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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서른, 결혼 대신 세계로 야반도주를 꾀하다” 김연우, 위경은 동문

  • 조회수 6782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7-03-21

혹시 세계 일주를 꿈꾸고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본 세계일주. 하지만 눈앞의 일상 속에서 여행이 정말 꿈으로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생활 5년차, “후회하기 싫어서” 718일 간 세계일주를 다녀온 동문들이 있다. 각각 김멋지, 위선임이라는 예명으로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언론에도 소개된 김연우(의류09졸), 위경은(의류09졸)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멋지(김연우/이하 김): ‘김멋지’는 스스로 멋지다, 멋져 하며 직접 하사한 이름이에요. 앞으로 살고 싶은 인생을 대변해주는 이름이죠. 전직은 패션디자이너이지만 지금은 자발적 삶을 위한 선택적 백수입니다(웃음).

 

위선임(위경은/이하 위): 5년차 직장인의 직급인 ‘선임’을 성과 붙여 ‘위선임’이에요. 그간 제가 살아온 인생을 소변하는 이름이죠. 전직은 HRD분야 커리어우먼이지만, 현직은 마찬가지로 자발적 삶을 위한 선택적 백수입니다(웃음).

 

 

후회하기 싫어 나이 서른에 세계여행을 다녀온 위경은(좌), 김연우(우) 동문 

 

-누구나 한번 쯤 꿈꾸는 ‘세계일주’, 세계 일주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신가요?

 

위: 떠남을 준비할 때에도, 떠나오고 나서도, ‘여행의 동기’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여행을 준비하던 시절과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언뜻 들으면 멋있게 들리지만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 대답을 했어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비슷한 질문들을 받게 되면 깔끔하게 한 마디로 답변해요. '후회하기 싫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는 죽음의 순간에 '아이고, 내가 말입니다, 세계를 꼭 한 번 돌아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그걸 미쳐 못해봤지 뭡니까요..' 하고 저승사자 앞에서 청승 떨고 싶지는 않았어요. 폼이 안 나잖아요.

 

대학시절 함께 인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아주 강렬한 첫 여행이었어요. 그 후 휴학을 하고 이집트에서 터키까지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두 번의 배낭여행 후 함께 술을 마신 어느 날 새벽 홍대에서 ‘서른 전에 꼭 배낭여행 가자’라는 약속을 했죠. 스물두 살에 했던 이 약속은 일상에 치여 잊혀졌어요. 취업 준비와 취업 후의 현실은 생각보다 버겁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우리의 꿈이었던 세계여행은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스물아홉 되던 해에 갑자기 오른팔에 통증이 느껴져서 병원을 찾았어요. 추간판 탈출로 인한 경추원판장애. 일명 디스크였죠. 그 후 차례로 무너져 버리는 건강에 스트레스가 합쳐져 낙천적이었던 성격까지 잃어갔습니다. 정말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백수가 되는 순간 쏟아지는 공격으로부터 막아줄 ‘명분’이 없었어요. 그 때 떠오른 것이 그 날의 약속, 세계여행이었어요. 평범한 어느날 멋지에게 세계여행 얘기를 뱉자 마치 오래 계획하던 것처럼 얘기가 계속 쏟아졌어요. 멋지가 어떤 대답을 할 지 두려웠지만 3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래, 가자 까짓거!”하고 대답해주더라고요.

 

-가까운 해외여행도 계획을 짜기 시작하면 막막할 수 있는데, 어떻게 계획을 짜나갔나요?

 

김, 위: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계획 없이’ 여행했어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계획이 없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기 때문이죠.

하나하나 준비하고 계획하기보다는 되는대로 닥치는 상황에 스스로를 맡기는 스타일을 선호해요. 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 비행기 티켓 발권과 가이드북 구매. 그 두 가지 이상은 하지 않았어요. 둘 다 무(無)계획에서 오는 우연을 즐기는 부류에 속했죠. 그마저도 가이드북은 비행기 안에서야 처음으로 첫 장을 펼쳐보았고 고작 얻어내는 정보는 ‘내가 내리는 공항은 어디에 있는 곳이지?’ 정도가 다였죠.

 

공항 문을 나서면서부터 닥쳐오는 ‘이제 뭘 어떻게 타고 어디로 가야하지?’ 라는 커다란 막막함과 약간의 두려움, 감당하기 힘든 설렘, 그런 것들이 어지럽게 섞여 한 무더기가 되어 나를 덮쳐올 때,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공항 한 가운데 우뚝 서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이었어요.

 

 

 

-처음 해외여행을 결심했을 때와 다녀왔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위: 처음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는 망설여졌지만, 점점 거의 술버릇처럼 말하게 됐어요. 거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죠. 나중에는 그 말을 가족과 회사 팀장님 앞에서 하게 됐죠. 말에는 힘이 있다는 말. 사실인 것 같아요.

 

김: 퇴사와 경력단절 때문에 지인들에게 이슈가 됐어요. 친구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부러움과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걱정을 해 주기도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에피소드 3가지를 꼽는다면?

 

김, 위: ‘에피소드’의 관점에서 보자면, 총 2년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순간이에요. 집을 나서 첫 여행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기까지, 우리에게는 어마어마한 에피소드 3가지가 선물처럼 내려졌어요.

 

첫째 날 비행기에 오르지 못할 뻔 했고, 둘째 날 여권을 잃어버릴 뻔 했고, 셋째 날 소매치기를 당해 경찰서에 갔죠.

 

자세하고 눈물 나는 스토리들은 지면관계상 관련 블로그 포스팅 URL로 갈음할게요. (http://yabandoju.com/220155732465) 참조

 

 

 

-귀국 후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 진행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 위: 떠나기 전 여행 준비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었어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이런 사람이 우리 말고도 많구나!’란 위안과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실질적인 여행 준비보다 이런 위안과 자극이 훨씬 강력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돌아와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받은 것을 갚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분명 우리처럼 마음의 위안이나 자극을 받는, 그것이 도움이 되는 이가 단 한명이라도 있으리라 믿어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같은 것이 있나요?

 

김, 위: Best 5 질문이 있어요. 8-90%는 이 중에서 질문이 나와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 왜? 뭐가 좋았어?

니들... 싸우지는 않았냐? 서로 안지겹디?

돈은 총 얼마가 들었는데? 어떻게 충당했어?

로맨스는 없었어? 있지? (feat.음흉한 눈빛)

(깊은 한숨과 함께) 그래서...이제 뭐할건데?

 

답변은, www.yabandoju.com에서 답변 내용을 보물찾기 하듯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718일간의 세계일주’ 후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세계일주 후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거나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등등)

 

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자존감이 높아졌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본래 남의 이목이나 반응을 꽤 신경쓰는 타입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여행에서 나의 모습은 달랐어요. 언제 일어날 것인가부터, 어디를 갈 것인가,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글을 쓰고 싶으면 쓰고, 춤을 추고 싶으면 췄어요. 그렇게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사소한 것조차 날 위한 선택을 하다 보니 나를 존중하고 아끼게 되었죠. 이제는 타인의 반응에 좌지우지되지 않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으로 선한 영향력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레 가까워진 듯해요. 앞으로 정확히 어떻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계획은 없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나뿐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고 싶어요.

 

-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소통을 하고 계신데, 소통 후 느끼시는 점이 있나요?

 

김, 위: 얼마 전 전체 여행을 갈무리 하는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했는데, 뜻밖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어요.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SNS 외에도 포털 커뮤니티, 유튜브, 카카오 채널 등에도 노출되면서 수많은 댓글과 메시지가 쏟아졌어요. 너무 많아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하나하나 읽다보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서글퍼졌어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비슷한 또래들이 그맘 때의 우리처럼 참 많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힘들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다소 피상적인 SNS라지만 온라인상에서라도 이와 같은 고민과 방황을 하는 친구들과 소통하며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에 해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먼저 치열하게 고민하고 떠나봤던 언니, 누나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자신은 있어요. 경청이 바로 소통의 시작이며 해답의 다른 이름이라 믿어요.

 

 

 

- 숙명 후배, 학생들에게 한 마디 조언이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김, 위: 다소 진부한 말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저질러보면 좋겠어요. 그것이 당장 취업과 하등 관계가 없다고 느껴진대도 말이에요.

 

다음은 ‘서른, 결혼대신 야반도주’의 컨텐츠를 접한 분들의 반응 중 몇몇이에요. ‘내가 딸린 애만 없어도’, ‘결혼만 안 했어도’, ‘회사에 매어있지만 않아도’, ‘5살만 어려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이는 비단 여행을 떠나느냐 마느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당장 무언가를 시도하고자할 때도 적용되는 마음의 방패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분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시기를 거슬러 오르면, 귀결은 찬란한 청춘의 상징 ‘대학생’ 시절일 것이에요. 오롯이 나만 생각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결정하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명분이 대학생에게는 있어요. 그 방패 없는 특권을 최대한 누렸으면 해요. 늦은 시기는 없지만 좋은 시기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5기 이아영(경영학부16), 이소영(독일언어문화학과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