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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무형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관람객에게 전달하다, 학예연구사 서주영 동문

  • 조회수 2142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2-11-24

누구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감상한 후 ‘전시는 누가 만들까?’라는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물음의 답은 바로 ‘학예연구사’다.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소장품에 대한 관리, 전시기획, 학술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전시로 탄생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서주영 동문(한국사학과89)은 유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예연구사의 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학예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모두 경험해 본 25년차 ‘베테랑’ 학예연구사 서주영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사학과 89학번 서주영입니다. 현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학예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15년 근무했고, 이곳에서 학예연구관으로 10년째 근무하는 중으로 총 2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은 넓게는 박물관·미술관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예연구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 또는 대학원에서 고고학, 사학, 미술사학, 예술학, 민속학, 인류학 등을 전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 채용 시 관련 전공자로 응시자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으며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합니다.

 

3. 학예연구사를 희망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우리대학 박물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유물을 통해 옛사람들의 모습을 유추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 유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할 것 같았어요. 특히 유물과 대화하는 것이 좋았어요. 또 박물관을 담당하시던 배정룡 학예연구사님을 통해서도 학예연구사가 되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이나 진로상담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4. 학예연구사로 20년 넘게 활동하신만큼 여러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예연구사의 장단점이 뭘까요?

 

우선 제가 조사, 연구하고 전시한 일이 아카이빙되어 문화 콘텐츠로 남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이 직업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학예연구사의 족쇄 같다고나 할까요? 매일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연속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는 야근도 자주 하게 돼요. 학예연구사를 한다면 번아웃도 조심해야 합니다.

 

5. 학예연구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중요한가요?

 

학예연구사는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은 조사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전시, 교육 등을 기획합니다. 자신이 기획한 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간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공사 감독관, 영상기기 설치기사, 작품이나 유물 설치 전문가, 전기기사 등 많은 협력자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것 없이는 좋은 전시나 결과물이 나올 수 없습니다.

 

6. 하나의 전시는 어떻게 탄생하나요?

 

기관 차원에서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아이디어 회의에서 주제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후 주제에 대한 조사연구 및 스토리 라인 기획, 전시에 대한 글 작성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주제와 관련된 유물이나 작가, 작품을 선정해 적합한 유물 또는 작품을 대여합니다.

전시 기획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기획안을 가지고 전시 실현 업체와 협업을 하게 되는데요, 전시 공간 및 그래픽 디자인, 공간 공사, 전시품 운송 및 설치, 도록이나 자료집 디자인 및 인쇄 업체 등 다양한 곳과 협업을 하게 됩니다. 전시 과정 속에서 학예연구사는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과 소통하며 전시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7. 동문님께서 진행하신 전시와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업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한 ≪바위글씨전≫이라는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에 있는 산이나 계곡 등 경치 좋은 곳에 새겨진 오래된 바위 글씨를 찾아 탁본(*금석이나 기타 물체에 조각된 문자나 문양 등을 종이에 뜨는 일 또는 그 복사물)하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전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원들과 쏟아지는 햇볕 아래서 서울 곳곳에 위치한 글씨를 찾아다니고 새겨진 글씨를 하루 종일 탁본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결과물이 전시와 책으로 만들어져 기록으로 남게 된 뿌듯함은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탁본한 글씨 중 특히 ‘동천(洞天)’이라는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동천’은 흔히 신선이 살 만큼 경치 좋은 곳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경치가 좋은 곳 바위에 어김없이 ‘동천’을 새겨놓았습니다. 서울이 개발되면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청운동, 부암동, 삼청동, 도봉산 계곡 일대 등 서울 곳곳에 남아 있어 반가웠습니다.

 

8. 동문님께서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모두 경험하셨는데요, 전시를 기획할 때 미술관과 박물관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나요?

 

우선 공통점은 두 경우 모두 의도한 주제를 적절히 표현했는지, 그것이 관람객에게 잘 전달되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박물관과 미술관의 차이가 있다면 학예연구사가 제안하는 아이디어의 비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보다 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물관에서의 학예연구사의 역할은 역사적 사실과 고증을 지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미술관에서는 학예연구사가 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여 전시를 기획합니다. 또 미술관의 특성상 작가와도 긴밀히 소통합니다.

 

9. 11월 7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셨습니다. 인생 선배로 강연을 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후배들에게 제 직업을 소개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저 같은 경우 학교 박물관에서 출발했기에 수월히 학예연구사의 길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학예연구사를 직접 만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실무와 준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해 이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0. 학예연구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학예연구사가 되기 위해서는 석사 학위는 기본이고, 실무적인 경험도 쌓아야 합니다. 특히 실무 경험은 학예연구사가 되어 실질적인 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직접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실무를 배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 많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0기 서채운(미디어학부19), 21기 이채윤(프랑스언어문화학과22), 정서영(행정학과21)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