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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 잇는 문화교류 책임질래요” 우리대학 문화관광학과 대학원생 응웬티흐엉 씨

  • 조회수 934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14-01-16

하노이 명문 여대생, 연기자 되다

 

지난해 2학기 우리대학 문화관광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응웬티흐엉 씨는 공중파 아침드라마에 고정출연하는 여배우다. KBS의 일요아침드라마인 ‘산너머 남촌에는2’에서 부녀회장의 집 베트남 며느리로 출연하고 있다. 무려 100: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됐다. 지난해 7월 첫 방송됐으니 어느새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극중 흐엉 씨는 베트남 국립대학까지 나온 엘리트 여성이지만 한국인과 결혼해 농촌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으로 나온다. 시부모에게 의존하려고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돈도 아끼고 기반을 다지고자 한국행을 택했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완벽히 적응하진 못했으나 마음가짐만은 일등 며느리라는 설정이다. 이는 실제 흐엉 씨의 모습이 일부 반영됐다.


                                          KBS1 일요아침드라마 '산너머남촌에는2' 출연장면  


흐엉 씨는 베트남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하노이대 한국어과와 하노이백과대학 정보기술학과를 동시에 나온 재원이다. “베트남에서 잘나가는 컴퓨터정보기술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배워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관광 전문가가 되어 양 국간 문화교류에 기여하는 인재를 꿈꾼다.

 

K-POP으로 시작된 한국앓이가 결혼으로 이어져

 

흐엉 씨의 한국 사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를 통해 우연히 K-POP을 접하고 이내 HOT의 열성 팬이 된 흐엉 씨는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마침 주베트남한국대사관에서 한국문화 에세이콘테스트를 주최했는데 여기서 HOT에 관한 에세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는 대사관의 추천을 받아 아시아청소년캠프에 참여, 3주간 한국을 방문했다. 흐엉 씨는 “국가 당 15명씩 총 18개국 학생들이 모였는데 다들 한국어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었고 나만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캠프 참가자로 한국에 머문 3주간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가득한 하노이의 거리와 달리 깨끗한 공기와 상쾌한 날씨, 짙은 녹음의 한국은 드라마와 책에서 보던 것 그대로였다. 흐엉 씨는 “동국대에서 한국어 과정을 듣고 경주와 평창 등 지방도 방문해 한국문화를 접했다”며 “특히 한국사람들의 친철함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베트남에서 관광가이드를 맡던 시절  


이후로도 여행 등을 통해 한국을 찾았던 흐엉 씨에게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2009년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 가이드 알바를 하던 중 현재의 남편과 만나게 된 것. 흐엉 씨에게 첫눈에 반한 남편과 그때부터 인터넷과 전화 등을 이용한 원격연애를 시작하게 됐고 3년 만인 2012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꿈꾸던 숙명여대 입학하다

 

사실 흐엉 씨는 2년 전에 우리대학에 올 수도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대학원과정에 지원해서 전액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다른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틀었다. “베트남 친구들을 통해 평소 숙명여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원하는 전공도 있어서 꼭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비록 다른 대학에서 취업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제시해 방향을 틀긴 했지만 계속 아쉬움이 남았어요”

 

아쉬움은 끝내 떨쳐내지 못했다. 경인교대 이중 언어 양성과정을 1년 다닌 그는 고민 끝에 다시 우리대학 문화관광학 전공에 지원했고, 꿈꾸던 캠퍼스를 거닐게 됐다. 흐엉 씨는 “예전에 하노이 등지에서 2년간 관광 가이드를 한 경험도 있고 관광산업 쪽에 종사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이라며 “집(경기도 화성)과 학교까지 매일 4시간의 통학시간이 걸리지만 공부하는 것이 재밌고 환경도 좋아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건 우리대학 중앙도서관이다. 넓은 채광창을 통해 햇빛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신한로비도 좋고 책을 읽다 피곤하면 잠시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마음에 든다. 특히 평소 읽고 싶던 책이 다 있는 게 좋아 수업이 없을 땐 도서관에서 산다고 귀띔했다.


                   남편과 함께 한 신혼여행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결혼이주여성 편견 없애고 싶다”

 

방학을 맞이했지만 흐엉 씨는 쉴 틈이 없다. 우선 드라마 촬영 때문에 일주일에 4번씩 수원 실내세트장과 충청북도 제천의 야외촬영장을 오간다. 다문화가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가끔씩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에 섭외돼 배우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통 연기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껴 요즘은 연기 과외를 받고 있다. “촬영장에 가면 연극무대에 섰던 신인 연기자들도 지적을 많이 받아요. 저는 오죽하겠어요? 추운 날 밖에서 한참 찍어도 나중에 보면 편집되기 일쑤라 속상하기도 했죠. 그래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너무 좋아요. 제가 실물보다 화면에서 더 잘 나온데요. 호호호”


                2013년 명절특집 다문화가정 골든벨 출연모습  


흐엉 씨는 한국에 오고 나서 얼마 전부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다문화가정 외국인 며느리’, ‘결혼이주여성’이라는 단어로 묶어서 표현하고 이 단어가 이들을 낮춰 부르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해들은 다음부터다.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한국에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고 ‘결혼해서 왔다’라고 하면 시선이 달라져요. 저는 남편과 연애하다가 결혼했는데 사정을 모르고 편견어린 눈빛으로 바라는 것이 싫었어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자존감도 높이고 그런 편견을 극복하는데 앞장서고 싶습니다”