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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음악계의 새별이 뜨다, 첼리스트 정지수 동문

  • 조회수 2278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6-03-18

지난 2월, 매년 음대를 졸업하는 음악계의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행사인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서 당당히 신인상을 차지한 숙명인이 있다. 현대음악 작곡가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 정지수 동문(관현악과 16졸)은 음악계의 새별로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며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펼쳤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거쳤던 수많은 과정들과 숙명에서의 이야기, 앞으로의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할 그녀의 비전을 듣고자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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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을 수감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이 음악회 자체가 경쟁적인 분위기라기보다는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는 행사거든요. 또 저 자체도 공식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라서 부담도 됐는데, 신인상까지 받게 돼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번 신인음악회에서 유명 작곡가가 아닌 현대음악 작곡가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첼로는 다른 악기에 비해 특히 할 수 있는 곡이 많지가 않아요. 초, 중, 고 때부터 공부했던 곡들도 바흐나 베토벤 등 유명 작곡가들의 곡 위주였죠. 그래서 그런 흔한 곡 말고 다른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저만의 연주 스타일을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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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연습하려면 아무래도 힘드셨겠네요.

네. 아무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은 다양한 사람들의 연주 녹음 자료가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어요. 첼로곡이라고 해서 다른 악기가 연주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유튜브에는 기타로 연주한 리게티 곡들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5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문득 다른 악기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뭘 할까 생각하다가 엄마가 첼로를 추천하셔서 처음엔 단순히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재밌어서 연습을 매일 2~3시간씩 꼬박꼬박 했는데,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시고 첼로 선생님께서 전공으로 하는 게 어떤지 권유를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음악이요.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표현했는데 상대방이 그걸 알지 못하면, 즉 전달력이 없으면 좋은 연주자가 아니니까요. 듣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음악은 나만 아는, 나만을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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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면서 영감을 얻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가 연주하는 곡들의 작곡가들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 남겨진 책을 읽었을 때, ‘그 사람이 이 곡을 썼을 때 이런 감정이었겠구나.’라는 것을 함께 느끼면서 영감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연주한 리게티의 곡 같은 경우도 리게티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작곡한 곡이거든요.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소년의 수줍은 마음을 생각하면서 감정 이입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본인만의 슬럼프 극복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단은 ‘아, 지금은 잘 안되는구나.’하고 받아들이고 펑펑 울든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든지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것 같아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스트레스만 받거든요. 또 다양한 무대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무대에 서는 자체가 굉장히 떨리는 일이잖아요. 근데 그걸 경험하고 나면 아무래도 조금은 간이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그만 일에는 조금 무덤덤해지는 것 같아요. 긴장하는 것을 극복하다 보면 슬럼프도 잘 안 오는 것 같아요.

 

악보를 봤을 때 대충 어떠한 느낌의 곡인지 한 눈에 그려지시나요?

악보는 제게 일종의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충은 보이는 것 같아요. 작곡가들 마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분위기나 화풍이 갈리거든요. 그래서 ‘아, 이 작곡가의 곡이니까 이런 시대겠구나. 그러니까 이 곡은 이런 느낌으로 해야겠다.’ 라는 것을 바로 알게 돼요. 또 제가 직접 연주를 해보기도 전에 이미 CD에서도 많이 듣다 보니까 곡 자체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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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곡을 해석하는데, 그 해석능력은 어떻게 길러지는 건지 궁금해요.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절 지도해주시는 교수님이나 선생님께서 알려주세요. 그걸 기본으로 깐 후에 작곡가의 시대적 배경이나 그 때의 음악 화풍을 고려해서 저만의 해석이 들어가는 거죠. 또 시디나 유튜브를 통해서 끊임없이 듣고 이론도 공부하고요.

 

연주할 때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음악은 결국 처음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표현법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디테일적인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반드시 이렇게 소리를 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표현과 분위기를 살리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지도 교수님이신 채희철 교수님은 동문님께 어떤 스승이셨나요?

정말 좋으신 분이죠.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인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차분하게 풀어가라고 말씀해 주세요. 또 학생들 많이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 드리면, 학교 수업 시간 외에도 따로 레슨을 봐주세요. 그리고 워낙 연주 실력도 출중하시고 아는 것도 많으시니까 그런 것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자극을 받게 되더라고요.

 

향후 활동계획은 무엇인지, 그리고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일단은 유학을 가서 공부를 더 할 계획이에요. 유학 후에는 아마 다양한 곳에서 연주 활동을 펼칠 것 같고, 학생들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저는 운이 좋게도 정말 좋은 선생님들께 음악을 배웠어요. 그래서 제가 받은 것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베풀어 주고 싶어요. 또 건강하게 오래 연주하는 것도 제 목표 중 하나에요. 주변을 보면 중간에 몸을 다치시거나 건강이 악화되셔서 음악을 중단하는 분들도 적지 않게 계시거든요. 저는 할머니가 돼서도 쭉 연주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연주를 해서 언젠가는 떨지 않고 여유와 편안함 속에서 연주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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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를 비롯한 많은 음대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모든 공부가 다 그렇겠지만 음악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우선 내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지, 나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을 하다보면 기죽는 순간이 많거든요. 워낙 잘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요. 그럴 때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열정도 있어야 하고요. 제가 학생 신분에서 음악을 배울 때, 의무감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후배 분들은 음악을 의무라 생각하지 않고 즐기고 느끼면서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열심히, 밝게 연주하는 태도에요. 다른 사람이 내가 연주하는 걸 봤을 때 ‘아, 쟤는 참 열심히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 밝아서 너무 보기 좋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음악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14기 김송희(정치외교학과14), 김지원(경제학부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