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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한국의 ‘조이’를 꿈꾸다” 브랜든 메들리 장하다 대표

  • 조회수 3482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06-24

미국 최대의 홈쇼핑채널 HSNi의 여성 CEO인 조이 망가노는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일하는 싱글 워킹맘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어느날 밤 레스토랑에서 청소를 하던 그녀는 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고, 아버지에게 부탁해 손을 대지 않고도 물을 짤 수 있는 걸레, ‘미라클 몹’을 발명한다.

미라클 몹은 홈쇼핑에서 속칭 대박이 나게 되고, 이후 연속해서 생활형 아이디어 상품을 히트시킨 조이는 수십억 달러의 홈쇼핑 회사 대표로 인생역전을 이룬다.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헐리우드 영화 ‘조이’는 올 초 전세계에 개봉돼 화제가 됐다.

 

 

육아용품 업체인 ‘브랜든 메들리’의 장하다 대표(소비자경제06졸)는 조이처럼 전형적인 ‘경단녀’였다. 한때 대기업 교육팀장을 맡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지만 불현듯 회사를 떠나 숙대에 입학했다. “제가 하던 일이 대고객업무이다 보니까 실제 소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했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렇게 찾아보다가 숙대 소비자경제학과를 알게 됐고, 학사편입으로 입학했습니다”

 

학교 생활은 재미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즐거웠다. 동기들은 사회생활을 이미 경험한 선배이자 언니같은 그녀를 잘 따랐다. 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장 대표의 조언은 금과옥조였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 경제학과로 진학해 2009년 석사과정을 마친 그녀는 LG계열사에 스카웃되어 8개월 가량 일하다 그만뒀다.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낀 게 이유였다. “기업체 강의를 나가고 서비스컨설팅을 하는데 보람이 없었어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도 고쳐지는게 있는가 싶고, 그럼에도 같은 보고서를 반복해서 내야 한다는게 너무 싫었죠”

 

창업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한동안 화장품 회사와 보험사 등 여러 기업에서 일하던 장 대표는 2011년 잠이 오지 않던 어느날 한 발명경진대회에 온라인 지원한다. 그녀가 낸 아이디어는 수유등이었다. “2006년에 첫 딸을 낳았어요. 근데 애가 예민한 편이라 잠을 잘 못자서 고생했죠. 특히 한밤 중에 일어나 분유타고 기저귀갈려고 불을 한 번 켜면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지새우기 일쑤인 거에요. 그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막 몸이 붓는 부종이 심해지고 손발톱까지 썩어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그때부터 수유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2011년도에 둘째가 태어난 뒤 한동안 잊고 있던 고통이 다시 시작됐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수유등을 검색해도 마땅한 상품이 없었다.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머리 속엔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있던 터였다. “변리사를 하는 동생 한명에게 카페에서 아이디어를 설명했더니 그 자리에서 컵홀더에 뚝딱 그림을 그려줬어요. 그걸 토대로 한국여성발명경진대회에 지원했는데 한달 뒤 수상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죠. 그게 시초였어요”

 

장 대표는 별다른 준비없이 낸 아이디어가 상을 받자 자신감이 생겼다. 무료 변리교육을 받아 특허출원도 의뢰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지원해 합격했다. 1억 상당의 지원금과 사무공간이 생겼다. “브랜드를 메들리처럼 연속해서 히트시키자”라는 의미로 브랜든 메들리라는 법인도 세웠다. 2013년의 일이다.

 



브랜든 메들리의 첫 작품은 당연히 수유등이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만 있을 뿐 어떻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지 막막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전담코칭을 받고 여러 업체와 미팅을 하던 중 문득 모교가 생각났다. 재기발랄하고 성실한 숙대생들과 함께하면 뭔가 될 듯 싶었다. 특유의 낙천적이고 저돌적인 성격답게, 장 대표는 무작정 학교 산학협력단에 전화했다. 그렇게 산업디자인과 천하봉 교수와 연락이 닿게 됐다.

   

천 교수와 장 대표는 전혀 일면식이 없었다. 평소 주로 대기업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천 교수 입장에서 아이디어만 가진 40대 가정주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천 교수님도 처음에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니까 놀라셨을 거에요. 그런데 진심이 전해졌는데 수락하시더라고요. 단, 한가지 컨디션은 달았죠. 학생들이 제품의 초기 기획단계부터 함께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요.” 천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나이도 적지 않은데 창업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이 학생들에 좋은 롤모델이 될 것 같았고, 또 대기업과 작업하는 것보다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하면 학생들이 배울게 더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브랜든 메들리와 산업디자인과 학생 12명은 그렇게 약 6개월간 함께 제품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초기 아이디어를 보다 구체화하고자 시장조사와 온라인 리서치, FGI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러나 디자인을 양산하기 위한 개발과정도 주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양산 경험이 많은 천 교수와 학생들이 같이 큰 역할을 했다. 개발과정의 밑바닥부터 같이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 2013년 말 드디어 북극곰 디자인의 양산제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우리대학 산학협력단과 창업보육센터도 일조했다. 2013년 창업보육센터 기업으로 입주시키고 경영 및 마케팅 부문을 컨설팅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학교와의 협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불어로 ‘아기가 안고 자는 인형’을 뜻하는 누누스라는 이름을 붙인 수유등은 2014년 5월 세계여성발명대회에 나가 KBS에서 인터뷰를 하는 등 주목을 받았고, 6월엔 세계 3대 국제발명전 중 하나인 피츠버그국제발명품전시회에 출품해 장려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누스 수유등은 그 해에 열린 베이비페어의 히트상품이 됐다. 장 대표는 “매일 부스 앞에 몰린 사람들을 줄 세우느라 정신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우리처럼 수유만을 위한 등이 없었어요. 니즈는 있는데 제품이 없었던 거에요. 처음엔 산후조리원이나 병원 등에서 제품을 보고 먼저 산모들에게 추천해주기도 했어요. 전문가들이 먼저 알아본거죠.”

 

브랜든 메들리는 수유등이라는 단일제품만으로 지난해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한 해에 수없이 많은 창업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출발이다. 더구나 올해 2탄으로 내놓은 실리콘수저 상품이 국내 1위 대형마트의 최고 히트상품이 되면서 장 대표의 꿈도 더욱 무르익는다.

“제가 성격이 좀 그래요. 뭐 하나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모든 정보를 다 모아서 연구를 하죠. 그렇게 제 것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고. 특히 육아의 경우, 제가 이해당사자라서 스스로 아이를 키우며 받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계속 고민하다보니 좋은 아이디어도 나온 것 같습니다”

 


장 대표는 자신처럼 한국의 ‘조이’를 꿈꾸는 많은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을 하는 건 무모해요. 주변에서 아이디어는 좋지만 가성비나 사회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창업했다가 고전한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했으면 해요. 요즘은 인터넷에 공개된 시장보고서나 트렌드 분석자료들이 넘치기 때문에 활용만 잘 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도전하는 모든 후배님들이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