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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기다림으로 만들어내는 한 폭의 아름다움, 공예가 최덕주 동문

  • 조회수 2154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3-01-09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華而不侈),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로,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 백제의 미를 가리켜 한 말이다. 최덕주 동문(공예75학번)의 바느질로 완성된 조각보 보자기는 이러한 아름다움의 정신을 따르면서도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한 모습으로 전통 규방 공예의 절제된 미를 선보인다. ‘기다림’의 제작 과정을 거쳐, 평안과 안정을 선물하는 최덕주 동문의 작품 속으로 숙명통신원이 들어가 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덕주입니다. 1956년생으로 공예과 75학번이며 1979년에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보자기 명장인 김현희 선생님께 보자기를 배운 뒤, 23년간 조각보 보자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0 쪽 모시 보자기


(왼쪽부터) 2012 명주조각보, 2016 명주조각보

 

2. 조각보 보자기 공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보자기는 한국의 고유한 규방 공예로, 옛 한국 여인들의 정성과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 감각이 담긴 품위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이는 현대로 오며 독특한 조형성 그리고 심미성을 인정받아 전통 디자인의 섬유예술 분야 중 하나로써 인정받게 되었죠. 전통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함께 변화하며 발전해 하나의 예술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조화로운 색의 배합과 면의 분할을 통해 예술적 아름다움을 구현한 조각보 보자기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3. 조각보 공예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할머니가 바느질하는 모습, 옷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옷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경이로웠고, 할머니의 바느질 도구와 자수 작품을 보는 것이 어린 시절 큰 즐거움으로 남았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계기로 40대 중반에 취미로 시작한 바느질 작업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2007 안동포 보자기

 

4.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형문화재 배분령 안동포 장인이 만든 안동포로 제작한 큰 보자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큰 규모의 작업이었기에 보람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안동포 보자기는 염색을 하지 않고 원래의 색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은은한 색이 세월이 지날수록 깊고 편안한 인상을 줘서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5.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 제작에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작업할 때 늘 염두에 두는 것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華而不侈)’입니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고사성어인데요, 한국의 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대하는 모든 이들이 위로와 평안을 얻길 원합니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고운 바느질이 나오기 어렵기에 늘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바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대하는 이들에게도 이와 같은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고요.

 

6.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중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품 제작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디자인 스케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러 번의 스케치 과정을 거치며 작업이 완성될 때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작 과정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여러 차례 반복되는 염색입니다. 조각보 제작에는 스케치와 색의 조합을 구성하는 데 나누어지는 칸들과 색의 배합이 중요한데요, 자신만의 색 없이는 디자인에 있어 차별화를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강한 색, 다양한 색을 얻으려면 염색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기에 가장 힘든 과정이에요.

특히 계절마다 저마다의 색이 있기에 계절에 맞는 색을 찾아 염색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원하는 색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염색이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묵혀두고 다시 염색하거나 이 색 저 색을 섞어 복합 염색을 해요. 하지만 힘이 들어도 자연 염색 과정을 통해 자연이 주는 오묘한 색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근사한 색을 작업 과정에서 얻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오거든요.

 

 

7. 동문님에게 있어 조각보 작업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저에게 조각보 작업은 자신을 끊임없이 다듬는 과정이에요. 특히 염색 작업을 마치고 오랜 시간을 숙성시켜야 맑고 고운 색을 내는 천연 염색 작업은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느질 또한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고요. 이 모두가 저의 삶 속에 들어와 느린 기다림으로 평안을 얻게 합니다.

그리고 제 조각보 작업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전통 규방 공예가 현대에 맞춰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탄생하길 원해요. 천연 염색으로 색을 내고 전부 손으로 바느질하는 옛것 그대로의 제작 과정을 담고 있지만, 오늘날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8. 예술가의 꿈을 꾸고 있는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슬럼프가 찾아오면 일단 하던 일을 덮어두고 다른 작업을 합니다. 이것저것 다른 작업에 매달려 보다가 한참 후에 힘들어서 중단했던 작업을 다시 꺼내 보면 뜻밖의 길이 보이기도 한답니다. 자신의 작업에 확신이 있고 작업의 수고에 감사가 있으면 그것으로 작업을 계속하는 힘이 될 거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작업을 늘, 끊임없이, 한결같이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삼고 싶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0기 김세희(역사문화학과21), 안소현(영어영문학부20)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