업무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소통’이라 생각해요. 다양한 주제에서 핵심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끊임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보는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9. 동문님께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아이들은 마법사라고 생각해요. 잠을 거의 못 자도, 몸에 멍이 들어도, 스트레스로 머리가 막 빠져도 ‘아이들을 위하는 최선’ 앞에서는 제가 참 망설임이 없더라고요.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잘 못 거는데, 동물에 관심 있다는 아이를 위해 퇴근길에 있는 동물병원에 들어가 수의사 선생님께 저희 아이의 멘토가 되어달라고 한 적도 있을 정도예요. (웃음)


저는 유한한 사람인데, 그런 저에게 아이들은 자꾸 무한한 힘과 가치를 줘요. 그런 존재를 만나는 것은 정말 마법 같은 일이라 생각해서 아이들을 마법사라고 표현했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기획취재팀 21기 손윤오(아동복지학부 22), 22기 송서현 (프랑스언어문화학과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