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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110년 이어온 숙명 문인의 계보를 잇다’ 신진 문학평론가 김지윤, 박윤영 동문 인터뷰

  • 조회수 380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10-27

우리대학은 창학 110년의 찬란한 역사 속에서 한국문단을 빛낸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해왔다. 한국 최초 여성 소설가인 박화성을 필두로 김남조, 추은희, 구혜영 등 해방 전후 현대문학사를 수놓은 작가들이 있었으며, 허영자, 신달자, 이석봉, 전병순, 한상윤, 은희경, 강인숙, 서정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문인들이 숙명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했다. 이들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참신한 문체와 감수성으로 꽃피우며 한국 문학의 향취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는 평을 받는다.

 

2000년대 들어서도 젊은 문인들이 등단해 정통적인 문학 장르뿐만 아니라 방송, 영화 등 새로운 콘텐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태일 문학상과 창비 좋은 어린이책 부문 대상을 받은 아동문학가 이현,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 자기계발서로 아시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은 남인숙 작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올해, 우리 대학은 숙명 문인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문학평론가 2명을 배출했다. 2016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김지윤 씨와 2016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자인 박윤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권성우 한국어문학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근 20년 만에 숙대 출신 평론가의 명맥을 이은 인재들”이다.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의 마지막 날, 캠퍼스에서 이들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 먼저 평론계에 화려하게 등단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다소 늦었지만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윤영(이하 박): 사실, 작년 겨울 신춘문예에 한 차례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어요. 그래서 한동안 좌절하고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실천문학에 응모했는데 신인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김지윤(이하 김): 저는 원래 시인으로 활동해왔지만, 비평은 처음 썼던 것이었는데 덜컥 당선이 됐어요. 물론 소논문 등 학술적인 글은 써왔지만 논문 비평은 비슷해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다른 영역의 글이라 사실 큰 기대는 안했거든요.

 

- 두 분 다 처음 쓰신 평론이 수상하신 셈이네요.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 저희가 지난해 2학기에 권성우 교수님의 비평에 대한 수업을 함께 들었어요. 강의에서 주옥같은 명(名)비평가들의 글도 많이 읽고 비평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동경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그런 마음을 아신 교수님께서 먼저 수업 외에 비평 세미나를 하자고 제안하셨고, 몇 번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본래 수업을 다 하고 따로 시간을 내주신 터라 너무 감사했죠. 비평의 문장은 무엇인가, 문학적인 문장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아름다운 비평문을 보면서 그 깊이를 음미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간결하고 비문이 없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정말 많이 고치고 노력했어요.

박: 권성우 교수님께서 학부 때부터 수업 시간에 책을 참 많이 읽게 시키셨어요. 그때부터 일종의 트레이닝처럼 에세이(서평)를 매주 1편씩 썼죠. 부담스러웠지만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권 교수님께서는 우리 후배 중에서 평론가가 될 좋은 재목들이 많은데 자신이 없거나 소극적인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하세요. 좀 써서 가져와보라고 하는데 아무도 안 가져온다고요. 우리도 처음에 그랬으니까요. 하하.

 

김지윤 동문


- 대학마다 국문과가 다 있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김: 저 같은 경우 학부와 석사까지는 다른 대학을 나왔는데 석사를 마친 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잠시 공부를 쉬었거든요. ‘내가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좋은 기회가 닿아서 숙대와 인연을 맺었죠. 아이가 있는 기혼여성임에도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러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 편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학우들끼리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참 따뜻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이신 구명숙 교수님과 비평을 지도해주신 권성우 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선후배들과의 만남, 귀한 인연에 감사하고요.

박: 저는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십 년 넘게 숙대를 다녔어요. 숙대 국문과(한국어문학부)는 여류문인의 계보가 화려하다는 전통을 자랑해요. 지금 계신 교수님들, 최시한, 권성우, 이진아 교수님께서도 각 분야에서 워낙 유명하시고요. 학문에 대한 태도나 열정 등 많은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교수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그런 분위기 덕분에 저도 자극을 받아서 학부 시절에는 교직이수까지 할 정도로 덩달아 열심히 했어요.

 

- 사람들은 시와 소설은 자주 접하지만 평론은 다소 낯설어합니다. 평론이란 무엇인가요?

 

박: 제가 평론과 소설을 전공하면서 상도 받았는데 우리 어머니도 딸이 정확히 뭘 하는지 모르세요. 하하. 간단히 설명하자면, 요즘 친구들은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에 영화평을 참고하잖아요. 그것도 평론의 일종이에요. 어떤 내용인지 구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하나의 의견. 그런 개념으로 평론에 접근하면 어렵지 않아요.

평론이라는 게 그것을 읽는 사람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령, 이번에 제가 쓴 평론은 작가론으로, 소설가 한강 씨의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어요. 재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는 했는데, 한강 씨의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에 나타난 죽음에 주목하게 됐어요. 제 첫 작품인 「그 ‘삶’을 기억하라 - 한강론」은 제가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사유한 것을 한강 씨의 소설을 빌어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 여우볕이라는 말이 있어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잠깐 비쳐드는 볕. 전 예전에 문학이 어둠속에 남아있는 빛줄기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평론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죠. ‘어둠에 빛이 흘러들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 아닐까’라고요. 어둠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힘, 그런 날카로움을 평론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작품을 해석하면서 시대를 읽고 동 시대 작가들이 무엇에 절망하고 분노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귀 기울이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말하자면 여우볕을 만들어내려 하는 것이 평론인 거 같아요.

 

- 그렇다면 좋은 평론이란 무엇일까요?

 

박: 비평가 김현 선생님처럼 작가의 무의식까지도 세세하게 읽어주는, 작품의 속살을 어루만지는 평론이 좋은 평론인 것 같아요. 또한 권성우 교수님께서는 ‘정치적 올바름’과 ‘미학적 품격’이 결합된 비평을 하라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권 교수님처럼 문학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작품에 대한 제 문학적 견해를 소신 있게 밝힐 수 있는 평론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 비평은 작품을 분석하여 작가가 그려낸 지도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텍스트라는 길을 통해서 평론가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돼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평론을 쓰려면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선과 좋은 안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품을 통해 세계를 비추어보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비평의 미덕이 아닐까요. 독립적이면서 균형 잡힌 비평적 태도도 필요할 것이고요. 앞으로 좋은 평론이 무엇인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며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윤영 동문

 

- 혹시 학창시절 기억나는 은사님이 계신가요?

 

박: 숙대 국문과의 모든 교수님들께서 정말 훌륭하시기 때문에 어떤 한 분을 언급하기는 힘들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열정적인 태도와 박식함에 항상 감동받았습니다.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에 부칠 정도로 항상 열심히 지도해 주셨고요. 늘 학생들을 존중해 주셨어요. 그래서 공부 이외에 부담을 느낀 적은 전혀 없었어요. 그게 가장 좋아요.

 

-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박: 비평을 쓰고 싶다면 좋은 비평집들을 먼저 꾸준히 많이 읽어보고 문체가 뛰어난 소설은 읽으면서 필사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서점에 가면 문장론이나 글쓰기 관련 책이 있으니까 살펴보시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문장이 정확하고 간결한 김훈 소설가의 책들이 도움이 됐어요. 무엇보다 읽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장을 써본 다음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

김: 문학 외에도 철학, 사회학, 사학 등의 다양한 분야 독서로 인문학적 식견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탄탄한 문학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이론서도 읽어야 하고요. 평론가는 사회를 읽는 날카로운 안목을 가져야 하므로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신문, TV 뉴스 등을 통해 시사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제 같은 문학도의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얼마 전 숙명문학회에 가입했는데 정말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반면 20대~40대의 젊은 층 동문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우리대학에서 등단하는 분들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들어 한꺼번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이럴 때 분위기를 살려서 숙대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도록 후배들이 이어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충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살려 도전해보면 좋겠고요. 선배들은 늘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니, 언제든 문을 두드려보길 바랍니다.

 

사전 질문지 없이 진행한 인터뷰임에도 이들은 마치 호흡 좋은 키스톤 콤비마냥 주거니 받거니 시원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비평가란 원래 이렇게 달변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평소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내적 성찰을 한 자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니었을까.

 

누구나 평론을 하고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1인 미디어 시대다. 과연 전문적인 비평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는 시기, 숙명 문인의 계보를 이을 신진 문학가로 첫발을 내딛는 두 사람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더욱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