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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숙명은 제2의 가족이에요” 베트남 모교서 한국학 교수 된 응웬 티 하 동문

  • 조회수 1779
  • 작성자 통합 관리자
  • 인터뷰자
  • 작성일 2023-07-26

“숙명은 제 한계를 넘어 더 큰 꿈을 꾸게 해준 제2의 가족이에요”


한국에 오기 전 떡볶이 먹는 연습까지 한 순수한 베트남 소녀가 이제 본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어엿한 교수가 됐다. 우리대학에서 국제관계대학원 석사, 동아시아지역학 박사과정을 마친 응웬 티 하(NGUYEN THI HA·한국이름 하우리)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올해 9월 자신이 졸업한 하노이국립대학교(Vietnam National University)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 교수로 부임한다. 숙명에서 얻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큰 꿈도 꾸고 있다.


2015년 우리대학에 입학한 뒤 8년 반 만에 금의환향하는 하 교수를 지난 7월 13일 교내에서 만났다. 

 

철제로 된 선반에 다소 지저분하게 A4용지와 책들이 꽂혀있다. 이를 배경으로 한 여학생이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1. 베트남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어떻게 숙명여대로 오게 됐는지 궁금해요.


원래는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일반 기업에 취업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3학년 때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한국 유학을 꿈꾸면서 여러 대학을 알아봤어요.


그중 숙명여대는 홈페이지에 국제관계대학원 학과 소개와 졸업 후 진로 관련 정보도 많아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또, 글로벌한 환경에서 영어 강의를 듣고 싶다는 생각에도 숙명여대가 적합했어요.


2. 하노이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와 국제경제학을 전공했어요. 이중 한국어를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 굉장히 많아서 취직이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삼성, LG, 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다 진출해 있었거든요. 마침 제가 여러 학과를 두고 고민 중일 때 같이 중·고등학교를 다닌 동네 친구가 먼저 한국어학과를 가겠다는 거예요. 저도 취업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에 친구 따라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어요.


3. 한국에 처음 올 때 걱정도 많이 됐을 것 같아요. 빠른 적응을 위해 미리 준비한 게 있나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와 영어 공부 외에 미리 떡볶이 먹는 연습까지 했어요. 제가 다닌 학교 근처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거든요. 사실 처음 떡볶이 먹었을 때는 별로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수업 끝나고 친구들, 언니들이랑 같이 학교 앞 ‘달볶이’에 갔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그래서 ‘떡순이’가 됐죠. 


4. 한국에서 다문화·이주배경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숙명여대에 입학해서 처음 들었던 문화간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다문화 관련 내용을 접했어요. 이때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거기다 우리 학교가 있는 용산구에는 이태원도 있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휴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보인다. 몇명의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하우리 교수가 카메라를 보며 서서 웃고 있다.


5.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저도 처음 한국에 적응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가슴이 떨렸어요. 저는 그 학생들과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어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특히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문화의 다양성과 다름에 대해 공감하고,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었어요. 제가 가르치고 도움을 준다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자리였죠. 


6.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얻은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요?


다양한 경험이 하나씩 축적돼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청년공공외교, 멘토링, 문화강사 활동과 개발도상국의 발전 문제, 한국학의 해외 발전 연구 등을 해봤어요. 또 제가 학부 때는 한국어와 경제학, 석사는 국제관계, 박사는 동아시아지역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거든요. 요즘에는 융복합적 지식이 요구되는 만큼 제 지식을 융합적으로 소화해서 한국학 전공 안에서도 폭넓은 지식을 전달하고 싶어요. 


7. 베트남과 한국, 두 국가를 모두 경험해 봤는데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두 나라는 모두 유교적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하지만 한국 사람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아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알아보려는 성격인 것 같아요. 베트남 사람은 본인과 직접 관련되거나 급한 일이 아니면 다소 소극적이거든요. 그래서 베트남 학생들이 낯선 한국에 유학 오면 학교 수업이든 주변 일이든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8. 교수라는 직업은 처음이라 낯설 텐데 주변 교수님들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나요?


저도 교수를 처음 해보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제 지도교수님인 최동주 교수님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교수님은 ‘네 학생을 알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학생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었어요. 저도 지도교수님 말씀대로 학생들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미소짓는 하우리 교수의 정면 사진


9. 이제 베트남에 돌아가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데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우선은 교수라는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8년 반 만에 베트남에 돌아가는데, 베트남도 그사이에 많은 변화를 겪었거든요. 또 제가 가르치게 될 학생들도 저와는 다른 세대인 만큼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또 숙명이 저에게 정말 소중하고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 됐잖아요. 제가 모교로 돌아간다면 두 학교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10. 베트남에서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도 세울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사는 지역에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다소 열악하더라고요. 처음 숙명여대에 와서 도서관을 보니 책도 많고 너무 멋있었고, 학생들에게 공부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동네에 스터디룸을 시작으로 작은 도서관을 세우는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잡고 조금씩 실현을 해보려고 합니다. 


11. 숙명여대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고 이제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교수님에게 숙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숙명은 제2의 가족이에요. 베트남에서는 부모님과 가족의 지지가 있어서 유학을 올 수 있었어요. 숙명여대는 제 한계를 넘어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해줬어요. ‘밥 챙겨 먹어라’, ‘너는 할 수 있다’ 같은 말을 건네며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교수님과 언니, 동생, 친구들도 생겼죠. 숙대에 올 때마다 집에 왔다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아요.


작성: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