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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의 그 교수를 프로파일링하다 -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

  • 조회수 554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15-12-04

박 교수는 속칭 ‘그것이 알고싶다’ 교수로 유명하다. 동명의 S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고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세 모자 사건, 인분교수 사건,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사건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명쾌한 해석을 내리는 박 교수를 만나고 싶다는 숙명인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포커스 인터뷰를 통해 박 교수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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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세상에 기여하고자 범죄심리학 선택했죠”

 

범죄심리학은 수사드라마나 프로파일러를 다룬 영화 등을 통해 최근에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를 전공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서울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박 교수가 어떻게 범죄심리학자의 길로 들어섰는지 궁금했다.


“아버지의 뜻으로 영어교육학과를 갔지만 심리학도 관심이 있어 복수전공했어요. 석사과정에서 사회심리학을 공부했는데 ‘심리학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하는 고민하던 중 평소 관심 있었던 범죄심리학을 선택했죠”


그러나 2001년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범죄심리학을 다루는 교육 과정을 갖춘 대학이 거의 없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것이 지금도 연구실 책장에 꽂혀있는 범죄의 사회 심리학(The social psychology of crime)이라는 책. 그녀는 책의 저자인 로렌스 앨리슨 교수가 있는 영국 리버풀 대학(University of Liverpool)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수사심리학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범죄심리학으로 유명한 미국 존제이 형사사법대학(John Jay College Criminal Justice)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하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경찰대학 교수를 지낸 그는 올해 3월부터 우리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사회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처음 우리대학에 왔을 때 박 교수는 자유분방한 학생들의 모습이 놀라웠다고 했다. “경찰대 학생들은 직업 특성상 엄격한 규율에 맞춰 생활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개성을 엿보기 어려웠지만 여기 학생들은 개개인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고 밝더라고요.” 수업에 소극적이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질문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며 곧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오히려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함께 하니 창의적인 내용과 구성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분 교수 사건은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어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박 교수는 현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Y’,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사건 자문을 맡고 있다. 또한 법원에서 전문심리위원을 맡아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 재판 과정에 참여한다. 매일매일 각종 강력범죄와 엽기적인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지치기 마련. 박 교수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있었던 인분 사건의 경우 범죄자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보는 대학 교수가 학생에게 이런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어요.” 그녀는 가끔 보도되는 친족 간의 성폭력 사건도 “자세히 분석하다보면 속이 거북해질 정도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정신적 힐링의 용도로 선택한 것이 바로 요리다. 박 교수는 "평소 요리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서 감정을 풀곤 합니다. 앞으로 2~3년 내에 시간이 된다면 꼭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에서 제과제빵 과정을 수강할 거에요"라며 웃었다.

 

사건을 분석하는 그녀만의 철칙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범인 또는 용의자를 미리 지정해놓고 증거를 맞춰가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석할 때는 용의자의 행동을 관찰해 특성과 심리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사건을 저지른 경위를 유추하는 것이다. 그는 “때때로 범인들이 별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사건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범죄자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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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탓은 본인이 스스로 채우는 족쇄...하고 싶은 분야를 찾으세요”

 

사회심리학과는 내년 3월에 처음으로 대학원이 개설된다. 2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준비 중이다. 평소 대학원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던 박 교수의 기대도 크다. “저처럼 범죄심리학을 전공하더라도 학부과정에선 기본적으로 심리학 전반의 지식을 배워야 하죠. 사회현상을 심리학적 시각으로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하니까요. 그런 뒤 대학원에서 세부전공을 택하는데 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 응용된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강의하고 싶습니다. 이곳을 나온 학생들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인재로 자라게 될 것이라 믿어요”


불확실한 진로에 고민하는 제자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가끔 어린 학생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는 본인이 채우는 족쇄에 지나지 않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레 미래의 길이 열릴 겁니다.”


기성세대가 흔히 입버릇처럼 말하는 옳은 말씀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녀 스스로 먼 미래에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평소 스릴러 영화를 즐겨 보는데 범죄자의 열등감을 주제로 범죄자들의 나약함, 비뚤어진 영웅감 등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그린 범죄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이 꿈이에요.”

범죄심리학자가 쓰는 범죄 영화. 언젠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스크린으로 직접 만나보게 될 지도 모른다.

 

※본 인터뷰는 2015 소식지 ‘숙명’ 봄호와 숙대신보에 실렸던 기사 중 일부를 참조,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