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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획] “친환경 스마트팜, 들어본 적 있습니까?” ESG 연구로 창업 꿈꾸는 기계시스템학부 임용훈 교수

  • 조회수 5841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23-04-24

 

상쾌한 봄기운이 가득한 교정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눈송이 광장 위, 기숙사로 향하는 길가 옆에 자리 잡은 온실이다. 지붕을 가득 덮은 태양광 패널과 투명창 안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설비, 그리고 그 옆에 설치된 전기 충전 시설 등은 이곳이 평범한 온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온실 특유의 습한 공기가 훅 느껴진다. 입구부터 반대편 끝까지 자리잡은 3단 선반들 위에 모종판과 플라스틱통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이 빽빽하게 놓여있다. 반대편엔 원통 모양의 저장탱크들과 각종 기계 설비들이 돌아가고 있다. 그 사이 바닥에 설치된 커다란 수조 3개는 연신 물거품을 뿜고 있다. 천장 위의 태양광 패널을 살펴보다 자칫 수조에 발이 빠질 뻔 했다. “CO2(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미세조류가 바로 이 수조에서 자랍니다. 한참 미세조류가 많이 배양될 때는 여기가 온통 초록색으로 변하죠” 기계시스템학부 임용훈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이 복잡한 온실에서 진행되는 연구의 책임자다. 다양한 기술과 컨셉이 섞여 있어 요약이 쉽지 않지만 임 교수의 연구 프로젝트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탄소배출 제로 스마트팜 구축’이다. 이는 우리대학 ESG 연구의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직 어디서도 시도하지 않은 기술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임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스마트팜은 들어본 적 있는데 탄소배출 제로라고 하니 뭔가 생소하네요.

 

원래 스마트팜은 재배 편의성을 늘리고 자동화를 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중심 모델이에요. 그러나 저희가 제안하는 탄소배출 제로형(Carbon Free 100) 스마트팜은 지속가능한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탄소 배출 없이 4계절 내내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다수의 스마트팜 기술개발 실증연구를 수행 중인데, 최근 종료된 과제에서는 스마트팜 온실 내 열 환경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기 위한 이동형 무빙센서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몇 가지 더 소개하자면, 농림식품기술평가원 과제로 2,000평 규모의 파프리카 스마트팜 농장에서 온실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지열을 활용하여 생산, 공급하는 사업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촌진흥청 과제로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해 농촌 커뮤니티 에너지자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재생발전 모델을 실증 중이며, 스마트팜 다부처 과제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동절기 냉방을 계절 간 저장하여 하절기 스마트팜 냉방에 공급하는 혁신 기술을 평창에서 실증하고 있어요.

 

Q. 농업 분야도 재생에너지 열풍이 불고 있나 봅니다.

 

사실 그동안 농업 분야는 면세유나 값싼 농업용 전기 덕분에 에너지 비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인력 문제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품종 개량 등의 문제에 집중했죠. 그러나 최근 발전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기후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노지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고 있습니다.

 

Q. 여기선 지금 어떤 작물을 키우고 계세요?

 

 

 

 

지금은 향후 그린 바이오 산업화가 가능한 작물을 중심으로 시범 재배를 하고 있어요. 주력 작물은 메디푸드 등으로 각광받는 동충하초와 새싹삼이고요, 조만간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 있는 딸기도 재배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딸기는 보통 저온성 작물이라 하절기에 재배하려면 적절한 냉방 솔루션이 필수인데, 이를 위한 냉방 기술을 이곳 스마트팜에서 실증하여 하절기 재배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열대, 중동 지방 등에 수출이 가능한 사업 모델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끝으로 일반적인 작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탄소배출 제로형 스마트펌 모델 구현의 핵심인 미세조류를 새로운 작목으로 하여 이산화탄소 자원 순환형 모델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Q. 학교 온실을 스마트팜으로 바꿀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됐나요?

 

숙대에 처음 왔을 때 가까운 곳에 스마트팜 연구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당초엔 빌딩팜 프로젝트를 제안했죠. 실제로 순헌관 옥상정원에 온실을 만드는 계획까지 보고했는데 결국 사업선정이 안 됐어요.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마침 철거 계획에 있던 온실을 재정비해 스마트팜 연구에 쓰기로 한 거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2년 반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어느 정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재정적 도움도 컸고요. 현재 약간 남아있는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면 조만간 공식적으로 오픈식을 할 예정입니다.

 

 

 

 

Q. 탄소배출 제로 스마트팜에 적용 중인 첨단기술 가운데 주목해야 할 기술을 하나 꼽아주실 수 있나요?

 

남들이 선도하는 분야에 후발주자로 들어가서 단시일 내로 격차를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래서 우리대학 스마트팜은 아직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인 기술 개념을 수립,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친환경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하냐’보다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를 어떻게 낭비없이 사용하는지’에 집중하는 거죠.

이곳 온실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얻은 재생 에너지는 먼저 작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LED 광·열 시스템에 사용되고요, 또한 히트펌프 기반의 온실 냉난방 시스템으로도 활용됩니다. 그러고도 남는 에너지는 전기자동차 충전과 미세조류 배양 등에 쓰입니다.

 

 

 

 

무엇보다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미세조류를 활용한 탄소 흡수형 스마트팜 구현 기술인데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곳에서 배양하는 미세조류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작물 생산성을 증대하는 동시에 부산물을 바이오매스로 자원화하는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개념 수준의 기술개발 검증단계(TRL 3단계 수준)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 및 활용하는 시도는 몇몇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긴 하는데 저희 모델은 잉여 재생전력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기술로서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신개념 모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현재 특허도 출원 중입니다.

 

Q. ESG 관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연구인 것 같습니다.

 

학교 2030비전의 목표 중 하나인 ESG 실천 혁신에도 크게 부합한다고 할 수 있죠. 일단 탄소배출 제로 연구 자체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산업 선도 분야잖아요, 이미 국제적으로 RE100과 관련된 국가 간 무역장벽과 규제가 논의되는데, 미래 기후위기 시대에는 농업 부문에서도 탄소배출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연구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흐름에 부합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학교에 조성된 스마트팜은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오픈랩으로 이용하여 공동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 신임 교수님들과의 워크숍 등을 통해서 화공생명공학과 성영준 교수님과도 협업을 제안한 상태인데,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적극적인 공동연구 추진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방형 테스트 베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Q. 창업도 염두에 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제가 스마트팜 분야에 뛰어든 게 올해로 7년째입니다. 10만 시간 법칙에는 아직 2만5,000여 시간이 남았어요.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현장 실증 경험을 통해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과 모델에 대한 개략적인 분석을 완료했고요, 최근에는 교원 창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상하는 창업모델은 스마트팜, 분산형 재생 발전 시스템 및 바이오팜 개념을 융합한 사업입니다. Energy – Food – Bio로 이어지는 융복합형 신사업 모델을 구축해 재생 에너지 활용성을 크게 늘리고, 기후 위기에도 대응하는 거죠. 이 연구를 숙명 ESG 실천 혁신의 대표적인 연구 사례로 성장시켜서 지속 도전 가능한 창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꼭 일조하고 싶습니다.

 

Q. 스마트팜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해주실 말이 있을까요?

 

얼마 전 제가 강의하는 ‘기계공학미래기술과 진로탐색’ 수업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스마트팜을 견학시켰습니다. 스마트팜하면 농촌에 가서 뭐 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연구 현장을 보고 놀라더라고요. 다른 대학에서도 스마트팜 연구를 많이 하지만 우리와 같은 친환경 스마트팜 연구를 하는 것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향후 발전 가능성도 크고요.

저희 연구실에 지금 학부 연구생도 3명이 있는데 ESG 분야 연구에 관심 있는 학부생 혹은 대학원생들이 와서 함께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