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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뒤늦게 만난 동화에서 새로운 눈을 떴어요” 동화 작가 류재향 동문

  • 조회수 1300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3-09-11
  • 베스트셀러 동화 '욕 좀 하는 이유나' 작가 류재향 동문(국어국문학 99)


동화는 상상의 세계를 열어준다. 어린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을 따라 하며 꿈을 키운다. 물론 이렇게 동심이 가득한 동화를 쓰기 위해선 섬세함과 참신함이 필수적이다.


류재향(국어국문학 99) 동문은 매일 작은 것까지 관찰하고 메모하며 동심을 그려나가는 동화 작가다. 뒤늦게 만난 동화라는 세계에서 새로운 눈을 떴다는 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담았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화 작가 류재향입니다. 저는 숙명여대 99학번으로 2004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스토리텔링 연계전공 1기이기도 합니다. 졸업 후에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소설·드라마 습작도 하다가 뒤늦게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졌어요. 처음에는 어린이 지식정보 책을 썼고, 동화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은 『욕 좀 하는 이유나』(2019년 12월 출간)로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 『우리에게 펭귄이란』 등이 있고, 『나의 개 보드리』 등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2. 소설과 극본도 썼다고 하셨는데, 두 장르와 다른 동화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랫동안 소설과 극본을 습작하다가 뒤늦게 만난 ‘동화’라는 세계는 저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습니다. 동화만의 특별한 점은 물론 어린이가 독자라는 점이에요. 성인 입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짓는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무척 어렵습니다. 동화를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게 새삼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나요?’ 물어보신다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영혼의 키를 낮추되 섬세한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든 창작이 그렇겠지만, 동화를 읽고 쓰게 되니 세상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도 달라졌어요.


3. 동화를 집필하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꼈던 경험 있으신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안에 이미 동심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굳이 동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는 거죠. 흔히 동심을 ‘유치함’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거든요. 어린이의 마음을 갖되 어른으로서 이성적이고 예리한 시선으로 펜을 들어야 동화를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작가는 항상 손을 보고 글을 써야 한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이야기에 매몰되지 말고 이성적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4. 2021 원북원 부산 올해의 책 어린이 부문, 2021 경남독서한마당 도서 선정 등 수상 경력이 많아요. ‘내 작품은 이런 면이 참 좋은 것 같다’ 혹은 ‘내 작품만의 차별점은 이거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 작품의 매력은 캐릭터와 참신함, 섬세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의 마음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 마음을 면밀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요.



5. 동문님의 책을 보면 재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따뜻한 위로나 메시지도 담긴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어린이 독자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동화를 쓰려면 어린이라는 세계도 이해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사회와 세태,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미래의 향방까지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한마디로 눈과 귀를 열어둬야 해요. 작다면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말이지요. 저는 사소한 대화나 아이가 지나가면서 했던 말들, 저 혼자 상상 도중 떠오른 생각들을 평소에 많이 메모하는 편입니다. 자려고 누웠을 때, 샤워할 때 등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데 그럴 때마다 최대한 다 적어두려고 해요. 그 안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하곤 합니다.


6.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풀어나가려면 때로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상황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동화 작가로서 가진 동문님만의 비법이 있나요? 


가장 먼저 제가 어린 시절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기억을 더듬고 떠올리려 애써요. 지금은 청소년인 딸아이가 어릴 때 했던 말, 어린아이라서 할 수 있는 말들을 놓치기 싫어 메모해 놓은 것도 활용하고요. 유난히 재미있고 경탄스러운 말을 많이 했던 아이라서요. 카페, 공원이나 강연 때 어린이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기회가 되면 대화도 나눠보는 편이에요.


7. 동문님은 2018년부터 숙명여대 스토리텔링 연계 전공생을 대상으로 에듀테인먼트 스토리텔링 관련 특강을 진행했는데요,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만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보면 이미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딪치게 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한 끗 차이’로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고, 보고, 분석해 보고, 많이 써보고, 좋은 스승과 동료를 만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아요. 무엇보다 자기 창작물을 객관적으로 다시 보는 습관, 고쳐낼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야 합니다.



8. 어른이 되면서 동화책과 멀어지곤 합니다. 동화가 어른에게도 어떠한 의미를 줄 수 있을까요?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입니다. 그래서 쓰는 입장에서 어른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의 어깨 너머로 혹은 본인이 그저 동화가 좋아서 읽는 독자라면, 결국 이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어떻게 키워내야 할 것인가로 천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란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그런 목적으로 쓴 ‘동화’가 있거나 홍보 문구로 사용한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요컨대 동화를 통해 어린이라는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가 모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9. 숙명여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동화는 무엇인가요?


저도 뒤늦게 읽게 되었지만, 우리가 클래식이라도 부르는 책들을 일단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 읽었더라도 성인이 된 후에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이나 C.S.루이스 같은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좋겠어요. 저도 작가님들이랑 다시 읽으며 공부하기도 한답니다.


그 외에도 류재향 동문은 국내 작가 중 송미경 작가의 동화 『돌 씹어먹는 아이』, 김지은 아동 청소년 문학 평론가의 평론집 『어린이, 세 번째 사람』과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를 추천했다. 웃으며 본인의 신간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도 덧붙였다.


10. 앞으로 동화 작가로서 꿈꾸는 미래가 있나요?


작가가 생각보다 정신력뿐만 아니라 체력이 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직업입니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그리고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는 한 계속 쓰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나중에 북카페나 서점 안에 1평짜리 공간에서 숍인숍(shop in shop) 문구점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작업도 하고 문구류도 팔고 혹시 찾아오는 어린이 독자 팬이 있으면 사인도 해주고요.


11.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년 퇴임한 최시한 교수님(한국어문학부·스토리텔링 연계전공)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저는 그 말씀이 진리라고 생각해요. 많이 읽고, 보고, 생각하고, 써보세요. 나는 꼭 이 장르를 쓰겠다 고집하지 말고 두루두루 시도해 보세요. 평소에 좋은 아이디어 놓치지 않게 메모 많이 하시고요. 


취재 : 숙명통신원 21기 이수연(화공생명공학부), 22기 송서현(프랑스언어문화학과)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