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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새로움으로 독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책의 힘이죠” 문학동네 편집자 박효정 동문

  • 조회수 1431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3-09-06
  • 출판사 문학동네 해외문학팀 편집자 박효정 동문(한국어문학부 16)


“지금껏 알지 못했던 사실과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알게 해주고, 읽고 난 후 삶에 작게나마 변화가 일어난다면, 하나의 목적은 분명하게 달성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삶의 고민에 해답을 제시하고, 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책을 통한 경험으로 스스로 성장해 왔기에, 좋은 책을 만들고 소개하는 기쁨을 느끼며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 편집자로 일하는 박효정 동문(한국어문 16)이다.


그는 조지 손더스의 <패스토럴리아>, 루시 폴리의 <하객 명단>, 로런 와이스버거 <삶이 당신에게 룰루레몬을 주거든> 등 국내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해외문학 작품을 편집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만들고,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게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고 싶다는 박효정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문학 편집자라는 직업을 어떻게 꿈꾸게 됐나요?


학부 2학년 때 교내에서 진행하는 동문 특강을 듣고 문학 편집자가 하는 일을 처음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그때 선배가 편집자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택하는 직업이지만 동시에 책을 순전히 물성을 가진 존재로 대할 수 있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어요. 문학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이상한 포인트에서 해소되는 기분이었달까요. 물성이 있는 것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2. 동문님은 한국어문학부를 졸업했는데 해외문학 편집자로 일하고 있어요. 한국문학과 해외문학은 무엇이 같고 또 다른가요?

 

사실 학부 때는 한국문학을 훨씬 많이 접했어요. 제 대학 시절을 생각하면 특정한 한국문학 작품들이 떠오르고, 그때 경험들은 여전히 지금의 저를 형성하고 있죠. 그 당시의 한국문학은 제가 살고 있는 현실과 굉장히 밀접하게 다가와서 더 좋았던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취업 준비 등으로 제 일상이 고단할 때는 그런 측면이 조금 피로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해외문학 쪽에 관심이 갔고, 본격적으로 여러 고전들을 접하면서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어요. 작품의 주제나 배경, 사고방식 등에서 정말 다채롭게 낯설다는 감각이 흥미로웠죠. 저한테 해외문학은 제가 속한 세계나 제가 쓰는 언어와의 필연적인 거리감 때문에 더 끌리고, 무궁무진하게 느껴져요.



3. 문학동네 해외문학팀 편집자로서 어떤 일을 하나요?


편집자 선배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편집자’라는 직업은 ‘감독’과 닮았어요. 편집자는 한 권의 책과 관련된 과정 전반을 책임지는 감독 역할을 해요. 특히 해외문학 편집자는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해외문학 작품을 선정하고, 번역된 원고를 교정/교열로 다듬어요. 그 과정에서 작품에 맞는 번역가를 섭외하고 저작권 전문가와 함께 관련 문제를 해결하죠. 디자이너와 함께 책의 만듦새를 결정하고, 출간 시점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마케터와 협업해서 직접 편집한 책을 알리는 것 역시 모두 편집자의 역할이에요. 


4.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업 윤리적으로 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이 있나요?


책이 독자들의 언어 습관이나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항상 의식하려고 해요. 편집자로 일하면서 이 세상에 오류가 없는 책은 없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독자들이 책이라는 매체를 신뢰하고 있기에 편집 과정에서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자세인 듯해요. 


오자와 오역을 수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적 고증을 살피거나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고자 해요. 입사 초반 때 선배 편집자께서 제가 편집 중인 교정지에 있던 ‘유모차’라는 단어를 ‘유아차’로 다 수정해 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되게 놀랐고 반성했어요. 폭넓게는 어떤 작품을 편집할지 결정할 때부터 작은 단어 하나하나를 선택할 때까지 매 순간 신중해지려고 노력합니다.



5. 문학동네는 편집자, 작가, 번역가 등 독파 메이트와 함께 책을 읽고 미션을 수행하는 '독파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어요. 독파 챌린지는 동문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담당 편집한 <당신이 필요한 세계> <삶이 당신에게 룰루레몬을 주거든> <패스토럴리아>의 독파 메이트로 독파 챌린지를 진행했는데요.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답변을 읽는 게 즐거워요. 이미 출간된 책에 대한 외부 피드백을 듣는 소중한 기회인 동시에, ‘내가 열심히 편집한 책을 읽으신 분들이 지금 여기 함께 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어요. 독파 챌린지 중 하나로 북 토크를 진행했을 때도 독자분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아 신기하고 벅찼습니다.


6. 독파 챌린지에서 ‘삶이 당신에게 룰루레몬을 주거든’이라는 책을 추천했듯, 여성 인물 서사에 관심이 많으세요. 여성 인물 서사를 다룬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삶이 당신에게 룰루레몬을 주거든>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삶의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에 휩싸인 세 여성이 어떤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 되고, 그 위기를 세 명의 팀워크로 극복하는 내용이에요. 저는 이런 여성 인물들의 생생한 불안과 뜨거운 우정, 무참한 실패와 사랑 이야기에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여성으로서의 제 정체성을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데요, 다양한 여성 인물 서사는 그런 저에게 많은 질문의 답이 되어줘요.


7. 어떠한 책은 특정한 시기를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읽었던 책 가운데 지금의 동문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무엇인가요? 


김애란의 <비행운>과 황정은 <백의 그림자>, 그리고 김행숙의 <사춘기>가 떠오르는데요. 특히 김행숙의 <사춘기>를 ‘현대시강독’ 수업에서 처음 접하고서 시라는 장르에 완전히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어요. 에너지로 가득한 텍스트를 접하면서 시라는 장르가 지닌 매력에 사로잡혔고, 더불어 문학 전반에 대한 애정도 더 커졌어요.



8. 당시의 동문님처럼 지금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숙명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은 제임스 테이트의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와 카먼 마리아 마차도의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입니다. 제임스 테이트의 시는 시라는 장르의 재미를 확실히 알려줄 만한 작품이고, 카먼 마리아 마차도의 작품은 여성의 욕망과 삶, 두려움을 다루는 강렬한 작품이라 꼭 추천하고 싶어요.


9. 문학 편집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는 좋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소개할 수도 있고, ‘이 작품은 이런 작품이야.’ 하고 제가 정의한 대로 책을 포지셔닝해서 그것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요. 아마 모두 그렇겠지만 저 역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제일 즐거운데요, 편집자가 하는 일 중 많은 일이 “이거 정말 좋은데 왜 좋냐면…” 하고 말하는 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10. 출판 분야에 꿈을 가지고 있는 숙명인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가만히 있는다고 당연히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드는 감상을 기록까지 하면 더 좋고요. 편집자는 상대적으로 채용이 잦은 직업이 아니라 저도 취준생 때 불안해하곤 했는데, 어떤 편집자 선배께서 끝까지 좋아하면 무조건 길은 있다고 말씀해 주셨던 게 큰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저도 같은 말을 드리고 싶어요. 편집자라는 직업은 적성에 맞는다면 정말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에요. 동료가 될 여러분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1기 김수민(한국어문학부 22), 22기 신예은(법학부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