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사이트맵 열기

사이트맵

 
모바일메뉴열기 모바일메뉴 닫기

SM인터뷰

INTERVIEW

세계적인 단백질 연구 전문가, 함시현 교수

  • 조회수 1721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15-11-03

우리대학 화학과 함시현 교수는 세계가 인정하는 단백질 연구자다. 그의 연구 분야는 치매, 당뇨, 암,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병의 치료에 집중돼 있는데, 이런 난치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응집 현상의 새로운 원인을 밝혀내는 일을 하고 있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 치매유발 단백질의 응집 기작을 밝혔고, 최근에는 단백질 응집현상의 새로운 원인을 규명했다.

 

그녀의 연구에 세계가 주목한 지 몇 년, 2014년 또 한 건의 ‘큰일’을 냈다. 새로 발표한 논문이 화학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2월 24일 온라인판에 게재되는 한편,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4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번 논문은 저널에 게재된 상위 10% 이내 논문으로 꼽혀 주목할 만한 논문(HIP, Highly Important Paper)에도 선정됐고 올봄 삼성이 발표한 미래기술육성사업에도 기초과학 대표과제로 지정, ‘주목할 만한 한국의 과학자’ 명단의 맨 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또한 연말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수여하는 '2014년 올해의 여성과학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자랑스러운 ‘궤적’을 그렸다.

 

undefined


 

‘융합’의 과학, 전산화학을 세상에 알리다

함시현 교수의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알아야할 단어는 바로 ‘전산화학’이다. 단어 그대로 전산화학은 화학실험을 실험실이 아닌 슈퍼컴퓨터 안에서 진행하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이론화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학과 컴퓨터가 만나 창조된 이 새로운 화학분야는 요즘 유행하는 ‘융합’이라는 단어와 맞아떨어진다.

 

사실 현대 과학은 이제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이 존재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학문 간에 서로 물리고 물리는, 그리고 서로가 필요하고 보완하는 그야말로 학문의 융합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 2013년 노벨 화학상이었다. 2013년 노벨 화학상은 복잡하고 큰 생체분자의 화학반응을 컴퓨터에서 계산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간단히 말해 세계가 21세기에 주목하는 가장 ‘핫’한 분야의 연구 중 하나가 함시현 교수의 전산화학인 셈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단백질 응집 원리를 계산하다


“제가 실험실이 아닌, 책상 위 때론 침대 위에서 노트북 하나를 펼치고 슈퍼컴퓨터와 연결해 실험을 하는 것은 단백질입니다. 치매와 암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난치병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응집체를 형성하는 단백질 응집을 통해 발생합니다. 이러한 단백질의 응집성향을 제어하려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대부분 단백질 자체 특성에 초점을 맞춰 한계가 있었어요. 때문에 먼저 단백질 응집 원리를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했고, 저희 연구팀이 그 일을 해낸 것입니다.”

undefined 함시현 교수가 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정관념을 깨는 일’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모두가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녀는 물이 우리 몸 안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단백질과 물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단백질 주변의 물의 구조와 분포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어떤 단백질이 왜 얼마나 응집하는지를 90%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생체 내에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백질의 응집을 분자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관련 질환의 이해에서 나아가 치료제 개발 등 후속연구를 위한 실마리가 되었다.

“단백질 응집이 문제가 되는 단백질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첫 단계에서 약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효과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하며 약을 디자인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야 시간과 비용이 절약됩니다. 응집하지 않는 단백질을 분자수준에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죠. 이 기술은 현재 바로 적용 가능합니다.”

함시현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디자인한다’고 표현한다. 오목하게 생긴 단백질의 활성부위와 결합하기 위해서는 볼록한 모양의 약을 만들어야 하고,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울퉁불퉁한 모양의 단백질에 딱 맞는 약의 구조를 복잡하게 계산하는 길고 지루한 모든 과정을 ‘디자인’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일을 설명하면서 예를 들었던 모든 표현은 ‘뜨거움’이다. 어떤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과 같은 경우였다.

 


‘세계적인 학자’ 타이틀에 담긴 땀과 눈물을 기억하라

undefined 함시현 교수와 우리대학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 우리대학 화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1993년 텍사스공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던 함 교수는 2003년 모교 교수로 다시 돌아왔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33살. 전도유망한 나이와 경력의 함 교수는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병환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운명처럼 모교에서 학생들과 만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아직은 전산화학이 낯설기만 하던 우리대학에 임용된 직후인 2004년부터 전산화학(화학정보학) 수업을 개설해 지금까지 ‘뜨겁게’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학부에서 다루기 어려운 분야라 국내외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후배인 우리대학 학생들이라면 누구보다 이 분야를 잘 해낼 것이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었고, 10년이 지난 현재 함 교수의 제자들은 바이오 신약을 연구하는 기업과 정부 산하 연구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전산화학은 비단 바이오, 의약 뿐만 아니라 나노, 재료, 화장품, 의복, 환경 등 많은 분야에서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보이는 화려한 모습과 달리 무수한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연구에만 매진해 온 함시현 교수는 과학자를 꿈꾸는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 우선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할 것. 그러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으로 끈기 있게 밀고 나갈 것. 그리고 끝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피하지 말고 반드시 치러낼 것.


세계가 인정하는 학자가 되었음에도 단 한순간도 쉴 수 없다는 열정의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에 있어 정말로 소중한 ‘난치병 치료’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 했다. 함시현 교수,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