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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나 NGO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이 가장 큰 기쁨이죠" 정치외교학과 마크 딜란시 교수 인터뷰

  • 조회수 666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13-12-27

정치외교학과의 마크 딜란시(Mark W. DeLancey) 교수의 수업은 인기가 없다. 보통 한 학기에 3과목이 개설되면 그중 한 과목은 폐강되기 일쑤다. 이유가 있다. 100%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는 미국식 토론 수업을 지향한다.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게 힘든 마당에 영어 토론이라니. 더구나 주제도 사뭇 생소하다. 아프리카 정치, 글로벌 거버넌스 등이 딜란시 교수의 주요 관심사다. 미국도,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아프리카 정치가 학생들 구미를 당길 리가 없다.

 

그러다보니 지난 1학기 그의 ‘정치발전론 특강’은 30명 정원에 5명 신청, 2학기 ‘아프리카 정치론’엔 16명 정원에 8명만이 신청했다. 그의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퀴즈를 봤는데 따로 시험범위가 없고 영자신문에 실린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아는 ‘썰’을 총동원해야 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딜란시 교수의 ‘인기 없는’ 수업은 항상 수업평가에서 상위를 달린다. 어려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강의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치외교학과 사무실에 조교로 근무하는 박채은 씨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수님은 외모에서 풍겨지듯이 거리감이나 권위의식이 전혀 없어요. 마치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틀렸다고 위축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12월 23일(월) 딜란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짙은 쥐색 티셔츠와 치노바지를 입고 특유의 말총머리를 한 채 컴퓨터 앞에 앉은 그는 전혀 일흔이 넘은 노교수라고 보이지 않았다. 백발의 교수 옆에는 그의 딸인 마가렛 양이 함께 했다.

 

- 어떤 계기로 숙명여대에 교수로 오게 되었습니까?

제일 처음 홍규덕 교수가 절 초청해 특강을 제안했습니다. 홍 교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유학할 당시 저의 수업을 들은 인연이 있었지요. 이경숙 전 총장 역시 같은 프로그램의 졸업생이었습니다. 강의를 마칠 무렵, 우리 셋은 대화를 나눴고 나와 아내인 레베카가 함께 숙명여대에서 1년간 수업을 맡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 1년간은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고 그 이후로 계속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 숙명여대에 오기 전 다양한 나라의 대학에서 교수나 연구원 생활을 하셨습니다. 단순한 학문적 관심만으로 그렇게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이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전혀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니며 다른 나라의 문화와 가치, 삶의 방식, 음식 등을 경험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제 학문적 관심이 여행의 이유인 셈입니다.

 

-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연구가 주관심 분야라고 들었습니다.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61년 미국 케네디 정부에서 Peace Corps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지원해 2년간 나이지리아에서 생활했습니다. 그곳에 머물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아프리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프리카를 공부해 교수로서 이같은 경험을 공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딜란시 교수와 그의 딸인 마가렛 딜란시. 뒤쪽으로 아내인 레베카 교수의 사진이 보인다.


딜란시 교수는 인디애나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여년간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으며 연구원이나 초빙교수 자격으로 아이티, 남아프리카, 소말리아, 카메룬,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를 다녔다. 우리대학엔 지난 2002년 아내인 레베카 음버 교수와 함께 왔다. 레베카 교수는 우리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 2008년 한국외대로 옮겼다. 


- 10년 넘게 숙명여대에 재직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제자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많은 경험과 훌륭한 제자들을 겪었기 때문에 여기서 다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제자들의 성공은 교수의 가장 큰 성취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국제기구나 NGO 등에서 일하거나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하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최근엔 부탄에 학생들과 여행을 간 것이 대부분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일한 것이 저의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정치외교학과 동료교수들과의 추억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 학교에 계시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또한 만족하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숙명여대에 오래동안 재직한 이유는 훌륭한 학생들 때문입니다. 숙명여대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특히 해외교환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교환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비보조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8학기 동안 좀더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학문적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합니다. 영어강의를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신지요.

최근 수년간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학생들은 부담감을 분명히 느낍니다. 제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은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영어실력은 사용해야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 수업을 따라오고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할 것입니다.

 

- 여대에서 강의한다는 것이 교수님에게 다른 대학에서 느끼지 못한 어떤 특별한 경험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여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남녀공학에 재학하는 여학생들보다 자신의 지적능력과 기술들을 발전시킬 기회를 더 가지는 것 같습니다. 숙명여대에서는 다른 대학보다 독립적인 여성을 더 많이 봅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대 졸업생이 남녀공학 졸업한 여학생보다 연봉을 더 받고 지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한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국가 별로 학생들의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몇몇 학생들은 놀기만 좋아하죠. 어떤 이들은 배움에 열정이 있다고 느껴지는 반면, 단지 학위를 따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건 어느 나라던 똑같다고 봅니다.


 

지난 2009년 딜란시 교수와 함께 아프리카로 글로벌탐방단을 다녀온 우리대학 학생들은 케냐의 한 고아원을 방문했을 당시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고 ‘Stand up for Africa(SUA)’라는 동아리를 조직했다. 매학기 르완다와 케냐커피를 판매하는 일일카페를 운영하고 얻은 수익을 고아원에 보내고 있다. 딜란시 교수가 평소 강조하는 ‘여행을 통한 배움과 세계화’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동아리는 최근 다른대학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아프리카 빈곤퇴치 연합동아리로 발전했다.


- 교수님만이 가진 특별한 강의법이나 철학이 있을까요? 

“제 최고의 강의는 학생들과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얻게 되는 배움입니다. ‘나 아프리카에 다녀왔다’라고 말하는데 그치지 않고, 탐방을 가는 국가와 국민들의 이슈와 문제, 전망과 희망 등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과 해외 탐방을 가는 또다른 목표는 탐방을 통해 학생들이 훗날 개발도상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갔을 때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어떻게 챙길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일하거나 여행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