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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새내기 소설가, 이지 동문을 만나다

  • 조회수 2493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08-24

“문학적인 체질이 맞는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그 체질이었던 것 같아요.”

소설가 이지 동문(국문98졸)은 어렸을 때부터 ‘문학소녀’였다. 중고등학생 시절 자율학습 시간에 누구보다 독서를 많이 했다. 그땐 백일장을 나가면 수업을 빼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된 약간의 일탈행위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출발점은 거기에 있었다.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잡지사와 매니지먼트 계에서 일하게 됐지만 글쓰기에 대한 갈망은 늘 마음 한 켠에 빚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당하게 된 교통사고는 본인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일깨워주었다. 자신의 본질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그녀는 소설가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얼룩, 주머니, 수염>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어서 장편 <담배를 들고 있는 루스 3>으로 제 7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인 <담배를 든 루스>는 이 작품을 말 그대로 바스러질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친 결과물이다.

 

이 씨는 처음 <담배를 든 루스>가 단편 연애소설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소설 속의 인물이 본인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치 ‘왜 나를 쓰지 않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소설 속의 인물이 스스로 태어났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중편이 장편이 됐고, 입상까지 했다는 연락을 받았죠. 등단한 지 1년이 안됐을 때니까, 앞으로 작품활동을 계속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글을 쓰다 가장 힘들 때가 쓰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라고 한다. 그럴 때면 도 닦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기다렸던 한 줄이 나올 때, 그 때가 가장 보람 있고 삶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가장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드라마, 영화가 있는데 굳이 소설이 필요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그렇지만 소설도 소설이 아니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언어로만 승부한다는 점, 모든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 이런 게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요.”

 

이 씨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진 강점에 대해 언어로 완벽하게 승부를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연극이 아니면 안 되는 이야기가 있고, 소설이 아니면 안 되는 게 있다. “소설은 글이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져요. 언어로 표현하면 낭만적이죠. 예를 들어 ‘그는 웃으면서 울었다’라는 문장을 쓴다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할 수 있겠죠. 영화나 연극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것도, 소설로는 상상 속에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이 씨는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래야 본인이 글을 쓰고 싶은 건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건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자, 편집자, 작가 등 어떤 분야에서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 같은 경우는 ‘문장’을 사랑해요. 그래서 작품의 원작자(Original author)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문장이 변형되기 전의 원작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냐는 질문에 ‘너무 많아서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쉼보르스카의 시집, 박솔뫼 작가와 황정은 작가의 소설을 꼽았다. 이 씨는 고등학생 때 자주 읽었던 알베르 까뮈의 작품과 사르트르의 작품도 좋아한다고 답했다. 소설 작법책으로는 밀란 쿤데라의 ‘커튼’을 추천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시가 언어의 정화이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풍요로워지려면 시를 읽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 철학가를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그 철학에 대해 알아가는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대학 시기를 보물과 같은 시간이라고 말하며 “후배들에게 무엇이든 경험해보고 저질러 보라”고 조언했다. 소설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무용담을 극대화해보고, 혼자 상상해보고, 대담한 일들을 많이 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그런 것이 발휘될 수 있는 게 예술이라는 장르라는 부연과 함께.

 

“대차게 사세요. 무엇이든 실험해 보세요. 실험은 실패해도 되는 거니까요.”

 

취재: 숙명통신원 14기 김송희(정치외교학과14), 15기 김경현(아동복지학부16), 이윤정(영어영문학부15)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