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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빚어낸 화음

  • 조회수 4899
  • 작성자 총관리자
  • 보도일자 2010-11-16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초등학교 4학년 이승연(11) 양은 악기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클라리넷을 배우는 것도 재밌지만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에서도 클라리넷 연습을 열심히 해요. 오빠도 궁금한지 옆에서 가르쳐달라고 해요.”

 

승연이와 같은 나이인 동수는 매주 토요일이면 엄마와 함께 제 덩치만한 첼로를 들고 우리 대학을 찾는다. 동수의 엄마인 일본인 호리 게이꼬(44)씨는 “의정부에서 악기를 들고 아이와 함께 학교까지 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수업하는 모습이나 집에서 연습하는 걸 지켜보면 뿌듯하다”고 말한다. 

 

 

승연이와 동수는 현재 한국문화교류원과 음악대학이 주최한 다문화가정 어린이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음악대학을 찾아 자기들과 같은 다문화가정 어린이 20여 명과 함께 첼로,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악기를 연주한다. 이들은 모두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로 평소에는 비싼 레슨비 탓에 악기를 배울 수 없었던 초등학생들이다. 케이블방송 기업인 (주)C&M의 후원을 받아 악기를 구입한 우리 대학은 아이들이 집에 가서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이를 대여해 준다. 학교에서 빌려준 악기를 들고 집에 가서 연주 연습을 하는 게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악기 교육은 음대 재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모두 무료로 이루어진다. 관현악과 채희철 교수의 지도 아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7명의 재학생들은 처음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제법 친해져서 누나며 언니로 불리는 게 낯설지 않다. 박희송 조교(관현악과 3학년)는 “악기를 접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어서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백민경 학생(관현악과 1학년)도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어 친해지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할 수 있어 가르치면서도 배우는 게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을 위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내년 2월중 1박2일 일정으로 숙명문화교류단 및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한국 여행을 통해 우수한 문화유산을 보고 역사를 배우는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 자원봉사자와 아이들은 장기적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 오케스트라(가칭)”를 만들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도 보여줄 계획이다. 방학기간에 집중적인 음악훈련을 실시해 연주 실력도 그만큼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화교류원은 “악기 교육을 통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계발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정체성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재학생들도 다문화가정의 가족들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오케스트라는 지난 9월부터 시작돼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씩 열렸으며, 참가인원을 늘려 내년 8월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