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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작은 산학동아리로 시작, 업계 러브콜을 독차지하게 된 디자인벤처기업 브랜드호텔

  • 조회수 1927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5-12-14

대한민국을 ‘꿀독’에 빠뜨린 허니버터칩의 인기 뒤에는 숨은 일등공신이 있다. 이 과자의 포장지를 디자인한 ‘브랜드 호텔’이다. 숙명여대 산학동아리로 시작해 어엿한 법인으로 독립한 브랜드 호텔은 허니버터칩뿐 아니라 롯데삼강 돼지바, 파스퇴르 요구르트, 매일유업 카페라떼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많은 상품의 디자인을 탄생시킨 곳이다. 상품 패키지 디자인에서 시작해 CI, BI로 영역을 넓힌 브랜드 호텔은 동아리와 기업, 그 중간 어디쯤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동아리처럼 즐겁고 신나게, 또 기업으로서 내실을 다지며 일하고 있는 손민희, 강서현, 김윤아, 김수민, 김희진, 허현지, 정기윤(사진 왼쪽부터)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브랜드 호텔의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2009년에 저희 시각·영상디자인과 김기영 교수님과 함께 산학동아리로 시작했어요. 그때 모인 사람들이 지금도 창업 멤버로 함께하고 있는 김수민, 김희진, 김윤아 세 명이고,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어요. 산학동아리에서 조금 규모가 커져서 ‘브랜드 호텔’이라는 법인으로 일을 한 건 3년 정도 됐어요. 대표 3명도 학부생 때 일을 시작해 졸업 이후 법인을 세우게 된 건데, 이후에 합류한 멤버들도 학부 2학년, 3학년 때 인턴처럼 합류했다가 졸업하고 나서도 그대로 남아 멤버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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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법인인데도 숙명여대 동아리 같은 인상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금전적인 지원 같은 건 전혀 없지만, 저희나 학교나 서로 시너지가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저희 사무실이 두 개인데 본사 격에 해당하는 사무실은 창업보육센터에 있고 하나는 처음 시작했던 동아리방을 아직 사용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인재양성 차원에서 학부생 후배들이 인턴을 하면서 배우고 있죠. 학부 때부터 일을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숙대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근에 남자 직원을 한 명 채용했어요. 클라이언트나 작업 영역이 확장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남자 입장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필요하더라고요.

 

그 남자 직원은 혼자라서 불편해하지 않나요?(웃음)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어요.(웃음) 말하자면 시범 케이스인 셈인데 이렇게 함께하는 게 나쁘지 않다,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이후에는 남자직원은 물론 다른 학교 출신 경력직도 채용하려고요.

 

아무래도 학부 때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관계들이니 일반 기업하고는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좀 다를 것 같아요.
친구나 선후배 관계로 시작했기 때문에 상하관계가 아주 분명하진 않죠. 서로의 사정을 좀더 이해해주는 것도 있고 개인의 자유도 많이 보장되는 편이고요. 예를 들어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개인사정이 있을 때 일반 회사라면 미리 월차를 냈어야 한다든가 복잡한 절차가 있을 텐데 저희는 좀더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든 식대와 간식비를 회사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사비가 들 일이 거의 없어요. 여자들만 있다 보니 술 회식은 거의 없고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요.(웃음) 매년 해외여행을 같이 가는 전통도 있는데 재작년에는 싱가폴, 지난해는 암스테르담에 다 같이 갔어요. 열흘 정도 아예 브랜드 호텔을 통째로 비우고 다 같이 출장을 가요.

 

단순한 여행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렇죠. 안목을 넓히기 위한 목적?(웃음)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많이 돼요. 다 같이 가지만 각자 여행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존중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스케줄을 따로 짜기도 하고 혼자 다니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아예 경비를 개인에게 따로 지급했어요. 알아서 숙소 예약하고 코스 짜서 다니고 나중에 서로 공유하는 식으로요.

 

외부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부러운 직장인데, 그런 동아리 같은 문화가 장점도 분명 있지만 기업으로 자리잡는 데는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지금이 동아리에서 기업으로 가는 과도기인 것 같아요. 초반에는 출퇴근시간도 자유롭게 했는데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다 보니까 클라이언트 쪽에서 불편해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출퇴근시간이나 직급 같은 아주 기본적인 원칙은 정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예 질서나 체계가 없다가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시기인 거죠. 좋은 쪽으로.

 

기업으로서 브랜드 호텔의 상황은 어떤가요? 프로젝트 규모나 매출 규모를 설명한다면?
2~3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어요. 다른 디자인회사와 견주었을 때 적은 편은 아니죠. 초반에는 김기영 교수님의 소개로 들어오는 일이 많았는데, 작업을 계속 하면서 손발이 잘 맞으니까 다른 프로젝트로 연결되더라고요. 정확한 매출은 밝히기 어려운데, 법인이 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해마다 200%씩 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직원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식대나 여행경비 등 복리후생비가 다른 회사에 비해 많은 편이라 순이익으로 따지면 낮은 편이에요.(웃음)

 

맡았던 프로젝트 중에 가장 히트한 건 아무래도 ‘허니버터칩’이겠죠?(웃음) 이후에 좀 달라진 게 있나요?
제과업체들의 러브콜이 늘었죠. 거의 모든 제과업체에서 연락이 온 것 같아요. 실제 다음 프로젝트로 연결되기도 했고요. 허니버터칩은 저희가 먹어보고 확실히 맛이 있어서 마니아층은 생기겠다 했는데 이렇게까지 대박이 날 줄은 몰랐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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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호텔은 상품 패키지 디자인 위주로 작업을 하나요?
작업의 절반 정도는 상품 패키지 디자인이고, 나머지는 브랜딩이라고 부르는 CI, BI 작업이에요. 국립민속박물관 같은 경우가 후자에 해당하죠. 상품 디자인이 아무래도 독창적이고 눈에 띄다 보니까 그쪽으로 부각이 되는 것 같아요. 브랜딩 작업은 그 브랜드에 대해 이해도 많이 해야 하고 이미지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건가요?
‘내가 디자인하는, 이 방향이 맞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다들 디자이너니까 어떤 재능이나 특출한 부분을 보면 닮고 싶으면서도 왜 나는 저렇게 못할까 자괴감도 들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도 손발이 안 맞거나 원하는 걸 다 맞춰드리지 못할 때 회의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디자인이라는 게 수학처럼 논리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거라서 정답이 없잖아요. 제가 원하는 게 시장성이 없다든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과 달라서 충돌이 생기거나 할 때가 제일 힘들죠.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이렇게까지 성공해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은데, 브랜드호텔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산학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님들이 저희에게 제일 부럽다고 하는 게 ‘조직력’이에요. 구성원들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고 조직이 뭉쳐서 계속 가는 게 힘들잖아요. 저희는 서로 잘 맞기도 하고 앞서 말한 상황들에 맞서 싸우면서 계속 견디고 서로 도와주고 위로해주면서 끈끈해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조직력이 세진 거겠죠.

 

장기적으로는 학교에서 완전히 독립할 계획인가요?
인지도는 실력에 비례하기 때문에 더 역량이 커지면 학교를 벗어나 저희 나름대로 브랜드를 쌓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 멤버들 평균 나이가 스물여덟밖에 안 되고, 연차가 다들 10년 미만이잖아요. 유수의 디자인 회사들에 비하면 노하우나 안목 같은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시장에서 어필하는 부분은 창의성이죠. 창의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연륜이나 노하우를 쌓아가도록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의 결과물을 보면 평이함을 버리고 약간 색다른 접근을 해서 나온 게 많아요. 젊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문성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기존 회사들과 승부해서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지금은 학교와 브랜드 호텔이 서로 상생하는 시기라고 봐야겠네요.
그렇죠. 역량의 문제도 있지만 인턴제도 같은 것도 학교를 벗어나면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지금은 숙대 학생들과 인력교류가 곧장 가능하니까요. 저희도 연차가 올라가면서 생각이 굳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학부 인턴들이 독특한 접근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저희가 그걸 프로로서 풀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저희도 여기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나중에 학교를 벗어난다고 해도 후배들과 계속 이렇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소식지 숙명 2015년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