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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코리아 전도사’ 숙명여대 한국문화교류원

  • 조회수 6891
  • 작성자 총관리자
  • 보도일자 2009-08-30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경제나 군사력의 하드 파워(Hard Power) 시대가 가고 문화적 역량이 국력을 좌우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곧 한국 문화가 세계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소리 명창 고 박동진 옹이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때부터 우리 사회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과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을까. 문화 전문가들은 “한국의 모든 문화가 세계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한국 문화 가운데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가 있고 세계 보편성을 지녀 세계화가 가능한 문화가 있다. 따라서 한국 문화를 세계화시키려 한다면 무조건 의욕만 앞세워 덤벼들 게 아니라 이를 구별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 문화 특성화 대학’을 표방한 숙명여대는 타 대학 보다 앞서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지도자 양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문화교류 네트워크의 중심역할을 할 ‘한국문화교류원’(원장 안민호)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 전략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한국 문화 세계화’ 프로젝트를 이처럼 한 대학에서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비타민 총장’으로 불리며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온 한영실 총장의 생생한 경험 덕분이다.

 한 총장은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려면 남녀가 사귀는 연애처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먼저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릇부터 메뉴까지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써서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한국문화교류원 산하에는 한식의 세계화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음식연구원을 비롯해 한국문화관광예술연구소, 아시아여성연구소, 다문화통합연구소, 한국어문연구소, 정영양자수박물관, 문신미술관, 순헌무용단, 숙명가야금연주단, 글로벌인적자원개발센터, 아태여성정보통신원 등 11개 기관·단체가 동참하고 송혜진(한국음악), 차수정(한국무용), 정희선(한국음식), 서수경(디자인), 권희연(한국미술), 김경령(한국어), 강혜경(한국사), 이기종(한국법제도), 이종우(정보기술), 배정근 교수(대중매체언론) 등이 운영 스태프로 참여, 자문을 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전통적으로 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강한데다 문화의 시대에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점을 잘 활용하면 한국 문화의 세계화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한류(韓流)의 바람이 불고 있는 베트남, 일본, 중국 등에 아시아 지역 교류 네트워크의 교두보가 될 ‘숙명문화원’을 설립한 뒤 점차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유럽으로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오는 9월 초 베트남과 실무접촉을 시작하면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교류원 안 원장은 밝힌다.

 
문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야 하고 사람의 향기가 솔솔 퍼져야 한다. 마치 오랜시 간을 두고 발효를 시켜야 제맛이 나는 간장이나 된장과 같다. 한국문화교류원을 중심으로 한국 알리기에 나선 숙명여대의 실험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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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연구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전통적 ‘손맛’에 과학 ‘양념’..“한식,세계에 알려요” 


고종황제의 순헌 황후로부터 경비를 보조받아 설립된 숙명여대는 지난 2003년 한국음식연구원(Korean Food Institute)을 개원했다. 한국음식연구원의 모태는 1955년부터 1967년까지 가사과 조리시간에 중요무형문화재 38호 궁중음식 제1대 보유자인 한희순 상궁을 교수로 초빙한 데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민가(民家)의 평범한 음식이 아니라 황실에 뿌리를 둔 전통 궁중(宮中) 음식이다.

 
한국음식연구원이 설립되기 전에도 숙명여대는 전통식생활문화전공 대학원 과정을 개설(1998년)하는 등 우리 음식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항상 조선시대의 궁중음식과 사대부의 반가(班家) 음식을 기본 축으로 하는 '전통'과 현대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신진 연구자들의 '과학'이 접목돼 한국 음식의 세계화 초석을 놓은 것이다.

 
진소연 한국음식연구원 기획팀장은 "미래의 음식문화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음식연구원이 되기 위해 한국 음식을 표준화·과학화해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국빈만찬 자문과 감독 역할을 맡아 21개국 정상의 입을 매료시킨 바 있다.

 
한국음식연구원은 한국음식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한국음식의 고증과 발굴, 향토음식 전승, 한국음식 연구서적 발간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한국음식을 교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을 위한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한국음식 외국어 교재를 제작·보급한 결과 외국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프랑스 파리 한국음식전시회를 비롯해 2008년 대만식품박람회, 홍콩식품박람회, 중국 상하이식품박람회, 카타르·알제리·싱가포르 한국음식 전시 등 각종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진 기획팀장에 따르면 한국음식은 우리 몸에 좋은 최고의 건강음식이다. 오랫동안 숙성 발표시킨 된장·간장·고추장을 비롯해 김치 등은 서양의 발효음식인 치즈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발효음식의 효능이 연구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이 좋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홍보는 하지 않는다.

 
돌로 된 현대식 건물의 입구를 한국음식에 어울리는 기와 양식으로 꾸미고 쿠킹 스튜디오도 미(美), 감(感), 쾌(快), 청(靑), 함박꽃이라는 이름의 감동·감성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옛 부엌 살림을 전시한 박물관인 '옛 부엌'은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부엌 살림살이를 보여줌으로써 한국인들에게는 옛 추억의 향수를, 외국인들에게는 조상들 생활의 지혜를 전해준다.

 
한국 전통 반가의 별당을 옮겨 놓은 '다정(茶情)'도 한국음식연구원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차와 명상, 그리고 건강을 생각해 곁들이는 음식을 배우면서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하는, 차와 함께 문화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음식연구원은 2003년 개원 이래 연 1000명의 수료생을 배출, 지금까지 6000명의 내·외국인이 거쳐 갔다. 수료 후에는 요리전문가, 문화센터 요리강사, 어린이집·초등학교 방과후 특별활동 강사로 활동하거나 식품회사, 푸드코디네이터, 음식점(떡·한식) 창업을 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진 기획팀장은 "한국음식연구원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미국의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이탈리아의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가 돼 한국음식을 세계에 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