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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세계 패션계가 사랑하는 한국 디자이너, 손정완 동문을 만나다

  • 조회수 273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05-16

지난 1986년, 제대로 된 수입브랜드조차 드물었던 시절 강남 압구정동에 본인의 이름을 내건 매장을 오픈한 뒤 30여년간 국내는 물론 세계 패션계의 정상을 놓치지 않고 있는 디자이너 손정완 동문. 지난 1983년 우리대학 산업공예과를 졸업한 손 동문은 섹시·페미닌의 아이콘, 강남여성과 헐리우드 셀럽들이 사랑한 여자, 홈쇼핑 완판 신화 등 가지고 있는 재능만큼이나 다양한 수식어를 자랑한다. 지난 2011년부터 6년 연속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하고 파리 후즈 넥스트에서 외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단독 패션쇼를 여는 등 입지전적인 기록을 현재도 남기고 있는 중인 손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났다.

 


1. 안녕하세요, 워낙 유명하시지만 후배들 중에선 우리대학 동문인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손 동문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숙명여대 산업공예과를 졸업한 손정완입니다. 일과 가정 모두에 욕심을 가지고 있어 두 가지를 다 잘하고자 균형을 적절히 맞추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직업이 디자이너인 만큼 도전의식이 있어야 도태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자기발전을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끊임없이 수용하고 섭취하려 노력하죠. 뿐만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게 포부라면 포부에요.

 

2. 선배님이 꿈을 키우셨을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고 스타일링하는 것을 즐겼죠. 꼬마아이가 잡지에 실린 화보를 보며 원단의 질감을 느끼고 이런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는 동경을 품었으니까요. 일례로, 어머님이 저를 데리고 양장점에 가서 옷을 맞춰 입곤 했는데 한번은 큰 링을 상의에 달아달라고 당돌하게 요청하기도 했어요. 누가 가르쳐준게 아닌데, 이상하게 옷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남들이 다 입는 스타일이 아닌 나만의 영감을 표현한 시크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 그림을 잘 그려 미대를 가게 됐지만 제가 정말 즐겼던 건 스스로를 가꾸는 거였어요. 아마 디자이너가 될 숙명이였나 봐요.(웃음)

 

3. 대학시절엔 어떤 학생이셨어요?

제가 우리 과에서 향수를 가장 처음 썼어요. 그때 당시 알 없는 안경도 쓰고 다니는 등 그야말로 멋에 있어선 알아주는 시크한 이미지의 여대생이었죠. 성향이 게으른 탓에 1교시를 들어 가본적은 거의 없습니다. 옷부터 가방까지 전부 다 맞아야만 밖에 나갔기 때문에 챙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 가령 스타일링, 사진 염색, 금속 공예 등에 있어선 열정을 보이며 열심히 했지만 하기 싫은 건 쳐다보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항상 가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선 한치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또 여자라면 그런게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인거 같아요.

 

4. 디자이너로서 첫발은 디디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대학에 처음 들어 왔을 때, 나의 옷 입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는 의류학과 친구랑 친해지게 되었어요. 막연하게 스타일링을 좋아하긴 했지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뚜렷한 방향성은 없던 시절,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에 이 친구가 미대에서 배우는 미적감각을 살려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죠. 감각적인 것은 과와 상관없이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그 특징을 친구가 잘 캐치해 알려준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학원을 다니며 패턴을 배웠고, 그 친구의 소개를 통해 처음 관련 회사에 들어가게 되며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보통 일상생활을 하며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대를 나왔으니 아트영역에서도 자주 받는 편이고. 예술과 옷의 트렌드가 같이 가거든요. 1970~80년대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할 때 역시 새로운 자극이 곧 영감이 되어 다가오는 것 같아요.

 

6.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덕목은 뭘까요?

디자이너는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합니다. 모든 트렌드는 영제너레이션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그들의 문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뿐만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읽어야 하죠. 촉각를 곤두세운 채로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 책도 읽고 그림도 보고 영화도 자주 보곤 합니다. 요즘 즐겨 본 건 태양의 후예에요.(웃음) 이 모든 노력들의 목표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중들이 느끼는 것을 같이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7. 개인브랜드를 설립하고 싶은 후배 전공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제가 개인샵을 오픈할 때만 해도 수입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젊은 디자이너가 숍을 오픈하는 것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당시 저의 숍을 오픈하면서 이목이 집중되는 메리트를 누린 것도 사실이죠. 반면 지금은 워낙 다양한 개인숍들이 많아서 그렇게 주목받긴 쉽지 않은 시대인건 맞아요. 그래서 바로 자신의 숍을 오픈하기 보다는, 처음에는 기성복 회사에서 일을 해보면서 이쪽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배우고, 트레이닝을 받은 뒤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8. 가장 기억에 남는 쇼 혹은 본인의 커리어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파리의 ‘후즈 넥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되어 갔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후즈 넥스트는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 패션 전시회이며 손정완 동문은 지난 2006년 외국인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초청돼 단독 패션쇼를 열었다). 디자이너로서 세계로 커리어를 뻗어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성공하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한국에선 나름 성공한 디자이너로 입지를 굳혀나갔지만, 거기선 일개 무명의 동양인 디자이너로 첫 계단부터 다시 커리어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죠. 경제적으로도 받쳐줘야 하는 건 더욱 입 아픈 소리고요. 하지만 그렇게 해외에 초청되어 쇼를 할 때마다 한편으로는 여기서 도태되지 않고 도전해야겠다는 상반된 감정을 언제나 느껴요. 나의 발전에서 끝일 수도 있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길이면서도 성장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훌륭한 기회라고 할 수 있죠.

하나 더 꼽자면...예전부터 뉴욕에서 꼭 한 번 쯤은 쇼를 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는데, 마침 내 성향과 맞는 에이전트를 만나 뉴욕에서 패션위크를 했던 경험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내가 뉴욕에 와서 쇼를 하고 있구나’라고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9. 디자이너 활동을 하며 동양인이라 차별대우를 받은 경험은 없으신가요?

프랑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인종차별이 미국보다 덜합니다. 인종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편이고 적어도 이쪽 업계에 있어선 피부색에 있어 차별하는 마인드를 갖진 않아요. 다만 이쪽에선 무명디자이너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 나라의 유명한 디자이너들에 비해 톱모델을 쉽게 쓰지 못하는데서 오는 경제적 부분이 장벽이라면 장벽이 되죠.

 

10.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세계무대 진출을 위해 필요한 자세와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옛말에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자기가 원하는 지점까지 가려면 지속적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걸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적성을 찾는다고 이것저것 발을 들여놓기만 하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이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무언가 힘든 고비를 맞닥뜨렸을 때, ‘아, 여긴 내 적성이 아니구나’ 하고 휙 돌아서는 모습이 아닌, 그 고비를 넘어서 방향성을 찾아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 손 동문께서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시크하고 유머감각이 있는 휴머니티를 갖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세련됐지만 남다르고, 그렇다고 교만하거나 거만한 모습이 아닌 다정다감한 모습을 갖고 싶습니다. 그런 부분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모두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가장 중요한건 무엇보다 옷 잘 입고 자기연출을 잘 하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 스타일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입니다.

 

12. 인생 선배로서 결혼관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1순위가 ‘나’인 꽤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젊은 시절엔 파격적이고 과격한 것만 선호하고 결혼도 아이도 생각이 없었던 일명 독신을 주장하던 사람이였죠. 그러다 굉장히 많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막내동생이 결혼하며 나온 조카였어요.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조카는 나의 마음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어 주었죠.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씩 결혼하는 주변 상황의 변화도 한몫 했고요.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찾던 와중에, 초등학교 동창이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결혼은 현실이라, 제 성향과 맞지 않게 나보단 남을 더 챙겨야 하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되지만, 제가 기존에 추구한 세계관에서 더욱 너덜너덜하게 털려보고 많은 걸 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꼭 해 볼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13. 끝으로, 숙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항상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모교를 빛내는 멋진 숙명인이 되길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4기 김지원(경제학부14)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