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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학생 INTERVIEW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 '앤디어워즈' 대상 수상한 최성록 학생

  • 조회수 3049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5-12-14

“미술시간을 싫어하는 시각장애인이 많다”고 광고에 출연한 시각장애인 김경민씨는 말한다. “미술이라는 것이,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가 물감이나 크레파스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화면에는 고정관념을 깬 물감이 등장한다. 향기 나는 물감이다. 빨강은 딸기향, 노랑은 레몬향, 주황은 오렌지향, 초록은 사과향, 파랑은 페퍼민트향, 보라는 포도향, 검정에선 초콜릿향이 난다. 다채로운 향으로 색을 인지해 멋진 그림을 그리는 시각장애인들의 즐거운 표정이 이 광고영상의 백미다.

 

undefined 제목은 ‘센트 페인트 프로젝트(Scent paint project).’ 2분 30초 분량의 이 메시지가 태평양 건너 내로라 하는 광고 전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향기 나는 물감과 광고영상을 만든 최성록(시각·영상디자인과 12) 학생은 올해 뉴욕광고클럽이 주최하는 ‘앤디어워즈’ 대상을 거머쥐었다. 같은 작품으로 칸국제광고제, 뉴욕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히는 클리오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뉴욕페스티벌에도 출품한 상태다. 부산국제광고제에도 출품할 예정이어서, ‘센트 페인트 프로젝트’의 국내외 수상 이력은 갈수록 짱짱해질 전망이다.

 

 

 

 

내게 당연한 일이 남들에겐 당연하지 않다면?

이 놀라운 작품은 문득 떠오른 한가지 생각에서 비롯됐다. “저는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디자인 전공자니까 색을 항상 접하고 물감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내게는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까, 생각하다가 시각장애인들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어요.” 향으로 색을 구별하면 시각장애인들도 얼마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감과 향기 나는 오일을 섞어보았다. “향기 나는 오일을 색의 이미지에 맞춰 섞으면 색의 느낌을 향으로 알 수 있죠. 빨강은 딸기나 라즈베리, 보라는 포도…. 색을 보았을 때 쉽게 연상되는 향을 조합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정작 어려웠던 건 향기 나는 물감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영상 메시지로 표현하는 일이었다. 최성록 학생의 ‘향기 나는 물감’ 아이디어를 국제광고제에 출품하도록 이끈 사람은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의 박서원 대표다. 대형 광고기획사 오리콤의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이기도 한 박 대표는 시각·영상디자인과에 국제광고제 관련 수업을 개설해 교수이자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 시절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제목의 반전포스터로 세계 5대 광고제에서 무려 12개의 상을 휩쓸었던 박 대표는 광고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고, 그의 수업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국제광고제 출품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교수님(박서원 대표)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쳐주시는 건 아니에요. 그 정도론 안 된다, 더 생각해봐라, 더 새로운 걸 끄집어내라,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끝까지 밀어붙이시죠. ‘센트 페인트 프로젝트’를 할 땐 본인 사무실로 부르셔서 뭔가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때까지 집에 못 간다고 하셨다니까요.”(웃음)

 

광고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선 시각·영상디자인과 토드 홀로우백 교수의 도움도 컸다. “주변 지인 중엔 시각장애인이 없으니 일면식도 없는 분을 출연자로 섭외해야 하는데 막막했어요. 교수님께서 사정을 들으시고 평소 교류가 있는 장애인단체를 통해 출연자를 소개해주셨어요.” 최성록 학생은 “자기분야에 특별하면서도, 학생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해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독려하는 열정적인 교수님들이 많은 것이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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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상보다 귀하고 값진 선물은 성취감과 자신감


고되고 힘든 길이지만, 최성록 학생은 더 많은 후배들이 국제광고제에 도전하길 바라고 있다. “처음 수업을 들을 땐 그렇게 큰 상을 받을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아요. 그런 기회가 없었고 전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뿐 아니라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이 대부분 상을 받았어요. 받으면 신기하죠.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겨요.” 졸업 후 꼭 광고계로 진출할 생각이 없더라도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트로피나 상금보다 더 값진 교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저의 바닥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제 더는 할 수가 없구나,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구나, 절망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뛰어넘는 경험을 했거든요. ‘내가 이기나 니가 이기나 보자’ 그런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면서 제가 조금은 강해진 것 같아요. 누가 칭찬을 해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대견했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이 정도로 힘들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후배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소식지 숙명 2015년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