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사이트맵 열기

사이트맵

 
모바일메뉴열기 모바일메뉴 닫기

SM뉴스

PEOPLE

“무용을 통해 병영문화개선에 나서요” 육군 최초의 무용동아리 강사로 나선 우리대학 대학원생 박선우 씨 인터뷰

  • 조회수 2358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15-10-19

군인과 무용이라는 어색하고도 독특한 조합은 바로 우리대학 무용과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박인자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박선우 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평소 무용을 통한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박 씨는 어느 날 TV에서 본 뉴스를 계기로 ‘장병들에게 무용을 가르쳐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남동생이 공군을 나왔는데 군생활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주변에 의가사 제대한 친구들도 있고요. 마침 TV에서도 관심병사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가진 재능을 활용할 방법을 찾게 된 거죠”


undefined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군부대와 어떻게 접촉할 지부터 난감했다. 만난다 하더라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어떻게 설득할 지도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지도교수인 박인자 교수의 지인을 통해 56사단 관계자와 얘기할 수 있었고, 7월 말부터 10월까지 12주 동안 토요일 오전에 2시간 가량 무용동아리를 운영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박인자 교수님이 지지를 많이 해주셨죠.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니까 최대한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교육 프로그램도 짜주셨어요”


undefined

 

시작은 녹록치 않았다. 우선 체육활동이라곤 축구와 테니스가 전부인 군인들이 무용이라는 낯선 장르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다. “처음에는 병사들이 웃기만 했어요. 남성들이 발레를 하는게 아무래도 쑥스럽고 하니까. 아예 눈도 안 마주치고 땅만 보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죠. 첫 수업을 마치고 나서 정말 막막해서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우울했다니까요”

이에 전략을 세웠다. 다음 수업시간부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를 시도하고 개인적인 고민도 들어줬다. 군에 오기 전에 했던 일, 가족과 친구 얘기 등 소소한 일상에 대해 얘기하며 친근하게 다가섰다. 어색해하던 병사들도 누나같은 박 씨의 배려에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간 있었던 일을 먼저 얘기하도록 해요. 수첩을 나눠주고 감사했던 것을 기록하게 하죠. 돌아가면서 발표하게 시키는데 이렇게 하니까 웃음이 없는 친구들도 밝아지는게 느껴졌어요”

 

undefined


2달 넘게 매주 보면서 정도 많이 쌓였다. 박 씨의 무용동아리가 부대 내에서도 화제가 돼 신규 가입자가 줄을 섰는데 기존 동아리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설 정도였다. 독거노인을 위한 자선공연을 했을 때 군인 제자들이 단체로 찾아와 응원하기도 했다.

박 씨의 머리 속에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병사들이 있다. 박 씨는 “관심병사 가운데 증상이 심한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데 발레를 가르치니 몸이 굉장히 유연한 거에요. 어려운 동작도 척척 따라하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키우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어요. 또 너무 몸이 왜소해서 대인기피증이 있는 친구도 있었는데 이제는 잘 웃고 농담도 잘해요. 무대에 자발적으로 올라가 짜인 동작을 보여줄 정도로 밝아졌어요”라며 웃었다.

 

undefined


박 씨의 무용 재능기부에는 단순한 봉사 활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발레의 대중화라는 그녀의 꿈을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사실 요즘 무용을 직접 보는 사람이 많이 없잖아요. 사회 속에 묻혀있어 대중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데 이걸 수면 위로 올리려면 무용 자체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매년 장애인, 암환자 등을 위해 예술 재능기부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무용이 가진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undefined


역시 마찬가지 의미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될 무용동아리가 끝나면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병사에게 무용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도 준비할 생각이다. 이미 이를 위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병사들이 겪는 우울증, 대인관계, 군생활적응, 스트레스를 측정하고 무용을 통해 얼마나 개선이 됐는지 효과를 알아보려고 해요. 무용이 예술을 넘어 정서적, 신체적 치료의 기능까지 가지고 있음을 검증하려는 것이죠.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발레의 대중화가 더 가까워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