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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학생과 숙명점역봉사단이 맞잡은 두 손

  • 조회수 5189
  • 작성자 총관리자
  • 보도일자 2011-09-16

은혜가 떨리는 듯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예슬이가 색소폰으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연주할 때는 모두가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췄다. 앞이 안 보이는 소녀들의 공연이었기에 사람들은 더 큰 감동을 받았고,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

 

3일(토) 오전 11시, 우리 대학 과학관 651호에서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돕는 이 학교 점역봉사단이 개최한 제3회 Shake Hands Day 행사가 열렸다. Shake Hands Day는 숙명점역봉사단과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만나 서로 교감하며 우정을 쌓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2010년 2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를 맞았다. 이번 행사에는 숙명점역봉사단 재학생 60여 명을 비롯해 시각장애인 학생과 가족 등 총 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1부 순서에서는 뜻 깊은 시간이 있었다. 전국의 12개 맹학교 교장들이 숙명점역봉사단 창단 때부터 지금껏 성실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해 온 12명의 단원들에게 봉사상을 수여한 것.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대전맹학교 장석문 교장으로부터 상장을 받은 박은주(경영 07) 학생의 감회는 남달랐다. 박 양은 “처음에 의욕을 갖고 봉사활동을 시작한 친구들이 많았지만 점역이 쉽지 않아 지금은 창단 때 같이 했던 동료들이 많지 않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졸업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보람이 더욱 커서 지금껏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점역봉사단 권순인 단장은 인사말에서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30분이면 모두 다 읽는 양의 내용을 점자로 만들려면 봉사단원들은 두 시간 넘도록 집중해서 일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위해 매주 한 번씩 빠지지 않고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 그리고 이들이 만든 교재로 공부하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레크리에이션으로 꾸려진 2부 행사에서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보육시설 아동들로 구성된 은하수노리단은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한빛맹학교에 재학 중인 서은혜(18) 양의 애잔한 발라드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서 양의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의 “<슈퍼스타 K3>에 나가도 될 실력”이라는 말에 객석에서는 금세 웃음이 터졌다. 서울맹학교 이예슬(15) 양의 색소폰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자신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하는 모습에 보는 이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양은 지난 몇 번의 공연에서도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일 만큼 이름이 알려진 ‘스타’다. 

 

 

이어 진행된 스피드퀴즈와 이구동성 게임도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설명하기 위해 손으로 만진 점자가 스크린에 뜬 뒤, 봉사단원들이 문제를 맞힐 때마다 한글 설명이 나타났다. 봉사단원 다섯 명이 한 번에 다섯 글자의 단어를 맞히는 이구동성 퀴즈에서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실력이 빛났다. 단원들과 가족들이 문제를 듣고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학생들은 어느새 손을 들고 정답을 외치고 있었다.

 

서울맹학교 김명진(15) 군은 ‘목소리만 들었을 때 옆의 봉사단원 누나가 어떻게 생겼을 것 같냐’는 질문에 “못 생겼을 것 같다”며 짓궂게 대답하면서도 부끄러운 듯 해맑게 웃었다.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이날 옆에 앉은 단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