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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학생 INTERVIEW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어 교육의 첫 걸음을 내딛은 하미연 학생

  • 조회수 363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05-24

“청각은 잃었어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하미연 학생(독일언어문화학과 14)은 어플리케이션 제작팀 ‘엘라움(L.Raum)’의 조장이다. 2015년 하 씨와 세 명의 팀원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어 발음 교정 앱 ‘씨피킹(Seepeaking)’을 개발했다. 앱 개발은 하 씨와 팀원 박민영(법학부 15)씨의 우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하 씨는 대필 도우미로서 참여한 교양 스페인어 수업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박 씨를 처음 만났다. 외국으로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박 씨가 여행 도중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하 씨는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과거 우리대학 컴퓨터과학부 선배들의 농인(청각장애 등으로 인해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 앱 개발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모티브가 되어 농인들의 영어교육을 위한 앱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하 씨는 동기 중 컴퓨터 과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조은희 학생, 글로벌협력을 전공하여 영어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희재 학생과 팀을 꾸렸다. 이름은 엘라움으로 정했다. “엘라움은 Language의 L, 독일어의 방(Raum)을 합친 단어예요. 언어를 배우는 공간이죠.” 이렇게 결성된 엘라움은 사실 처음부터 어플 제작을 목표로 하던 것은 아니였다. 단지 농인을 위한 영어교육 상용화의 실현이라는 방향성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구체적인 수단을 찾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중 우리대학 점역봉사단으로부터 받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각종 자료’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개발과정에 큰 영감을 주었다.

  

엘라움 팀은 2015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진행한 ‘청년 취업 아카데미 창직 어워드’에 참가해 본격적인 앱 개발에 나섰고, 1년간의 끊임없는 탐색과 노력 끝에 ‘발음디렉케이터(Direcator, Director+Communicator : 청각장애인들이 발음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직업)’라는 신직종과 모바일 앱 ‘씨피킹’을 내놓아 대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씨피킹’ 앱의 사용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앱을 작동시키면 화면에 영어 단어가 제시된다. 그리고 단어를 발음할 때의 입 모양이 동영상으로 함께 제공되는데, 전면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입 모양과 비교하며 학습할 수 있다. 특별한 점은, 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농인이 해당 발음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전까진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보다 정확한 발음연습이 가능하다.


공모전 활동과 청각 장애를 가진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하 씨는 농인들의 장래 희망이 미술과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어를 가지고 소통하기 쉽지 않은 물리적 제약에 따른 결과였고, 이 조건을 개선하고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래서 같은 팀원인 박민영 씨의 피드백을 받으며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힘을 쏟았다. 처음엔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교재를 연구하며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영어를 습득하게 되는지를 분석했다. 농인들이 대체적으로 영어에 약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기초적인 단어 위주로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하지만 문과생 4명이 모인지라, 앱 개발은 그리 순조롭지 못했다. 앱의 용량 문제나 인터넷 연결 문제,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 인식을 가능케 하는 넓은 표본을 구하는 어려움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잠시 어플리케이션의 시판을 미루고 콘텐츠 차원의 보완을 계획 중에 있다. 위의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독일어나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도 추가하여 농인들에게 더 나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어렵게 제작한 만큼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나중에는 매스컴에서 화제가 되어 미래창조기획부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어요. 전문적인 기술과 장비가 없어서 노트북과 핸드폰으로만 촬영했어요. 게다가 컴퓨터 공부도 병행해야 했으니 많이 힘들고 어려웠죠. 하지만 앱 제작 후 농인 친구들에게 연락이 가끔 와요. 외국어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친구였는데, 앱을 통해 공부할 수 있겠다고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합니다.”



현재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지만, 하 씨는 팀의 미래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로는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진로 결정을 도와주는 직업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업은 이윤추구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유인이 다소 부족하다. 하 씨는 “장애우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며 그들을 돕고 싶지만, 어플리케이션 개발만으로는 자금 확보가 어렵기에 더 나은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그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면 장애인의 직업 선택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을 제작하고, 나아가서 장애인을 위한 기업을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하 씨는 같은 개발자의 꿈을 키우는 숙명여대 후배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린 대학생이기에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실패하면 어때요? 아직 학생인데요.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다만,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생각을 나누고 실천으로 옮긴 것 뿐이죠. 덧붙이자면, 우리대학에서도 앞서 나가서 선례를 만들어 주셨던 많은 훌륭한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저 또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도 그런 멋진 숙대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14기 김지원(경제학부14), 15기 정유정(영어영문학부14), 이윤정(영어영문학부15)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