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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학생 INTERVIEW

스스로의 인생을 한편 한편 기획 중인 20대 공연기획사 대표 이지현 학생

  • 조회수 2723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05-04

꿈의 사이즈가 또래와 다릅니다. 어렸을 적부터 욕심이 많았나요?

  

어릴 적 ‘무엇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에 대한 강요가 많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저를 사랑하시는 것에 비해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없었기도 했고, 그냥 ‘우리 딸인데 잘하겠지’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계셔서 그 믿음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초·중·고 커가면서 점점 스스로 세뇌시켰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런 식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가 엄마한테 앞으로 정보화 시대가 될 거라고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졸랐어요. 컴퓨터 학원도 다니고 집에 좋은 컴퓨터도 들여놓고 그랬죠. 초등학교 때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ITQ 같은 자격증도 땄어요. 그런데, 그 때 꿈은 연예인이었어요. 웃기죠. 컴퓨터 하는 시간 외에는 매일 친구들이랑 춤 연습하고 놀러 다니고 다른 부모님 같으면 말리셨을 텐데 저희 부모님은 별 말씀 안하시고 지켜보셨어요. ‘내 딸인데 알아서 잘하겠지’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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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저에 대해 잘 모르셨던 게 그 때까지 저는 받아쓰기 15점, 수학 15점 받고 그랬어요. 고학년쯤 되니까 나중에 중학교가서 성적 나오면 큰일인데 혼자 속으로 앓았었죠. 그런데 5학년 때 친해진 친구가 공부를 잘해서 그 친구 따라 보습학원을 다니면서 처음 국영수사과 공부를 했어요. 근데 저는 공부머리가 아예 없는 줄 알았는데 하니까 늘더라구요? 15점 받던 제가 70점 80점 90점 받았어요. 중학교 올라와서 첫 시험을 봤는데 학원에서 배웠던 국영수사과는 거의 90점 95점 98점 그랬어요. 점수 올리는 재미가 있는 거예요. 시험공부도 인생 공부도 어릴 적부터 강요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스스로 더 욕심내면서 살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뭐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환경이었으니까요.

  

중학교 와서는 집안사정이 좀 어려워졌었는데 그 때 마침 결국 공부는 독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자격증 공부도 그렇고 시험공부도 그렇고 최대한 독학으로 다 했어요. 가끔 실기과목이 필요하면 1-2달 학원 다녀서 실기시험 보고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는 앞으로 중국이 대세가 될 거라며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고등학교까지만 열심히 하고 스무살 이후에는 중국어를 놔서 지금은 간단한 자기소개 여행중국어 정도밖에 안되지만 고등학교 몇 년은 중국어 교사를 해볼까 싶을 정도로 참 열심히 했었어요. 고등학교가 학칙으로 알바를 금지시키던 학교였는데 고1 때 학교에 중국어 과목이 없어서 몰래 알바에서 그 돈으로 중국어 학원을 다녔었어요. 그만큼 저는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스스로 택해서 그만큼 대가를 치러가며 했어요.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거나 도전할 때 크게 주저하지 않아요. 남들보다 뭘 해야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나 욕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얼핏 보면 본인의 전공과 현재 하는 일이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의 삶이 지금 제 삶에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느껴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초등학교 때는 열심히 놀면서 컴퓨터 배워놨던 것을 살려서 서울여상이라는 학교에 진학했고, 그 학교에서 OA, ERP, 기업실무, 포토샵부터 선택적으로 플래시, html, 프로그래밍 등 실무에 도움 되는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덕분에 기획할 때 작업 속도 하나는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학창시절을 보내며 사회/언론에 관심을 갖게 되어 숙명여대 법학과에 진학했어요.


대학에 와서 시야가 트였달까요? 제 인생, 가치관 모든 것들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새로운 경험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숙대에 와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이였어요. 저는 고등학교 3년 간 저랑 비슷한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하고 돈 벌어서 다시 대학 가는 게 목표인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고등학생이지만 다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고 구체적인 삶의 스케줄이 있었어요. 그 때는 그 세계가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 또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지만, 죽을 때까지 그 세계만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으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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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우 및 스태프들과 대본리딩   


사업을 하면서 위기가 많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문화 산업이 아무래도 경제사회적인 이슈에 굉장히 민감한 분야에요. 경기가 안 좋으면 모든 산업이 다 어렵겠지만, 가장 탄력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문화잖아요. ‘먹고 사는 것’을 줄일 수 없으니(물론 문화를 먹고 사는 일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경기가 어려우면 문화소비를 줄이게 되고 또는 국가적 재난이나 이슈들이 있을 때 삶을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적인 것에 대해 소비를 지양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요. 2014년, 2015년 매년 큰 일들이 있어왔고 개인 차원에서 소화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들이 지속되면서 버티는 것이 가장 큰 위기고 어려움이었어요. 완전한 극복은 없어요. 또 다른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거라는 의미에서요. 그래도 아직 사업을 하고 있을 수 있던 건 ‘버티기’ 태세를 갖추고 새로운 수익구조의 창출이랄지 전에 사업을 유지하던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대안에 대해 계속 탐색하고 추진하는 방식을 통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차원의 기업가정신 요인(성취욕구, 통제능력, 위험감수성, 창의력, 자기유능감 등)중 남들과 다르게 뛰어난 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성취욕이나 위험감수성이 비교적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일 있었을 때 망설이지 않는 것이요. 하고 싶은 건 바로 실행해야 하는 성격이고, 그렇게 실행했을 때 나오는 성과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고 그걸 원동력 삼아 ‘더’ 하게 되는 성격이랄까요. 다른 분들이 저한테 항상 ‘배짱 있다’라는 얘길 많이들 하세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일을 벌였냐는 의미로요. 저는 그런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처음엔 그냥 약간의 대출을 받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대학등록금보다 적은데 혹시 망하면 학자금 대출이다 생각하고 해보지 뭐 했어요. 그리고 사업 초반 약간의 성공을 살짝 얻었을 때 그걸 잃을까봐 두렵지 않냐던 질문엔 그게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 때의 저도 없었어야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돈이든 노력이든 시간이든 자신을 던지지 않고서 세상에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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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재학생인데 이런 성공이 일반적이진 않아서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할 것 같아요.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연극, 뮤지컬, 공연 제작자 겸 기획자로 시작했지만 최종 목표가 공연 제작자이자 기획자만은 아니에요. 그냥 문화기획자였으면 해요. 문화를 만들고,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 문화와 콘텐츠를 만드는데 기반이 되는 예술 행정가 모두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1-2년 내의 굵직한 계획으로는 우선 올해 웹드라마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고요. 이번에 올렸던 창작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재공연과 새로운 연극 한 편을 계획하고 있어요. 콘텐츠나 사업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인생 전체에 대해 기획하고 그 중 한 편 한 편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우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2011년 22살 때 창업을 시작하고 23살~24살 연매출 몇 억원 사업성과도 나오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그 때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어요. 일찍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이 부럽고 좋아 보인다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친구들을 부러워할 때도 많아요.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해봐야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존재해요. 사람마다 각자의 시기가 있고 누가 먼저 어떤 것을 해본다는 것이 다 장단점이 있어요. 결코 ‘누가 더 잘났다, 맞게 간다’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이렇게 저렇게 가야한다. 뭘 해야 한다. 어떤 스펙을 쌓아야한다. 이런 말들보다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방향이 뚜렷할 때 다른 사람의 조언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 기준점이 없을 땐 조언이 조언으로써의 가치를 잃어요. 내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생각하시고, 스스로 정말 자신을 던지는 위험감수를 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