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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외국어도 잘하는 한식 장인 길러낼 것”

  • 조회수 8779
  • 작성자 총관리자
  • 보도일자 2009-08-17

"한식의 세계화는 연애하듯 해야 합니다.”

한영실(52·사진) 숙명여대 총장이 내놓은 한식세계화의 해법은 이랬다. 다음 달 1일 총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다.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리려면 연애처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 손부터 덥석 잡지는 않잖아요. 모두 단계가 있는 법이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한식에 콩깍지가 씌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가 제시한 한식과의 연애 단계는 이렇다.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릇부터 메뉴까지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써서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담도 들려줬다.

“미역이나 김이라면 질색하던 외국인 친구에게 진시황이 찾던 불로장생의 약초 중 하나가 이런 해초 종류라고 하자 호기심을 보이며 잘 먹더라고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또 그는 외국인들에게 수삼냉채를 내며 ‘영조 임금의 장수 비결이 인삼’이라고 소개하고, 부추무침을 내면서는 ‘중국 북송시대의 황제 휘종이 자녀를 많이 둔 비결은 부추’라는 일화를 곁들인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몇 달 전 한 총장은 숙대 부설 한국음식연구원에서 필리핀의 한 여성 장관에게 이런 스토리를 얘기해 주며 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여성 장관이 돌아가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게 한식을 칭찬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한 총장이 펴낸 한식 관련 서적을 선물받고 고맙다는 친필 편지를 전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식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무척 고무돼 있었다. 실제로 한 총장은 수년간 묵묵히 한식 세계화를 화두로 삼아왔다.

그는 대학원 때부터 한식을 전공했고, 교수 시절이던 2000년 한국음식연구원 설립에 앞장섰다. 이 연구원은 이제 세계 각국의 외교 사절에게 한식의 참 맛을 보이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프랑스를 비롯한 10여 개국에서 한식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데도 힘써왔다.

“대학원 다닐 때 한식을 전공하겠다고 하자 교수님도 핀잔을 줬죠. 그때만 해도 한식을 학문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이젠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게 반갑다고 했다. “한식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요. 얼마 전에 딸이 월남쌈을 사온 걸 봤어요. 우리 구절판도 이렇게 발전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어요.”

하지만 그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한식 세계화 운동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한식에 대한 확실한 개념도 잡지 못하고, 목표의식도 없이 구호만 외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급하게 일회성 행사만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요즘 한식 세계화 운동을 보면 보기엔 좋지만 곧 시들어버릴 꽃꽂이에만 열심인 것 같아요. 한식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건 진득하게 농사를 짓는 것이지, 꽃꽂이가 아닙니다.”

그는 한식 세계화라는 농사를 잘 지으려면 시간과 품을 들여 땅과 종자를 고르고, 농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번엔 ‘한식 스타 셰프 양성과정’을 들고 나왔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한식을 전공했거나 경력이 있는 이들 중에서 인재를 뽑아 한식의 기술뿐 아니라 한식에 깃든 정신과 문화를 가르칠 계획이다.

“기술자가 아닌 한식의 장인을 길러내는 게 목표예요. 외국어도 교육해서 세계에 나가 한식과 한국문화의 브랜드를 전파하도록 할 겁니다.”

한 총장에겐 더 큰 포부도 있다. 한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총장에 취임한 후 학교에 ‘한국문화교류원’을 세웠다. 한식과 함께 한국의 전통과 역사, 관광을 합쳐서 세계에 내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장인정신으로 차근차근 다듬으면 한국문화의 매력을 세계도 알아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식 스타셰프 양성과정은 한국음식연구원(02-710-9767)에서 원서를 접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