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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개인기를 키워라" 시각영상디자인과 김기영 교수

  • 조회수 8310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13-11-28


지난 10월 말 김 교수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수여하는 산학연협력 우수유공자로 선정됐다. ‘다수의 산업체 디자인혁신 산학프로젝트에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을 참여시켜 실무능력을 키우고, 브랜드호텔(www.brandhotel.co.kr)이라는 디자인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했다’는 것이 그의 공적요지다.

수상 소감을 듣고자 지난 11월 26일 미대 7층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먼저 눈에 띈 건 여기저기 보이는 총 천연색 소품과 아이디어 상품들이었다. 대부분 본인과 제자들인 브랜드호텔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런칭된 상품은 물론, 이제 막 개발을 끝낸 작품도 있다. 말하자면, 김 교수와 브랜드호텔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는 셈이다. 인터뷰를 하려는데 먼저 브랜드호텔을 소개하는 홍보물부터 들이밀었다. 인터뷰어의 편의를 위해 기초자료를 직접 뽑아 주다니, 철저히 수요자 중심적인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 먼저 산학연협동 우수유공자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받은 상은 제가 받은 게 아니고 매일 밤을 새며 작업을 한 브랜드호텔 학생들이 일궈낸 겁니다. 제가 한 건 그런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그게 유지되도록 도왔다는 거 밖에 없습니다.

 

- 수상의 공을 학생들에게 돌리시네요. 브랜드호텔은 어떤 곳입니까?

브랜드호텔은 우리대학 시각디자인과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이뤄진 디자인 전문기업입니다. 현재 인원은 10여명 내외에요. 만들어진지 2년 정도 됐는데 벌써 매출 1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우리나라 디자인 업계 전체와 비교해도 여기 학생들 실력이 톱3 안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이런 SA급 디자이너들은 대기업에서도 찾기 힘들어요. 삼성에 합격했는데도 안 간 친구들이니까 당연하죠. 실제로 여기서 지난해 3명이 삼성을 갔고, 올해는 1명이 LG생활건강에 들어갔어요. 창업할 거 아니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인재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대 사무실에서 김기영 교수와 브랜드호텔 제자들. 치열한 고민과 밤샘작업의 결과물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 학생들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것 같습니다.

성과가 말해줍니다. 롯데삼강 돼지바 매출이 220억원대였는데 우리가 패키지 리디자인한 뒤 270억원대로 뛰었고, 이후 롯데삼강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맡았어요. 파스퇴르 유업 우유시리즈 디자인을 혁신해 흑자회사로 전환시켰고, 적십자,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도자기, 농협, LG패션, CJ홈쇼핑 등 손을 댄 클라이언트마다 호평을 아끼지 않았어요. 이 모든 것이 숙명여대 학생들의 손으로 이룬 겁니다.

 

- 이제 갓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청년들이 창업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려면 독자적인 생존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브랜드호텔은 교수님의 도움 없이 그게 가능할까요?

냉정하게 보자면 아직은 과도기적 단계입니다. 지금도 고문자격으로 돕고요. 그렇지만 장담컨대 여기 학생들이 30살을 넘기고 5년 정도 지나면 매출 100억원의 스스로 돌아가는 회사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클라이언트들인 대기업은 브랜드호텔과 아무 연고도, 인연도 없는데 같이 일합니다. 디자인 역량이 의심의 여지 없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이미 대외적으로는 디자인 견적을 소신대로 제시할 수 있는 반듯한 회사로 성장했다고 봅니다.


브랜드호텔의 작품들. 시장의 호평을 받는 소위 '팔리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 제일기획 CF감독 등 필드에서 뛰다가 2007년 숙대로 오셨습니다. 현장에서 강단으로 무대를 선회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2006년에 제가 CF감독으로서 정점을 찍고 있던 시절이었어요. 고소영, 조승우 같은 톱모델을 데리고 광고촬영을 했었으니까. 그해 ‘이대가 뽑은 올해의 광고인’으로 선정돼 캠퍼스를 방문했는데 거기서 주철환 PD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여대에서 교수를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네이버에서 숙대 교수초빙광고를 봤는데 경력 요구사항에 CF감독이 있는거에요. 그래서 지원했죠. 그 전에 숙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가본 적도 없어서 네비게이션을 찍고 찾아왔을 정도로 연줄도 없고 인연도 없었는데 덜컥 뽑더라고요. 그때 처음 이 학교가 참 대단한 학교라고 느꼈어요.


브랜드 호텔이 작업한 파스퇴르 우유 패키지 디자인. BI와 패키지 디자인을 모두 바꾼 뒤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 대학에 오면서 ‘교수가 되면 무엇을 이뤄야지’ 라는 목표가 있었나요?

부끄럽지만 그런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냥 교수라는 직업이 좋았습니다. 일주일에 2,3번 강의하고 방학도 1년에 두 번 있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호텔을 만들게 된 것도 제가 작업할 때 조감독 역할이 필요하다보니 똘똘한 제자를 트레이닝 시키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겁니다. 학생들의 실력이 워낙 좋아서 창업까지 한 거죠. 지금 브랜드호텔의 대표인 김수민 씨가 제1호 조감독이었어요.

지금은 계획이 생겼어요. 바로 제자들의 기업을 키우는 거죠. 5년 뒤 매출 100억 이상하는 회사가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벌써 2년 만에 10억을 달성했으니까요.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외부로부터 제안이 많습니다. 큰 기업들이 투자하겠다고 오죠. 모두 거절했어요. 대신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와 손잡고 내년에 새로운 화장품브랜드를 런칭합니다. 브랜드호텔이 전체 기획, 제조는 엔프라니, 그리고 유통은 이마트가 담당하고 수익을 쉐어하는 거죠. 잘되면 100억, 200억원은 바로 가는거에요.



 

김 교수는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특히 새로운 사업을 얘기할 때는 들뜬 듯한 기분을 옆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마치 자석처럼 대답의 마무리는 브랜드호텔과 제자 자랑으로 끝냈다. 약 5분간 계속된 브랜드호텔의 사업계획 방향에는 광고대행, 브랜드 컨설팅,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줄지어 있었다.

 

- 대학의 구조조정이 화두입니다. 산학연협력에 미래가 달렸다는 말이 나옵니다. 우리대학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미대 기준으로 이야기 하자면 우리대학의 경쟁력은 중상급 이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경쟁력과는 별도로 중요한 것이 있어요. 산학협동도 기본적으로 영업이 필요한데 대학이 영업 노하우를 익히기는 힘들죠. 다만 그런 구조를 만들 방법은 있다고 봐요. 대학이 힘든게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원점에서 새로운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데 있거든요? 그런데 브랜드호텔처럼 재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하고 학교 내 기업을 운영하는 모델은 우수인재를 학내에 붙잡을 수 있잖아요. 하나의 우수한 사례를 만들면 그걸 보고 따라하는, 이른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고 믿습니다.

 

- 같은 과의 토드 할로우백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숙대 학생들의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데 정작 자신들은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도 그러한 평가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합니다. 디자인 학부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옵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중 미대가 없는 곳도 많고 혹은 지방캠퍼스에 있다 보니까 거의 최고의 인재들이 숙대에 모이는 거죠.

제 생각에 숙대 학생들은 기획력과 태도가 무척 뛰어나요. 태도라는 것은 업무를 수행하는 자세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사실 테크닉보다 책임감이나 성실성이 더욱 중요할 때가 많죠. 정해진 마감일자는 반드시 지켜야 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원하는 결과물을 내는 감각 말이에요.

브랜드호텔에는 벌떼공격이라는 말이 있어요. 한명이 맡은 업무를 전체가 공유하는 거죠. 1차적인 책임은 당사자가 지고 있지만 그를 뒤에서 보조하는 다른 이들이 있어서 구멍이 생길 경우 바로 메꿔주는 시스템입니다. 회사에서 ABC를 요구하면 거기에 더해 DFG까지 가져가서 감동을 주는 것. 이런 자세가 우리 학생들의 강점입니다.


 

-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은 바쁩니다. 그런데 정작 보면 무엇을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이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좋아요. 특히 전공 공부는 확실히 해야죠. 그런데 두루두루 적당히 잘하는 건 필요 없어요. 자기만의 개인기를 만들어야 해요.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그 개인기에서 나오니까요.

제자 중에 공부는 별로 못하는데 옷을 정말 멋들어지게 입는 친구가 있어요. 졸업한 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의류 관련된 일을 맡아요. 브랜드호텔이 온라인쇼핑몰 진출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의 감각은 큰 자산이 될 거에요. 개인기란 건 그런 거에요. 하루 3~5시간씩 더 공부해 차별점을 가질 수준이 된다면 그 학생은 졸업할 때쯤 모든 기업에서 찾는 인재가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